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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광웅 Apr 27. 2016

100일 내가 본 유럽-브뤼셀

사진,  달콤함

2015년 9월 8일


그랑플라스


사진- 그랑플라스


그랑플라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 외국인에게 사진을 부탁했다. 온갖 폼은 다 잡으면서 사진을 찍어주셨는데 진짜 사진을 못 찍는다 ㅋㅋ

나는 사진이 맘에 안 들어하고 있는데 근처에서 '하나, 둘, 셋'이라는 소리가 들린다. 보니까 한국인 친구처럼 보이는 2명 이서 그랑 플라스의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나는 그분들께 사진을 부탁했고 그분들은 흔쾌히 수락해주셨다.

'유럽 100일 여행 中 D-24'                                              


혼자 여행을 다니다 보면 자기 사진을 찍는 게 쉽지 않다. 셀카 만으론 배경이 잘리기 때문에 맘에 들지 않는 경우가 많고 다른 사람들에게 부탁을 하자니 낯선 사람에게 내 카메라를 맡기는 것도 꺼림칙하다. 해외에서는 언어에 대한 부담감까지 더해지기 때문에 사진을 부탁하는 게 더 어려워진다. 그래도 유럽여행까지 왔는데 내 사진을 안 찍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내가 선택한 전략은 같은 여행자들에게 사진을 부탁하는 방법이었다. 여행자들은 나와 같이 카메라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굳이 내 카메라를 탐낼 이유가 없었고 그들에게 부탁을 받은 후 나도 그들의 사진을 찍어주면 되기 때문에 서로에게 좋은 방법이다. 유럽은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관광지이기 때문에 내 사진을 부탁할 수 있는 여행자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다만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사진을 너무 못 찍는다...


숙소 앞 운하의 조형물
생 위베르 갤러리


그랑플라스는 벨기에 브뤼셀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이다. 브뤼셀을 대표하는 관광지이기 때문에 나는 그랑플라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싶었다. 나는 사진을 부탁할 수 있는 여행자를 찾기 위해 그랑플라스 안을 돌아다니다가 마침 사진을 찍고 있는 관광객이 보이기에 내 사진을 부탁했다. 서툰 영어로 대충 손으로 건물들을 가리키며 나를 중심으로 건물들을 같이 나오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더니 그 여행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살짝 뒤로 물러나더니 한쪽 무릎을 꿇고 폼을 재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어설픈 동작으로 카메라를 이리저리 만지더니 셔터를 몇 차례 눌렀다. 왠지 그럴듯하게 보여서 나는 괜찮은 사진이 나올 줄 알았는데 이게 웬걸 구도도 엉망이고 수평도 안 맞는다. 어렵게 부탁한 사진인데... 사진을 보고 실망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소리가 들려왔다.


하나, 둘, 셋!


분명 한국말이었다. 그들은 친구끼리 같이 온 한국인 여행자들이었는데 그랑플라스에서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 때마침 다행이었다. 외국인들에게 영어로 설명하는 것보다는 한국말로 자세히 설명하는 것이 더 편하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내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나는 그 한국분들에게 다가가서 사진을 찍어줄 수 있냐고 물어봤다. 사진을 부탁받은 분은 그 자리에서 흔쾌히 수락하시고 사진을 찍어주셨다. 그분은 한번 사진을 찍어주시더니 갑자기 다른 방향으로 자세를 잡아보라고 하셨다. 그랑플라스가 사각형으로 건물이 둘러싸여 있으니 네 모서리에서 각각 다른 건물들을 배경으로 한 번씩 찍어주신다는 뜻이었다. 한 번도 감사한데 네 번씩이나!! 나는 그분 덕택에 그랑플라스를 배경으로 한 사진을 4개나 얻을 수 있었다.


나는 그냥 갈 수가 없어서 어떻게 보답해야 될까 고민하다가 그들이 같이 나온 사진을 찍어주면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고 그들에게 제안했다. 친구랑 여행을 오면 서로의 사진을 찍어 줄 순 있지만 둘이 같이 나온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결국 다른 사람에게 부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참에 내가 찍어드리기로 했다. 생각 이상으로 그들은 기뻐했고 나도 그분들이 같이 나온 사진을 찍어드렸다. 그냥이 아니다, 나도 네 방향으로 찍어드렸다.


그랑플라스의 야경
그랑플라스의 야경



2015년 9월 9일


만화 박물관 내 스머프 인형


달콤함- 와플


근데 딸기가 시럽이 아니라 진짜 딸기 토핑이었다!! 어제 먹은 거와 다르게 와플에 설탕이 별로 안 들어가서 그런지 달지는 않았지만 딸기와 와플을 같이 먹을 때 입에서 녹는 느낌을 받았다. 여기 와플은 정말 맛있었다 ㅎㅎ

'유럽 100일 여행 中 D-25'


브뤼셀에서의 여유는 런던과 파리에서의 분주했던 여행에서 달콤한 휴식을 가져다주었다. 브뤼셀에 있는 동안 틈틈이 그랑플라스에 들러서 휴식을 취했고 지쳤던 나의 몸을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그랑플라스가 브뤼셀에서 유명한 관광명소라면 브뤼셀 와플은 유명한 먹거리이다. 그랑플라스 주변에는 와플가게가 정말 많았고 와플을 먹고 있는 관광객들도 많았다. 모두 하나씩 와플을 들고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군침이 돌았다.


만화 박물관 앞 조형물
브뤼셀 길거리


브뤼셀에 도착해서 첫날 구입한 와플은 초콜릿 와플이었다. 와플 위에 생크림 그리고 그 위에 초코시럽을 듬뿍. 와플이 맛있어서 그랬을까 브뤼셀 와플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브뤼셀 와플이 괜히 유명한 게 아니라고 자랑이라도 하듯 내가 지금까지 먹던 와플과는 다른 바삭함이 느껴졌다.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생크림에 초콜릿 시럽까지 얹으니 너무 달았다는 점이다. 맛있긴 한데 너무 달아서 한 입 먹고 한 숨 고르고를 반복했다.


그다음 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만화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점심 메뉴를 고민하다가 떠오른 건 다름 아닌 와플이었다. 와플을 한 번만 먹기엔 뭔가 아쉬워서 와플 가게를 찾아다니던 중에 와플 팩토리라는 체인점을 발견했다. 가게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나는 어제 먹었던 와플보다 맛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메뉴판엔 예상보다 많은 종류의 와플이 있었고 고민하던 끝에 딸기 와플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대충 어제처럼 와플 위에 딸기 시럽을 얹어서 주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여기의 딸기 와플은 진짜 딸기 와플이었다. 생 딸기와 함께 와플을 한 입 물자 나는 이게 제대로 된 와플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브뤼셀에서만 맛볼 수 있는 바삭한 와플과 싱싱한 생딸기의 조화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달콤함이었다.


그랑플라스에서의 휴식도 달콤했지만 브뤼셀 와플은 더 달콤했다.


초콜릿 와플
딸기 와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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