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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광웅 Mar 25. 2016

100일 내가 본 유럽-더블린

시작, 새로움, 친절

2015년 8월 16일


리피 강변을 걸어가면서


시작- 리피 강


오는 길에 리피강 변을 봤는데 역시 한강 같은 강은 없었다.

'유럽 100일 여행 中 D-1'


더블린에 도착해서 바로 호스텔로 이동했다. 호스텔은 리피 강변 북쪽의 유명한 곳이었다. 호스텔에 도착하니 외국인들이 많다. 유럽에 왔으니 외국인이 많은 게 당연하지만 이 광경은 신기해 보였다. 호스텔 접수처에서 체크인을 하고 싶다고 하니까 직원이 이것저것 설명을 해주셨다. 말은 대충 알아들을 수 있는데 내 입으로 말이 나오지 않는다... 나에겐 모든 것이 낯설었다.


호스텔에 짐을 보관한 후 더블린 한인교회의 위치를 확인했다. 교회는 리피강을 거쳐 남쪽으로 이동해야 했다. 나는 짐을 챙긴 후 더블린의 거리를 따라 이동하기 시작했다. 얼마 안가 내 앞에 작은 물줄기가 나타났다. 나는 지도를 확인하고 나서야 내 앞에 보이는 것이 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말 작아 보였던 리피 강
리피 강


리피 강에 도착해서 느낀 점은 하나였다.


리피 강은 정말 작구나.


다들 중고등학교 사회 시간 때 졸지 않았다면 한 가지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강을 따라 문명과 도시가 형성되어 왔다는 것을 말이다. 인류의 4대 문명도 강을 끼고 형성되었고 우리나라의 역사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세계의 주요 도시들이 강을 통해 형성되었고 서울에도 한강이 존재한다. 서울에 사는 나에겐 한강이 강의 중심이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한강 밖에 몰랐다. 모든 강이 다 한강일 줄 알았다. 다 넓을 줄 알았다. 이런 나에게 다가온 리피 강은 귀엽다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었다. 작고 귀여운 강, 하지만 첫 도시의 강이라서 중요한 더블린의 리피 강.


더블린을 3일 동안 여행하면서 이 작고 귀여운 강에 대한 생각은 많이 바뀌었다. 리피강 변을 따라서 걸으며 작은 강이 주는 느낌이 무엇인지 눈으로 직접 보며 발로 직접 걸으며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모든 여행을 마치고 수많은 강을 보고 느낀 점은 더블린엔 리피 강이 어울린다는 것이다.


스파이어. 오코넬 거리




2015년 8월 17일


종탑. 트리니티 대학


새로움- 피닉스 공원


다 끝나고 나도 공원에 가고 싶어서 주변 동물원 옆 피닉스 공원에 들러서 잔디밭에 누웠다.
오늘 일정이 피곤했는지 금세 눈이 감겼다.

'유럽 100일 여행 中 D-2'


트리니티 대학, 체스터 배티 도서관, 기네스 양조장 박물관, 킬마니엄 감옥. 모든 일정을 마치고 내 몸은 녹초가 되었다. 킬마니엄 감옥이 도심의 서쪽으로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호스텔로 돌아가기 전에 쉴 만한 곳이 필요했다. 구글 지도를 확인하다가 킬마니엄 감옥 위쪽으로 큰 공원이 보였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도 없이 근처에 있어서 이동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이 피닉스 공원이었다. 내 눈 앞으로 드넓은 잔디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한 가지 신기한 점은 사람들이 잔디밭에 드러누워 있었다는 것이다.

잔디밭. 크라이스트 처치
기념비, 잔디밭 그리고 사람들. 피닉스 공원


유럽 여행을 준비하면서 나에게 설렘을 가져다준 사진들이 많이 있었다. 그중에 하나가 잔디밭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진들이었다. 잔디밭에 사람들이 누워있는 모습은 정말 신기했다. 잔디밭 사진들은 하나 같이 푸르렀고 사람들은 그 잔디밭 위에 누워서 쉼을 갖는다. 우리나라에선 푸른 잔디밭을 찾는 게 쉽지 않다. 주변은 차들이 다니는 포장도로가 많은 데다가 녹지가 많은 공원을 찾아간다고 해도 생각보다 푸르지 않은 잔디에 실망을 하게 된다. 잔디밭엔 그냥 눕지도 못한다. 돗 자락을 가져다가 주변을 깔끔하게 청소를 하고 나서야 사람들은 그제야 안심하고 눕는다.


내가 바라보고 있는 곳은 사진 속의 잔디밭이었다. 돗 자락도 없이 따뜻한 태양을 받으며 사람들이 누워 있다. 끝이 없이 펼쳐져 있는 잔디밭을 바라보며 내 발은 나도 모르게 사람들 틈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어느샌가 눈이 감겼다.


켈스의 서. 트리니티 대학
유럽의 교통수단 트램



2015년 8월 18일


멀리 보이는 크라이스트 처치

 

친절- 템플바


주스와 샌드위치를 시켜서 끝쪽에서 먹는데 너무 테이블이 좁아서 내 샌드위치가 떨어지면서 접시가 깨졌다...

나는 어쩔 줄 몰라하고 있는데 템플바 종업원이 와서 괜찮냐고 하면서 물어봤다. 나는 갖다 준 휴지로 음식물을 닦고 정황이 없어서 가만히 있었다. 나는 계속 미안하다고 했고 종업원은 다친 데 없냐면서 샌드위치를 새로 다시 해주겠다고 했다. 나는 너무 미안하고 고마워서 계속 미안하다 고맙다고만 한 거 같다.

'유럽 100일 여행 中 D-3'


더블린의 명소 중에 하나인 템플바에 들렀다. 나는 크리스천이기 때문에 술을 하지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유명한 곳은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템플바 안에 들어서니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내가 앉을자리는 보이지 않았다. 이미 안쪽의 좌석은 가득 찬 상태였기 때문에 나는 바깥쪽의 빈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마침 모서리 난간 쪽에 자리 하나가 보였다. 메뉴판을 집어 들고 그나마 저렴한 샌드위치를 시키고 자리에 앉았다.


템플바
템플바 내부 공연


템플바의 앞 쪽에는 공연을 하는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가게 안의 사람들은 모두 음악에 취해서 흥얼거렸다. 무슨 뜻인진 모르겠지만 나도 분위기에 심취되어 아일랜드의 정취를 느꼈다. 공연을 보다 보니 샌드위치가 나왔다. 좁은 난간에 접시를 놓고 나는 힘겹게 샌드위치를 먹었다. 그릇을 놓은 테이블이 난간에 붙어있었고 좁았기 때문에 그릇의 면적보다 작았다. 나는 최대한 그릇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조심하면서 행동했지만 일이 터졌다.


쨍그랑

나는 당황했다.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 순간 머리 속에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쳤다.

내가 괜히 좁은 자리에 앉아서 이렇게 사건이 터졌구나. 어떻게 영어로 설명해야 하지? 그릇 값은 얼마일까?

하지만 종업원들이 나에게 다가와서 해준 말은 이것이었다.


Are you okay?


내가 영어로 할 수 있는 말은 많이 없었다. Yes I'm okay, I'm so sorry... 종업원들이 다가와서 테이블을 닦아주고 휴지를 갖다 주었다. 나는 내 옷에 묻은 음식을 닦아내면서도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했다. 하지만 그들은 계속 괜찮냐고 물어봤다. 그리고 나에게 새로운 샌드위치를 만들어 주겠다고 말한다. 나는 정말 고맙고 말로는 표현 못 할  친절을 느끼며 감사를 표하고 싶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단어는 하나였다.


Thank you


고맙다는 말의 값어치는 얼마나 할까? 그 단어가 어떤 언어든지 간단히 설명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다. 내가 깨달은 것은 이 말의 값어치는 매길 수 없다는 것이다. Thank you라는 말 한마디에 내가 표현하고 싶은 감사의 마음이 다 담겨있었기 때문에...


난간 위 샌드위치. 템플바
더블린의 거리
호스텔 앞


유럽 여행을 하면서 모든 도시들을 잊을 수 없다. 특별히 더블린은 나의 첫 도시이기 때문에 더욱더 잊을 수가 없다. 더블린에서 만든 추억들과 만남들이 내가 유럽 여행을 하는 내내 원동력이 되었다. 그리고 더블린과의 만남은 내가 유럽을 바라보는 기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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