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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광웅 Jun 18. 2016

100일 내가 본 유럽-리옹

파티, 걱정

2015년 10월 15일


뿌옇게 보이는 푸르비에 노트르담 대성당과 철탑


파티- 라끌레뜨


손 강 근처에 있는 집이었는데 거기서 같이 음악을 들으면서 클로에를 기다렸다. 다들 프랑스어를 써서 같이 이야기하는 시간이 적긴 했지만 음악을 즐기며 있었다.

클로에가 오고 그 특이한 프라이팬에 라끌레뜨를 위한 준비를 했다. 여러 종류의 베이컨과 치즈가 준비되고 위에는 감자를 끓이는 냄비가 준비되고 베이컨에 치즈를 구워서 베이컨과 같이 먹는 거였다. 처음 먹는 거였지만 맛있게 먹었다.

메인을 먹을 땐 레스토랑처럼 클래식을 틀었다 ㅋㅋ

거기에는 큰 스크린에 컴퓨터가 연결되어 있었는데 메인을 다 먹고 파돌리기송 졸라맨 해피트리프랜드 wsdf 등 고전적이고 특이한 것들을 틀어댔다. 그들 취향이 참 독특하다 ㅋㅋ

 '유럽 100일 여행 中 D-61'


진짜 지저분하다...  


음악, 언어, 사진, 영화 전공인 윌리엄, 마티나, 클로에, 제시 4명의 호스트들은 정리정돈이라고는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지저분하게 널브러진 책들과 알아볼 수도 없는 물건들, 주방에는 설거지가 안된 채 방치된 그릇들이 쌓여있고 집 안 곳곳에는 누구의 것인지도 모르는 빨래들이 널려있었다. 악기들도 많이 있었는데 취미로 한다기엔 종류가 정말 많았다. 윌리엄은 기타를 전공으로 할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악기를 다룰 줄 알았고 마티나와 제시도 각각 트럼펫과 키보드를 취미로 연주했다. 언어학을 전공하는 마티나 외에는 다 영어실력이 나와 마찬가지로 어눌했지만 그래서인지 더 친근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저녁에 친구들과 파티를 연다고 해서 나도 관광을 마치고 그들과 함께 하기로 했다.


리옹 관광은 순탄치 않았다. 스위스로 온 후부터 날씨는 급격하게 추워졌고 비까지 더해져서 살을 에는 듯한 냉기를 느꼈다. 가뜩이나 수족냉증이 있어서 손이 차가운데 바람과 비로 인해서 손은 점점 빨갛게 부어올랐다. 나는 한시라도 빨리 푸르비에 노트르담 대성당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성당이 위치한 푸르비에 언덕은 언덕 그 이상이었다. 유럽여행을 하면서 전망이 좋은 관광지는 높은 곳에 있다는 것을 몸소 깨닫게 되었지만 머리로 안다고 해서 몸이 괜찮은 것은 아니다. 항상 관광지를 등산하면서 느끼지만 여행에서 체력은 필수적인 요소다.



푸르비에 노트르담 대성당 안에 있는 동안 나는 얼어붙은 몸을 녹이느라 움직일 수 없었다. 성당에서 나와 바로 앞의 전망대에서 보이는 리옹의 전경도 볼만 했지만 나의 몸은 더 이상의 일정을 진행할 수 없었다. 나는 빨간 지붕이 보이는 풍경을 뒤로하고 푸르비에 언덕을 빠르게 내려왔다. 비는 그쳤지만 여전히 쌀쌀하고 바람이 불어서 도저히 바깥에 있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호스트들이 초대한 파티까지는 시간이 남아있었지만 나는 일찍 숙소로 이동했다. 숙소에서는 호스트들이 그들의 친구들을 기다리며 파티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푸르비에 노트르담 대성당 앞에서 보이는 철탑
푸르비에 노트르담 대성당 내부
전망대에서 바라본 리옹 구시가지


파티라고 해서 클럽이나 큰 장소에서 할 줄 알았는데 손 강 근처 그들의 친구 집에서 조그맣게 모이는 것이 다였다. 영어를 못하는 친구가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프랑스어를 쓰고 내가 프랑스어를 못 하기 때문에 영어도 쓰니까 대화 주제가 뒤죽박죽이 되었다. 이야기가 어찌 됐든 간에 먹을거리 앞에서는 모두가 조용해진다. 제시가 식사시간에 맞춰 클래식 음악을 틀었다. 저녁은 프랑스식 가정 요리인 라끌레뜨였다. 라끌레뜨를 요리할 수 있는 그릴은 특이하게 생겼다. 프라이팬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아래쪽에 공간이 있어서 치즈를 녹일 수 있도록 했다. 치즈를 알맞게 익힌 후에 프라이팬 위에 있는 여러 종류의 햄과 따로 준비한 감자를 얹어서 먹으면 음식이 치즈와 함께 사르르 녹는다.


저녁을 먹은 후에도 그들은 컴퓨터로 팝이나 재즈 음악을 듣기도 하고 파돌리기송, happytreefriends와 같은 유머 동영상을 보며 놀았다. 솔직히 나는 중학교 시절에 다 봤던 것들이긴 하지만 다시 봐도 황당하고 웃겼다. 언어와 나라가 달라도 유머 코드는 비슷한가 보다. 비록 친구들끼리 모이는 조그만 파티였지만 우리는 트램이 끊길 때까지 신나게 놀았다.


파티를 즐기러 가는 차안



2015년 10월 16일


푸르비에 성당과 철탑이 보이는 벨쿠르 광장


걱정- 떼뜨 도흐 공원


나는 야경을 계속 보고 싶어서 론 강을 따라 내려가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는 사람들이 다 있었다.

오늘 있었던 이야기를 하고 나는 시간이 남아 내일 님의 일정을 어떻게 할 건지 고민을 했다. 머리를 쥐어짠 끝에 님으로 가는 테제베 티켓은 버리기로 했다. 그리고 아비뇽으로 가는 티켓을 사서 가르교에 가기로 했다. 이렇게 되니 일정에 없었던 아비뇽을 구경할 수 있게 되었다.

'유럽 100일 여행 中 D-62'


밤늦게 놀다 보니 늦잠을 잤다. 어젯밤 제시가 나에게 게이트볼을 알려준다고 약속을 했었기 때문에 기다리는 동안 집에 있던 윌리엄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음악 전공인 윌리엄은 나에게 한국 음악에 대해 물어봤다. 국악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지만 에든버러에서 봤었던 공연이 생각나서 유튜브에서 판의 공연 영상을 보여주었다. 윌리엄도 나에게 'House of the Rising Sun'의 코드를 알려주고 나에게 키보드로 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나는 키보드로 그는 기타로 여러 가지 곡을 연주하다 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었다.


점심을 먹고 내일 일정을 살펴보았다. 그러던 중에 문제가 생긴 것을 발견했다. 가르교에 가기 위해서 리옹에서 프랑스 남부 도시인 님까지 가는 열차 승차권을 미리 구입했었지만 님에서 가르교까지 가는 버스 배차 시간이 일정과 안 맞는다는 것이었다. 가르교는 아비뇽과 님에서 출발하는 버스가 각각 있는데 당일치기로 가르교를 다녀오기 위해서는 님이 아닌 아비뇽에서 출발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가르교에 가기 위해서는 미리 구입했던 TGV 표를 포기하고 다시 새로운 TGV 표를 사야 했다.


유럽의 교통수단은 미리 예약하면 그만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런던과 파리를 오가는 유로스타의 경우 탑승일 기준으로 6개월 전부터 구입이 가능한데 이때를 기준으로 표 값이 계속 상승하기 때문에 일찍 서두를수록 가격 혜택을 많이 받을 수 있다. 다만 이렇게 할인받은 표는 환불을 받을 수 없다는 위험성이 존재한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열차 TGV도 3개월 전에 구입하면 제일 저렴하다. 나는 머리가 너무 아팠다.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안 왔다. 계획을 세우고 여행을 다녔기 때문에 미리 표를 구입했었지만 오히려 환불도 못 받고 비싼 표를 더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공원으로 가는 길에
넓은 잔디밭. 떼뜨 도흐 공원
사슴. 떼뜨 도흐 공원


프랑스 남부 지방 교통수단도 알아보고 있었기 때문에 생각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더 이상 고민하기 싫었다. 계획에는 없었지만 구글 지도를 살펴보던 도중 리옹에도 공원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공원에 가면 휴식이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나의 걱정들을 잠시 내려놓고 습관처럼 밖으로 나갔다. 내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날씨가 추워져서 잔디밭에 누울 수는 없었지만 공원에서 뛰노는 사슴들을 보며 내 마음도 평안을 찾아갔다. 이왕 밖으로 나온 김에 야경도 보고 싶어 졌다. 가을의 문턱을 넘어선 유럽의 밤은 금방 찾아왔고 생각보다 빨리 리옹의 야경을 볼 수 있었다. 론강에서 바라본 푸르비에 언덕과 푸르비에 노트르담 대성당은 고요하게 빛났다.


떼뜨 도흐 공원의 휴식과 푸르비에 언덕의 매력적인 야경, 갑자기 내가 잊고 있던 것들이 떠올랐다. 사실 아무것도 아닌 걱정거리인데 이것들로 인해 고민하고 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여행을 하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다 경험하고 배운 것들이었는데 어느샌가 까맣게 잊고 있었다. 나는 결국 미리 구입한 할인 표를 버리고 다시 새로 구입하기로 했다. 돈은 더 들었지만 나는 계획에도 없었던 아비뇽을 구경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론 강변의 산책로
고요하게 빛나는 리옹의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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