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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광웅 May 17. 2016

100일 내가 본 유럽-발렌시아

운동, 취함

2015년 9월 29일


예술 과학 단지


운동- 투리아 정원


나는 발렌시아 사람들이 이렇게 저녁시간에 운동을 열심히 하는지 몰랐다. 그리고 내가 여행자의 입장으로만 정원을 판단하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시민들은 정원을 운동하는 공간으로 잘 활용하고 있었고 남녀노소 상관없이 정원 산책로를 뛰어다녔다. 중간에 축구 코트도 있었는데 거기도 사람들이 축구를 하고 있었다. 나는 발렌시아 사람들이 저녁시간 운동을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눈으로 보게 되었다.

'유럽 100일 여행 中 D-45'


현재 볼 수 있는 청계천의 모습은 복원 사업으로 인해 2005년에 완공된 모습이다. 청계천의 모습이 본래의 모습이 아니라 인공적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역사적, 문화적 관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복원 후 청계천은 도심의 열섬 현상을 완화시키는 효과뿐만 아니라 밤에 보는 풍경도 환상적이어서 세계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관광 명소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발렌시아의 투리아 정원은 이와 반대의 사례이다. 1957년 홍수로 인해 투리아 강은 범람하였고 이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되었다. 이러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발렌시아는 투리아 강을 정원으로 바꾸는 사업을 시작한다. 강 하류의 물줄기를 나누고 지중해로 나가는 상류 쪽은 녹지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유럽여행 중 본 투리아 정원은 아직도 공사가 한창이었고 볼 만한 것이 많이 없었다.


나는 투리아 정원에서 강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는 것에 아쉬움을 느꼈다. 자연재해에 의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강을 덮은 거긴 했지만 청계천 같이 물줄기를 만들어 놨더라면 조금 더 멋진 장소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변은 온통 공사 현장이었고 정원의 꽃들도 그다지 볼만한 것이 없었기 때문에 나의 실망감은 갈수록 더해갔다.


정비가 안된 투리아 정원


예술 과학 단지에서 야경을 보고 투리아 정원을 통해 돌아오는 길에 나는 낮에 봤던 풍경과 전혀 다른 모습을 목격했다. 어디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왔는지 발렌시아 사람들이 하나둘씩 운동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니, 하나 둘이 아니었다. 정원의 산책로를 따라 몇십 명씩 무리를 지어가며 열심히 조깅을 하고 있었고 정원 한편에서는 아이들이 축구 경기를 하고 있었다.


투리아 정원은 관광지로서의 매력은 부족했지만 현지인들에게는 중요한 장소였다. 나는 단순히 청계천의 사례만을 생각해서 투리아 강을 볼 수 없음을 아쉬워했지만 그건 내가 관광객의 입장에서만 생각했던 것이었다. 투리아 정원은 현재 발렌시아 사람들이 아침저녁으로 이용하는 운동 공간이었고 강이 아니더라도 그 역할을 충실히 다하고 있었다.


오페라 하우스. 예술 과학 단지
운동하는 사람들. 투리아 정원



2015년 9월 30일


말바로사 해변으로 가는 길에


취함- 상그리아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처음 상그리아를 마실 때는 포도주스인지 알았다. 맛도 있어서 나는 계속해서 마셨다.

도수가 높았다면 한 번 마시고 도수가 높다는 것을 알고 그만뒀을 텐데 상그리아는 그런 게 아니었다. 처음에는 모르지만 마시면 마실수록 어지러워지는 게 느껴졌다. 점점 어지러워지니까 파에야를 먹는 것도 힘들어졌다.

'유럽 100일 여행 中 D-46'                                           


유럽의 식당 문화는 한국과 큰 차이가 있다. 식당에 들어가면 주 요리와 함께 음료를 주문하는 것이 예의이며 이 외에도 식전 빵이나 후식으로 인해 비용이 추가로 들 수 있다. 음료의 종류도 간단한 물부터 탄산음료, 과일주, 맥주, 와인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이중에 알코올이 들어간 맥주나 와인의 가짓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으며 식사와 함께 음료를 나누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학가나 직장 회식자리에서 술을 마시는 문화가 발달했기 때문에 식사 중에 주류를 즐기는 유럽의 문화는 너무도 낯설어 보인다.


모래 사장. 말바로사 해변


나는 점심을 먹기 위해 말바로사 해변 근처의 파에야 식당으로 이동했다. 파에야 전문 식당이었기 때문에 주 요리로 파에야를 주문하고 음료를 주문하기 위해 웨이터에게 메뉴판에 쓰여있는 음료들에 대해 물어봤다. 처음에는 과일주를 생각했지만 웨이터는 나에게 스페인 전통 음료인 상그리아를 추천해 주었다. 유럽의 음료에 대해 전혀 지식이 없었던 나는 웨이터가 권해 준 상그리아를 주문했다.


생각보다 많은 양의 상그리아에 놀랐지만 오늘만은 여유를 가져보고자 천천히 식사를 즐겼다. 파에야 한입, 상그리아 한 모금 그리고 다시 파에야 한입, 상그리아 한 모금. 생각보다 상그리아가 맛있어서 계속 마셨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내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크리스천이라 평생 술을 입에 대지 않았는데 그 날 나는 술에 취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고 어지러웠다. 일어서려고 해도 내 앞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흔들거려서 균형을 잡을 수 없었다. 결국 화장실에서 30분간 정신을 잃었다.


스페인 전통 음료 상그리아


유럽의 식사 중 술 문화는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에 마실 것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알코올을 피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조그만 더 자제하고 어지러움을 느꼈을 때 그만뒀더라면 쓰러지는 일도 없었을 텐데라는 생각과 함께 죄책감이 들었다. 나는 이날 술에 취하면 왜 위험한지 절실히 느꼈다. 술 자체가 나쁘다고 할 수 없지만 그로 인해 생기는 사고들을 생각해보면 술에 대해 엄격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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