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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사무실에서 일해보니

말레이시아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며 알게 된 의외의 것들

말레이시아에서 프리랜서로 일해보니

코로나가 오기 전, 내가 한때 일한 말레이시아 회사는 중국계 4인과 한국인 3인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한국인 상사들과 한국인 프리랜서(나) 그리고 말레이시아 현지직원 3명, 각종 잡다한 일을 다하는 인턴직원이 한명이다. 가끔 궁금하다, 저들은 한국 상사들을 어떻게 생각할까? 성공해보겠다며 먼나라까지 와서 맨날 악착같이 사는 일중독자라고 생각할까, 매일 일정을 푸시하며 뭐든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못말리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할까?  마구잡이로 일한 건 아니다. 회사는 칼퇴와 휴일을 엄수했다.


한국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사실 이상한 점이 많을 것이다. 한국 거래처나 이곳저곳에서 온 전화나 이메일을 받은 후 “헐~”,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고 삑! 핏대를 올리다가... 뭐 또 좋은 일이 있으면 금세 "앗싸~!"하며 는 모습이 희한하게 보일 수 있겠다 싶다.  

 

언어장벽이 만든 쿨(?)한 관계

퇴사 전 회사를 다니면서 느꼈던 숱한 꼬인 인간관계를 생각해보면.. 이 사무실처럼 아예 ‘국적과 문화’라는, 건널 수 없는 강인정하며 일하는 게 나쁘지 않은 듯하다. 이런저런 인간적 관계를 배제한 채 (아예 모른 채) 각자 주어진을 일을 조정하고 잘 마무리하면 그뿐이다. 한국처럼 저녁에 회식을 하거나, 끼리끼리 술 한잔을 기울이며 하나마나한 불평을 할 필요도 없다. 나 같은 '회식혐오론자'에게는 정말 좋은 환경이랄까? 물론 뭔지 모를 소외감을 느낄 때도 있다.


한번은 내 옆 자리에 앉은 현지직원이, 딸이 백일이었던지 친구들을 초대해 아이와 기념사진을 찍어 SNS에 올린 것을 보았다. 우리 같으면 누구보다 더 사무실 동료들과 공유를 했겠지만 나를 비롯한 한국 상사들은 아무 말도 듣지 못했다. 물론 같이 일하는 중국계 직원은 참석했다. 하긴 뭐 이런 일은 꼭 국적이나 상하관계에 관련된 것이라기보다 단순한 친함의 차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뜻밖에 알게 된 사실

거기서 일하면서 가장 절실하게 느낀 것 중 하나는... 한국사람들이 극도의 경쟁사회에 살면서 피곤한 것도 있지만... 덕분에 일머리 하나는 기가 막히게 출중하다는 것이다. 중국계는 그나마 돈 버는 일을 좋아하고 비교적 부지런하다고 할 수 있지만 일을 진행하는 과정을 보면 황당할 때가 많다. 효율적인 시스템을 전혀 접해보지 못해서이다. 어디서부터 알려줘야 할지 모르겠다. 이러다 숨 쉬는 방법까지 말해줘야하나 아득할 때가 있다. 디스하긴 싫지만, 복지부동과 게으름을 탑재한 말레이계 사람들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한번은 이케아에 갔다가 배송신청을 하는데, 한국이라면 1분 만에 처리할 일을 1시간 반 정도 걸려 처리하더니 결국 배송사고까지 일으켰다. 백화점에서 산 냉장고를 배달한다는 날에는 도착한다고 문자가 와서 대기하고 있는데 연락이 오리무중이다가 4시간 후에 당당히 나타났다. 미안한 기색은 없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실제로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일정을 칼같이 지키고 성과를 도출하는 것은 한국인 따라올 자가 없다. 한국인들이 다소 취약한 외국어만 장착해서 세계에서 활약한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딴 곳은 몰라도 말레이시아 같은 곳은 일처리 속도가 5배는 빨라질 것이다. 물론 "빨리! 빨리!"를 외치는 한국인들 때문에 평온하던 그들의 사무실 분위기가 다소 살벌해지겠지만 말이다. 뭐 다 가질 순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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