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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광웅 Apr 30. 2016

100일 내가 본 유럽-브뤼헤

어울림, 자연

2015년 9월 10일


마르크트 광장과 종탑


어울림- 브뤼헤 운하


브뤼헤는 이 도시들과 다른 특징이 하나 더 있었는데 그건 도시 사이로 흐르는 운하다. 운하는 넓은 운하가 아니지만 도시 사이에 운하가 흐르다 보니 그 운하가 얼마나 이쁜지 ㅎㅎ 운하 사이로는 관광객들이 조그만 보트를 타고 이동하는데 정말 즐거워 보였다.

'유럽 100일 여행 中 D-26'

                                                

자연과 도시, 두 단어는 서로 상반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흔히 자연을 산, 강, 바다, 들과 같은 넓은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자연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깊은 산골, 섬 연안과 같은 도서산간 지역이라고 착각하게 만든다. 한편 도시의 경우에 많은 건물들과 사람들이 붐비는 도심 외의 개념은 생각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생각들은 은연중에 자연은 보존, 도시는 개발이라는 고정관념을 만든다. 내가 만난 브뤼헤는 이런 공식이 파괴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자연 속에 도시가 있었고 도시 속에 자연이 있었다.


유럽여행을 하면서 느낀 것은 유럽의 도시들은 아무리 규모가 크더라도 수많은 공원, 정원, 강과 같이 자연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도시 구조는 공원, 정원, 강에 직접 가지 않는다면 직접 자연을 느낄 수 없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브뤼헤의 경우는 달랐다. 도시의 크기는 작았지만 충분히 많은 사람들과 관광객들이 붐비는 곳이었다. 도시 주변에는 푸른 녹지가 형성되어 있었고 곳곳에는 맑은 운하가 흐르고 있었다.


맑은 운하
종탑으로 가는 길에


브뤼헤의 운하는 마르크트 광장을 중심으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도시 구조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운하는 도시와 어우러져 위화감 없이 녹아들었다. 나는 운하를 바라보며 자연이 가져다주는 마음의 평화를 얻고 브뤼헤의 도심을 거닐면서 사람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운하가 주는 영향 때문일까 사람들은 여유를 가지고 브뤼헤의 자연을 느끼고 있었다. 자연과 도시가 어울릴 수 있는 해답은 브뤼헤의 운하에 있었다. 어떻게 보면 자연과 도시는 상반되는 것이 아닌 상호보완적인 개념일 수도 있다. 각자에게 없는 것들이 서로에게 존재했기 때문이다.


브뤼헤의 전경. 종탑
밤의 브뤼헤 종탑

 


2015년 9월 11일


담 마을로 가는 운하


자연- 담 마을

            

보트는 운하를 따라 담 마을로 이동하는데 운하를 사이에 두고 양 옆으로 커다란 나무들이 있었다. 흡사 운하는 길처럼 보였고 메타세콰이어 길이나 샹젤리제 거리와 같이 느껴졌다. 이 물길을 보트를 타고 이동하니 아름다웠고 양 옆에 펼쳐진 광경은 풍경화가 따로 없었다.

나는 플랑드르 지방만의 화풍이 따로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이곳에 있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유럽 100일 여행 中 D-27'                                          


브뤼헤는 네덜란드어 혹은 언어의 특수성을 인정하여 플라망어라고 불리는 벨기에식 네덜란드어를 사용하고 있다. 벨기에는 크게 프랑스어를 쓰는 남부 왈로니아 지방과 네덜란드어를 쓰는 북부 플랑드르 지방으로 나눌 수 있다. 두 지방의 중심에 있는 브뤼셀은 경제, 사회, 문화가 모여드는 수도이므로 프랑스어와 네덜란드를 모두 사용하는 특수한 경우다. 벨기에를 두 지방으로 구분하는 데는 언어라는 표면적인 이유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지리적 차이가 존재한다.


영어로 플란더스라고 불리는 플랑드르 지방은 북해의 서안해양성 기후 영향을 받는 지대가 낮은 지역이다. 역사적으로 이 지방은 네덜란드의 지배를 받았기 때문에 네덜란드어를 사용하고 낮은 지대와 전략적 위치 때문에 전쟁에 의한 침입도 많이 받은 곳이다. 이런 과정에서 플랑드르 지방은 무역을 중심으로 발달할 수 있었고 문화적으로도 중요한 거점을 맡게 되었다. 그리고 이를 입증해 주는 것이 플랑드르 미술이다.


운하. 담 마을
풍차. 담 마을
다리. 담 마을


플랑드르 미술의 큰 특징은 추상적인 개념을 사실에 입각하여 표현했다는 점이다. 플랑드르 지방은 대상을 관찰하고 표현해 내는데 최고의 자연을 가지고 있었다. 담 마을로 이동하는 길부터 나는 이 곳의 자연이 얼마나 대단한가에 대해서 느끼게 되었다. 양 옆으로 이어져 있는 높은 나무들은 내가 흡사 운하가 아니라 차를 타고 가로수길을 이동하고 있다는 착각을 들게 만들었다.


담 마을에서의 자연 풍경은 말할 것도 없었다. 사람들이 사는 집 바로 옆에는 젖소들이 풀을 뜯어먹고 있었고 담 마을의 중심부엔 양들이 초원을 운동장 삼아 뛰어놀고 있었다. 목초지를 들렀을 때에는 당나귀를 바로 앞에서 만져볼 수 있는 기회도 주어졌다. 시간과 일정에 쫓겨 바쁘게 다니다 보면 가장 가까이 있는 것들을 놓치게 된다. 담 마을은 이러한 것들을 다시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마을은 잘 알려지지 않아 사람도 많이 없었고 미술관, 박물관 같은 볼거리도 없었지만 오히려 더 많은 것들을 보게 되었다.


나는 담 마을에서 플랑드르의 자연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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