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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광웅 Apr 25. 2016

100일 내가 본 유럽-파리(Ⅳ)

르누아르, 낭만

2015년 9월 6일


이른 아침 오르세 미술관


르누아르- 오르세 미술관


미술관을 관람하면서 정감이 가는 작품이 있었는데 르누아르의 피아노 치는 소녀들이다. 내가 작품을 보면서 상상한 것은 흰색옷을 입은 소녀가 피아노를 치고 옆에서 분홍색 옷을 입은 소녀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었다. 매우 유명한 작품도 아니고 아무런 주제도 없는 것 같지만 평범한 일상에서 두 명의 소녀가 연주하고 노래하는 모습이 나에게는 인상이 깊었다.  

'유럽 100일 여행 中 D-22'                                           


여행자들은 사진으로만 보고 아는 것과 직접 눈 앞에서 보는 것의 차이를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사진 속 장소의 땅을 직접 밟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이 법칙은 여행지뿐만 아니라 미술 작품에도 적용된다. 미술 작품은 머리로 아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보고 느끼는 것이다. 아무리 내가 유명한 화가를 많이 공부하고 그들의 작품이 무엇인지 외우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내 눈으로 직접 보게 되는 순간 나의 배경지식은 작품 감상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했다. 


오르세 미술관은 루브르 박물관 다음으로 프랑스 파리에 온다면 꼭 방문해야 할 미술관이다. 기차역을 개조해서 만든 이 미술관 안에는 내로라하는 19세기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나는 오르세 미술관 내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을 보면서 미술 작품 감상에 점점 흥미를 가지게 되었고 작품들을 감상하면 감상할수록 그림 속에서 새로운 것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건 단순히 그림 속 사물이나 내용이 아닌 작품 속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였다.


입구에서 바라본 오르세 미술관 내부
시계. 오르세 미술관


예술은 규정되어 있는 개념이 아니다. 이론과 감상은 객관성과 주관성의 차이다. 사람들은 작품을 객관적인 모습을 투영해서 감상하지만 각자가 받아들이는 방법은 시시각각 주관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피아노 치는 소녀들」은 르누아르의 유명한 작품이지만 나에게는 새로운 작품같이 느껴졌다. 


내 눈에는 흰 옷을 입은 소녀가 피아노를 치면 분홍 옷을 입은 소녀가 노래를 부르는 모습처럼 보였다. 흰 옷을 입은 소녀는 한 손으로 악보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론 하나하나 건반을 치고 있다. 분홍 옷을 입은 소녀는 한 손으로 피아노에 기대고 몸을 앞으로 뻗은 채 악보에 집중하고 있다. 그림은 르누아르 특유의 파스텔톤과 어울려 소녀들의 모습을 더 아름답게 표현해 내었다.


「피아노 치는 소녀들」-르누아르


르누아르와의 인연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다음날 루브르 박물관의 회화관에서 관람을 하던 중에 낯이 익은 그림이 눈이 들어왔다. 오르세 미술관에서 만났던 소녀들을 루브르 박물관에서 다시 만나게 되자 온 몸에서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소녀들은 무엇에 집중하는지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책 읽는 소녀」 속 배경은 바뀌었지만 작품 속 소녀들의 모습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나는 문득 이 소녀들이 누구일까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르누아르와 무슨 관계이기에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일까? 소녀들에 대한 궁금증은 해결되지 않았지만 소녀들과의 뜻 밖의 만남을 통해서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그건 바로 그림 속의 소녀들을 사랑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르누아르의 눈빛이었다. 작품 속 대상을 사랑할 수 있는 화가의 마음이 있어야 비로소 아름다운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다. 


「책 읽는 소녀」-르누아르
루브르 박물관



2015년 9월 7일


유람선에서 바라본 에펠탑


낭만- 에펠탑


밤에 보는 에펠탑은 낮에 보는 에펠탑보다 더 아름답다. 하지만 내가 여기 온 이유는 회전목마 때문이었다. 평상시에 에펠탑과 그 옆에 있는 회전목마는 꼭 찍고 싶었다. 

파리 그리고 회전목마... 나에게는 파리에 대한 상상 속에 항상 회전목마가 있었다. 왠지 모르게 파리 하면 에펠탑 옆에 있는 회전목마에 대한 낭만이 있었다. 하지만 여행을 하다 보니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회전목마를 발견하자 다시 생각난 것이다.

'유럽 100일 여행 中 D-23'                                  


에펠탑
파리의 랜드 마크, 파리하면 떠오르는 건축물 그리고 파리의 일부이자 전부



에펠탑은 나의 파리 일정 중 마지막 방문지였다. 하지만 피곤한 몸으로 에펠탑 전망대 예약 시간에 맞춰서 이동해야 했기 때문에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파리에서 일주일이란 시간이 흘러서 나비고 카드의 유효기간이 끝났다. 나는 조금이라도 비용을 절약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루브르 박물관에서 에펠탑까지 걸어갔다. 여행 초기만 하더라도 무난하다고 느껴졌을 거리였지만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나온 내 몸은 말이 아니었다. 나는 퉁퉁 부은 발을 다독거리며 억지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에펠탑 앞까지 이동했다. 에펠탑 앞에 도착하기 직전 내 눈 앞에 회전목마가 나타났다. 나는 순간 야경을 보러 에펠탑에 다시 찾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펠탑에서 보이는 개선문
에펠탑 그리고 회전목마


유럽여행을 떠나는 여행자들은 각자 자신만의 낭만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파리는 그러한 낭만을 느끼기에 최고의 도시다. 나 또한 파리에 대한 낭만을 가지고 있었다. 파리지앵처럼 센 강을 거닐면서 에펠탑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는 것. 하지만 일정에 쫓기고 한정된 시간 속에서 바쁘게 여행하다 보니 낭만은 환상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바쁘게 다니다가 마지막 날, 마지막 일정 속에서 회전목마를 발견하자 잊고 있었던 것들이 떠올랐다. 나에게 에펠탑은 회전목마와 같이 존재했고 에펠탑과 회전목마 속에 나를 담고 싶었다.


야경을 보러 다시 회전목마를 찾아 돌아왔다.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다행히 한국 사람을 찾아 사진을 부탁할 수 있었다. 많은 부탁과 여러 번의 시도 끝에 나는 내가 들어있는 에펠탑과 회전목마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파리에서 마지막 밤 나는 피곤함도 잊은 채 에펠탑 주변을 한 없이 걸어 다녔다. 항상 멀리서 아름답게 불빛을 비추던 에펠탑만 바라봤었지만 에펠탑과의 마지막 만남은 직접 눈 앞에서 이루어졌다. 그리고 에펠탑과의 만남을 마지막으로 나는 파리와 작별인사를 했다. 


아름다움과 낭만 
파리를 표현할 수 있는 두 단어다.


에펠탑 그리고 회전목마
에펠탑의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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