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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광웅 May 16. 2016

100일 내가 본 유럽-바르셀로나(Ⅲ)

함께, 가우디

2015년 9월 27일


함께. 바르셀로네타 해변가


함께- 바르셀로네타

                                                                                                                                                

지금까지 혼자 여행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재밌는 시간을 보냈었다. 그 시간들은 내 인생에 중요한 순간순간들이지만 관계에 있어서 그들은 잠깐 만나고 헤어질 사람들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와 함께 할 사람이다.

'유럽 100일 여행 中 D-43'                                         


여행은 해변을 적시는 바닷물


밀물을 통해 받아들일 줄 알고


썰물을 통해 떠나보낼 줄 안다




해변의 바닷물이 들어오고 나가듯


인생도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한다


그러기에 우리는 함께할 사람을 만든다




아름다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인생의 동반자 Compañero de vida


나와 함께 할 사람과 영원히 여행을 하고프다


바르셀로네타



2015년 9월 28일


구엘 공원에서


가우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앞은 입구고 뒤는 매표소와 출구 쪽이었는데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 를 돌아도 안 보이니까 나는 절망에 빠졌다. 이미 가이드님께 입장료까지 다 낸 상태였고 바르셀로나 마지막 날에 하이라이트인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눈 앞에서만 보고 떠나야 한다는 생각에 내가 왜 그때 참지 못하고 가이드님을 안 따라가고 핸드폰 매장에 들렸을까 하는 후회감이 밀려왔다.

핸드폰이 터치가 안되기 때문에 연락을 할 수 있는 길이 없었고 울타리 너머의 성당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유럽 100일 여행 中 D-44'                                             


오늘은 바르셀로나의 하이라이트인 가우디를 만나는 날이다. 하지만 이른 아침 지하철을 타고 가우디 투어 시작 장소로 이동하는 중에 문제가 생겼다. 핸드폰 터치가 안 되는 것이었다. 가능한 많은 버튼을 이리저리 눌러보고 스크린의 이곳저곳을 만져봤지만 무용지물이었다. 핸드폰으로 할 수 있는 건 고작 현재 시간을 확인하는 것뿐이었다. 그래도 잠깐 동안 이상이 있겠구나 어레 짐작하고 몇 분 후 다시 작동시켜보기로 했다.


카사 비센스, 구엘 공원, 카사 바트요, 카사 밀라... 나는 관광지를 이동할 때마다 수시로 핸드폰을 확인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혹여나 핸드폰이 고장 난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한 생각이 들었고 내 마음은 점점 초조해져 갔다. 식당에서 가이드님이 가우디와 스페인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지만 내 신경은 온통 핸드폰뿐이었다. 나는 제발이라는 심정으로 핸드폰을 눌러봤지만 그대로였다.


카사 비센스
카사 바트요
카사 밀라


마지막 코스인 사그리아 파밀리아로 이동하기 위해 지하철 역 안으로 들어왔는데 내 눈에 오렌지 핸드폰 매장이 들어왔다. 일행 분들이 개찰구 쪽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길래 나는 서둘러서 핸드폰 매장으로 들어갔다. 직원은 나에게 무슨 문제가 있냐 물어봤고 핸드폰 터치가 작동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직원도 원인을 모르는지 핸드폰 설명서를 찾아보며 내 핸드폰을 차근차근 눌러보았다. 상황이 심각한 건지 직원은 30분 정도 시간을 달라고 했다. 나는 일행이 있어서 30분이란 시간적 여유가 없었고 어쩔 수 없이 핸드폰 매장을 빠져나와야 했다.


일행이 없어졌다...


내가 매장에 있었던 사이에 일행들은 벌써 이동했다. 나는 한시라도 빨리 일행들을 따라잡기 위해서 지하철 승강장으로 뛰어갔다. 발을 동동 구르며 지하철이 빨리 오길 기다렸지만 지하철 시간은 평상시와 다름이 없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지하철 역은 수많은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수많은 인파 속에서 나는 투어 일행을 찾으려고 성당 주변을 계속 돌아다녔다. 분명히 근처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일행들은 보이지 않았다. 성당 주변을 세 바퀴나 돌았지만 일행은 없었다. 성당 입구 안내원들에게 한국인 그룹에 대해서 물어봤지만 그들이 관광객 국적을 신경 쓸리는 없었다. 나는 절망에 빠졌다. 가이드님께 성당 입장료를 미리 냈었기 때문에 돈도 잃고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저쪽에서 가이드님이 나에게 손짓을 했다. 가이드님은 계속 전화를 하셨다고 했지만 나는 전화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고 가이드님도 나를 찾기 위해 성당 주변을 돌아다니셨다고 하셨다. 나는 일행을 다시 찾았다는 고마움과 반가움 때문에 눈물이 핑 돌았다. 가이드님의 설명은 탄생, 수난, 영광 중에 수난부터 들을 수 있었지만 설명을 들을 수 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나는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하마터면 들어가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에 감격할 수밖에 없었다. 내 머릿속에는 내가 방문했었던 많은 성당들이 스쳐 지나갔다. 모든 성당들이 각자의 모습을 가지고 있듯이 사그라다 파밀리아도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가우디만의 독특한 건축 양식이 들어있었지만 나는 그 속에서 또 다른 모습을 발견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에는 가우디의 신앙심이 들어있었다. 성당 안에는 하나님을 높이고자 했던 가우디의 모습이 들어있었다.


탄생. 사그라다 파밀리아
수난. 사그라다 파밀리아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다시 오렌지 매장에 들렀다. 직원은 아직도 있었고 나는 다시 내 핸드폰을 건네주었다. 직원은 이리저리 만져보다가 버튼만을 이용해서 강제 종료를 했다. 그리고 핸드폰을 켰을 때 핸드폰은 다시 작동했다. 나는 정말 기뻐서 방방 뛰었다. 직원은 진정하라고 하면서 자신은 강제 종료만 한 것뿐이라고 했다. 


Gracias

이번 일을 계기로 나는 나의 모습을 반성했다. 나는 나의 충동적 욕심 때문에 내가 해야 할 일을 온전히 따르지 않았다. 가우디 투어를 하면서 핸드폰에 대한 걱정이 앞섰던 내 모습은 믿음이 없는 행동이었다. 인간적으로 연약한 나에게 가우디는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통해 많은 것을 알려주었다. 그는 뛰어난 건축가이기 이전에 참된 예배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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