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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광웅 May 07. 2016

100일 내가 본 유럽-로맨틱가도

예쁨, 백조

2015년 9월 18일


로텐부르크 크리스마스 박물관


- 색


로맨틱가도의 집들은 우리가 매일 그리던 집의 모양과 똑같다. 네모난 집에 세모 지붕 그리고 굴뚝. 여기 집들의 특징은 빨간 지붕에 단조로운 색이 아니라 빨강 파랑 노랑 초록 등의 색을 집 벽에 칠해서 집들이 예뻤다.

'유럽 100일 여행 中 D-34'                                              


로맨틱가도는 라인강의 물줄기인 마인강이 흐르는 프랑크푸르트부터 알프스 산맥의 공기가 느껴지는 퓌센까지의 구간을 지칭한다. 로맨틱가도는 예부터 로마로 이어지는 길이라는 뜻에서 이름이 유래되었고 아직까지도 독일의 여러 가도 중에서 제일 인기 있는 곳이다. 나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로맨틱가도 버스를 타고 긴 거리를 하루 종일 이동했다.


버스를 타고 이동했기 때문에 앉아서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지만 역시 나는 직접 발로 걸어 다녀야 하는 체질인가 보다. 버스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갈수록 지루해져 갔고 로맨틱가도의 마을 하나하나를 제대로 둘러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마을을 둘러볼 수 있는 시간에는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활용 위해 서둘러서 이동했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로맨틱가도
뷔르츠부르크 레지덴츠 앞
로텐부르크 광장 주변

 

버스는 로맨틱 가도의 주요 마을에 정차하여 짧게나마 마을을 구경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로맨틱가도의 아기자기한 모습은 내 어린 시절의 향수를 자극했다. 로맨틱가도의 건물들은 삼각형 지붕과 네모난 건물로 지어져 있었고 창문이 많이 나 있었다. 집들의 색감은 , , , , , ,  어찌나 이쁘던지...  마을 하나하나가 예쁜 동화 속의 한 장면이었다. 집들은 마치 어린아이가 흰 도화지에 밑그림을 그리고 형형색색의 크레파스로 색칠을 한 듯 그려졌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짧아서 아쉬울 정도로 마을은 정말 예뻤다. 아마도 여기에 사는 사람들은 어린아이와 같은 동심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모르겠다.



2015년 9월 19일


노이슈반슈타인 성 앞에서


백조- 알프제 호수


구름이 끼고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해서 나는 성에서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에 알프제 호수가 다시 보였는데 백조들과 푸른빛의 물을 다시 보고 싶어서 호수에 들렸다. 호수의 푸른빛이 반사되고 그 위에 우아하게 백조들이 떠있었다. 루드비히 왕은 아마도 이 모습에 반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유럽 100일 여행 中 D-35'


디즈니 성의 모티브,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설명할 때 항상 따라다니는 수식어이다. 루드비히 2세가 바그너의 오페라 중 「백조의 전설」에 감명을 받아서 지었다는 성은 실제로 방문했을 때도 다양한 형태로 백조를 묘사하고 있었다. 성 내부의 샹들리에, 탁자, 촛대, 태피스트리, 장신구 하나하나에서 백조를 나타냈고 정원의 분수대, 조각상에서도 백조의 모습이 있었다. 그리고 호엔슈방가우 성과 노이슈반슈타인 성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알프제 호수에서도 백조가 존재했다.


관광안내소에서 지도를 받아 들고 보던 중에 호수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성을 관람하러 이 곳에 온 것이었지만 왠지 모를 호기심과 성으로 가기 직전에 호수가 있었기 때문에 겸사겸사 들르게 되었다. 호수는 알프스 산맥의 푸르름으로 인해 에메랄드색으로 빛났고 그 가운데 백조들이 유유히 떠다니고 있었다. 호숫가에는 이미 많은 관광객들이 있었고 나도 그 틈에 끼어서 백조들의 모습을 관찰했다. 하지만 백조들을 한 번만 보고 가기에는 아쉬웠다.


알프제 호수
백조. 알프제 호수
바로 앞에서 본 백조들


어젯밤 로맨틱가도 버스의 종착점인 퓌센에서 같은 버스에 타고 있었던 한국인을 만나서 짧은 시간 인사를 나누고 숙소까지 바래다주면서 이야기 나눴다. 그녀는 델프트로 유학을 온 네덜란드 유학생인데 뮌헨의 옥토버페스트를 보기 위해 여행을 와서 잠시 퓌센에 오게 되신 분이었다. 그리고 오늘 예상치도 못하게 호엔슈방가우 성으로 가는 길목에서 그분을 다시 만나게 되어 동행을 하게 되었다. 같이 호엔슈방가우 성으로 가던 도중에 나는 그분에게 백조를 구경시켜드리고 싶어서 알프제 호수로 이끌었다. 호수는 푸르렀고 백조들은 여전히 우아했다.


동행 분과 헤어져 노이슈반슈타인 성 관람을 마치고 퓌센으로 돌아가기 전에 나는 다시 알프제 호수에 들렀다. 세 번째로 방문한 호수였지만 백조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은 달라져있었다. 불현듯 호수에서 떠다니는 백조의 우아한 자태와 노이슈반슈타인 성의 고상한 분위기가 겹쳐졌다. 루드비히 2세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역사적으로 무능한 왕이지만 그의 정치적 무능함으로 지금의 노이슈반슈타인 성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하다.


마리엔 다리로 가는 길에서 바라본 호엔슈방가우성과 알프제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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