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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광웅 Jun 16. 2016

100일 내가 본 유럽-제네바

대칭, 국제적

2015년 10월 13일


과학과 혁신의 글로브. CERN


대칭- CERN

         

세른의 투어는 20명 남짓이 참가했다.

가이드가 오더니 ppt를 켜서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다. 오랜만에 과학을 하고 ppt로 진행을 하시니까 학교 영어강의를 듣는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공부하기 싫어서 여행 왔는데 오랜만에 들으니까 괜히 재밌어 보였다.

세른은 입자 물리학 양자 역학을 연구하는 곳이다. 물리를 좋아하지 않고 거기에다가 미시적인 것을 싫어하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열심히 듣고 가기로 했다.  

'유럽 100일 여행 中 D-59'                                              


2013년 3월 14일, CERN에서 신의 입자라고 불리는 힉스 입자 발견을 공식 발표했다. 


인간은 인류가 생긴 이래로 끊임없이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해왔다. 자신의 존재에 대한 궁금증에서부터 출발한 이 물음은 우주의 기원을 찾는 문제로 이어진다. 현대 사회는 과학과 이성이 지배하는 사회다. 과학은 인간의 이성을 판단하는데 제일 적합한 수단이 되었고 과학자들도 이 흐름에 맞추어 세상의 근원을 과학으로 밝혀내고자 하였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뉴턴의 공식 'F=ma'는 불변의 진리처럼 보인다. 물리학은 뉴턴의 제 2법칙에서 시작되었고 우리는 이것을 모든 물리 공식을 푸는 열쇠처럼 사용하였다. 하지만 이는 현대의 양자 역학에 의해 처참히 무너졌다. 우리가 일상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을 다루는 고전 물리학과는 다르게 양자역학은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없는 미시적인 것들을 다룬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을 다루는 데는 확률적인 개념이 들어간다. 다시 말하면 확실하지 않다는 말이다. 과학이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될 수 있지만 양자역학은 통계학을 이용해 측정한다.


ATLAS 연구소 단지. CERN
입자 분석 연구소. CERN


CERN은 제네바에 위치한 세계 최대의 입자 물리학 센터이다. CERN은 내가 방문했던 ATLAS 연구소 외에도 제네바에 3개의 연구소가 더 존재한다. 총 4개의 연구소가 각각 제네바의 동서남북에 위치하고 지하에는 이 연구소들을 통과하는 입자가속기가 존재한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입자를 관찰하기 위해서는 거대한 실험기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이드 투어는 전체적으로 CERN의 역사와 연구에 대한 이야기로 진행되었다. ppt로 투어를 진행을 하는 모습은 흡사 학교 강의를 듣는 것 같았다. CERN의 큰 업적인 힉스 입자에 대한 설명도 빠지지 않았다.


입자 물리학에서는 남과 여, 빛과 어둠, 차가움과 따뜻함 같은 대칭성이라는 개념으로 힉스 입자를 설명할 수 있다. 입자를 계속 쪼개다 보면 최종적으로 나오는 기본입자가 있다. 이들 입자들은 질량이 존재하는데 이 때문에 대칭성이 깨어진다. 이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추가적인 입자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CERN에서 힉스 입자를 발견했다. 힉스 입자는 입자들에게 질량을 더할 수도 있고 감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우주의 기원에 대한 물음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게 됐다.


생각해보면 참 신기하다. 누구도 우주의 기원은 대칭적이라고 설명한 사람이 없었지만 과학자들은 대칭성에서 해답을 찾고자 했다. 어쩌면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진리가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과학은 알면 알수록 알아야 될 것이 많아지는 학문이다.


실제 크기로 그려진 입자 가속기
힉스 입자와 관련된 ppt
입자가속기를 제현한 방



2015년 10월 14일


제트 분수. 레만 호수


국제적- 유엔 본부

                                                                                                                                                 

제네바에 와서 파리를 다시 볼 수 있어서 정말 반가웠었다. 하지만 그 안의 내용물을 보면 파리와는 달랐다.

제네바하면 제트 분수와 꽃시계 호수 이렇게 생각하지만 그런 관광 도시 정도가 아니었다. 제네바는 국제적인 기구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다. 많은 국가들의 정상들과 대표들이 이 도시에 다녀가고 이 도시에는 많은 회의들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세계를 위해 존재하는 도시 제네바. 나도 세계를 위해 일할 수 있는 그런 인재가 될 수 있을까...

'유럽 100일 여행 中 D-60'                                            


제네바는 파리의 모습을 상기시켰다. 주변에 보이는 프랑스어 표지판, 프랑스식 건물 그리고 프랑스의 여유로움까지 모든 것이 파리에서 봤었던 것들이었다. 또한 제네바에는 제트 분수라는 거대한 분수가 존재한다. 바다 같이 넓은 레만 호수 가장자리에 위치한 제트 분수는 마치 폭포수처럼 주변의 모든 것들을 뿌옇게 만들었다. 이렇게 단순하게 보면 제네바를 제트 분수가 있는 스위스의 프랑스어권 도시라고 부를 수 있지만 실상 그 안을 들여다보면 도시 안에는 수많은 나라들이 존재한다. 내가 방문했었던 CERN, 국제 적십자사, 유엔 본부는 모두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그건 바로 이것들이 국제기구라는 것이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세계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해외여행에 대한 수요는 점점 늘어나고 있고 국내로 여행을 오는 외국인들도 몇 년 사이에 부쩍 늘었다. TV와 인터넷을 통해 세계 여러 곳의 소식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고 길을 다니다 보면 곳곳에서 영어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세계화는 피할 수 없는 물결이며 거스를 수 없는 추세다. 세계화의 흐름에 발맞추어 국제기구의 중요성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몽블랑 다리 위에서
다리 밑으로 흐르는 론강
꽃 시계


레만 호수를 감상하기 위해 자리를 잡았지만 구름이 햇빛을 가리고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제트 분수를 더 보고 싶었지만 추운 날씨 때문에 도저히 밖에 있을 수 없었다. 나는 실내로 들어가고 싶었고 그러다 어제 못 갔었던 유엔 본부가 생각났다. 입장 절차가 복잡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나는 입구에서 여권을 검사받은 후 바로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유엔 본부도 CERN과 마찬가지로 소규모 인원으로 구성된 가이드 투어로 진행되었다.


투어를 진행한 장소는 20번 방, 의회실, 회의실 세 곳뿐이었지만 나는 건물 안을 이동하면서 세계 각지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모두 자기 나라를 대표해 제네바에서 열리는 모임에 참여하기 위해 온 사람들이었다. 유엔에서는 남북에 대한 토론이 계속 논의 중이고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수많은 안건이 오고 가고 있다. 투어를 마치고 건물 밖으로 나오며 가입국들의 국기를 바라보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대한민국의 국기도 그중에 있었다.


역설적이게도 외국에 나가면 우리나라를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평상시에는 몰랐지만 유럽여행을 하면서 외국인들이 대한민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깨달았다. 그들은 한국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분단국가로 생각하고 있었다. 아직도 냉전 체제의 아픔을 가지고 분단된 나라. 대한민국이 South, North로 불리는 상황이 너무도 가슴이 아프다. 나는 유엔 본부에서 나의 사명을 재인식하고 간다.


의회실. 유엔
회의실. 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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