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광웅 Mar 26. 2016

100일 내가 본 유럽-에든버러

대박, 전통, 귀여움

2015년 8월 19일


2층 버스에서 바라본 에든버러


대박- 프린지 페스티벌


길을 걷다가 한복을 입은 여성분들이 지나가길래 동영상을 찍으니까 그분들이 찍히는 게 어색한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봤다. 그분들이 내가 한국사람이라고 하니까 '대박'이라고 하셨다 ㅋㅋㅋㅋ

나도 에든버러 한복판에서 한국인들을 만나니까 너무 반가워고 그들은 공연도 보라고 팸플릿도 주셨다 ㅋㅋ 내일 일정에 공연도 보러 갈까 생각해보고 있다 ㅎㅎ

'유럽 100일 여행 中 D-4'


긴 여행을 계획하면서 한 가지 염두에 둔 것이 있다면 바로 축제였다. 이왕 여행을 갈 거면 축제도 즐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도 그중에 하나였다. 8월에 시작되는 여행이었고 영국이 여행 초기에 있었기 때문에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은 나에게 딱 맞는 축제였다.


에든버러에 도착해서 보이는 고풍스러운 느낌이 드는 일정한 높이의 건물과 갈색 벽돌은 신기해 보였다. 이러한 신기함도 잠시 나는 로열 마일에서 더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되었다. 로열 마일은 전체가 길거리 공연장이었다. 여기저기서 길거리 공연가들이 공연을 펼치고 있고 사람들은 공연을 보기 위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나도 이에 질세라 공연을 하나라도 더 보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길거리 공연가들의 수준은 상상 이상이었다. 무대에 올라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그들은 뛰어난 공연을 보여줬고 공연이 끝나면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에든버러 성
에든버러 성
킬트와 백파이프. 로열 마일


이렇게 움직이다가 나는 우연히 한복을 입은 사람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에든버러 한복판에서 한복을 입은 사람들을 볼 줄 상상이나 했으랴? 나는 너무 놀라서 한복을 입은 사람들을 촬영하면서 그들에게 한국인이냐고 물어봤다. 나만 놀란 게 아니었다. 그들도 놀랐는지 나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대박


정말 대박이다! 나에게도 대박이었고 그들에게도 대박이었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서 나는 다음날 그들의 공연을 보러 가게 되었다. 형형색색의 한복을 입고 하나하나의 무대가 펼쳐질 때마다 감탄이 나왔다. 외국에서 보는 한국의 무대는 또 다른 감동이다. 여행을 하다 보니 한국인을 만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지만 한국의 공연을 본다는 것은 대박이었다. 한복이 아름답다는 것도 바로 이때 깨달은 사실이다.


우연히 만난 한국 공연단
'PAN'의 공연이 끝나고 기념 촬영



2015년 8월 20일


로열 마일에서 바라본 에든버러의 전경


전통- 밀리터리 타투


우리나라에 있을 때는 너무 익숙한 나머지 우리 것의 소중함을 몰랐었는데 막상 나라 밖으로 나와 우리 것을 발견하니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새삼 스코틀랜드가 보여준 그들의 문화(백파이프와 용감한 스코틀랜드)가 그들이 그만큼 자신의 문화를 사랑하고 널리 알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유럽 여행 100일 中 D-5'


프린지 페스티벌 기간 중에 또 하나의 축제가 있다면 바로 밀리터리 타투다. 오래전부터 준비했었던 여행이기 때문에 밀리터리 타투 공연 티켓을 사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축제기간 중 저녁 6시가 지나가면 로열 마일의 안내 요원들이 길을 통제하기 시작한다. 공연은 에든버러 성 앞의 광장에서 하게 되는데 엄청난 인파를 뚫으면서 들어가야 한다. 좌석에 앉아서 공연을 기다리는데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했다. 도저히 8월 날씨라고 믿기 힘든 추위를 느끼며 기다리다 보니 날이 어두워졌다.


드디어 시작이다!


전 세계에서 온 군악대의 연주와 그들의 특별 순서들 하나하나가 에든버러 전체를 울렸다. 공연 후에 불꽃놀이 또한 하이라이트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강렬하게 느끼게 된 것은 에든버러가 자신들의 전통을 사랑한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스코틀랜드가 무엇인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었다. 스코틀랜드 전통의상인 킬트를 입고 백파이프를 불면서 Scotland The Brave를 연주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진정한 스코틀랜드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밀리터리 타투 공연
밀리터리 타투 공연


나는 영국을 하나의 나라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유럽의 지리에 대해서 공부할 때도 영국은 브리튼 섬과 북아일랜드라고 간단하게 넘어갔었지 정확하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정확하게 영국을 지칭하려면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라고 해야 한다. 에든버러에서 온 사람에게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면 Scotland라고 대답한다. 런던에서 온 사람에게 어디서 왔냐고 물어본다면 England라고 대답한다. 대부분이 UK 혹은 Britain 출신이라고 대답하지 않는다.


그럼 왜 그들은 그렇게 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그들 스스로 출신지를 달리 말하는 것일까? 그들은 무엇이 다른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한 확실한 방법은 그들의 땅을 밟으며 그들의 문화를 체험하는 것이다.


이른 아침 로열 마일



2015년 8월 21일


에든버러 외곽 로슬린 마을


귀여움- 브리타니아 호


이렇게 방을 둘러보면서 나는 이상한 것을 발견했는데 귀여운 강아지 인형이 곳곳에 있는 것이었다. 나는 처음에 이 인형이 브리타니아 호의 장식 중 하나라고 생각했지만 나중엔 이 인형이 계속 나타나길래 이 인형을 찾는 일에 재미를 붙이게 되었다.

'유럽 100일 여행 中 D-6'


브리타니아 호에 가기 위해서는 에든버러 시내에서 북쪽으로 올라가야 한다. 북해 근처의 오션터미널 안으로 들어와 점심을 먹고 브리타니아 호로 들어섰다. 브리타니아 호에서 나는 처음으로 한국어 가이드를 쓰게 되었다. 영어를 알아들을 순 있지만 기왕이면 한국어로 들어야 이해가 빠르다. 한국어 가이드가 있는데 구태여 영어 가이드를 들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한국어 가이드로 브리타니아 호 관람을 시작했다.

브리타니아 호는 생각보다 제법 커서 관람을 하는데 3시간 정도 시간이 소요되었다. 나는 선체 내부가 어떻게 쓰였는지 왕실의 방과 선원들의 침실, 거실, 주방, 식당, 휴게소 등 다양한 용도의 방을 하나하나 구경했다. 그러다가 문득 강아지 인형을 보게 되었다.

우와 귀엽다 ㅎㅎ

처음에는 원래 방 안에 있는 인형이겠구나 하고 넘어갔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관람을 계속하면 할수록 똑같은 강아지 인형들이 계속 나타나기 시작했다.


브리타니아 호
강아지 인형이 계속 나타나기 시작했다


강아지 인형은 원래 브리타니아 호에 있다고 생각될 정도로 어색하지 않았다. 나는 브리타니아 호를 관람하는 것보다 강아지 인형을 찾는데 푹 빠지게 되었다. 관람을 마치고 기념품 가게로 들어서니까 내가 봤었던 강아지 인형에 대한 광고가 있었다. 강아지 인형이 몇 마리가 있었는지 맞추면 상품을 주는 행사였다.


기념품 가게에 있던 할아버지께 강아지 인형 사진을 보여주니까 관광객인 내가 이런 걸 알아차리다니 하면서 놀라워했다. 할아버지께서는 웃으시더니 갑자기 기다리라고 하면서 어디론가 가셨다. 잠시 후 할아버지께서 사탕을 듬뿍 주면서 한마디 하셨다.


 너에게만 특별히 많이 주는 거니까 다른 사람에겐 비밀이야.

매거진의 이전글 100일 내가 본 유럽-더블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