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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광웅 Mar 30. 2016

100일 내가 본 유럽-런던(Ⅰ)

찬양, 야경

2015년 8월 23일


사람들로 붐비는 자연사 박물관


찬양- 힐송 처치


예배가 시작되고 찬양이 한껏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전 세계에서 손을 들고 뛰면서 찬양하는 모습에 감격 받아 손을 들고 찬양하게 되었다. 나는 런던 한가운데에서 전 세계 사람들과 같이 찬양하고 있다는 생각에 계속 뛰었다. 

계속 뛰고 계속 뛰었다.
정말로 기뻐서 뛰었다. 

'유럽 100일 여행 中 D-8'


런던 여행의 첫날 나는 빅토리아&알버트 박물관과 자연사 박물관을 관람했다. 이 두 박물관은 이전의 다른 박물관들과 달랐다. 이전에 더블린, 에든버러, 요크의 많은 박물관들을 다녀왔지만 런던만큼 규모가 큰 박물관들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원래 나는 이 두 박물관에 각각 2시간의 시간을 할당했다. 하지만 이건 내가 박물관들의 크기를 모르고 한 실수였다. 봐도 봐도 끝없이 나오는 전시품들과 미로 같이 얽혀있는 전시실들에 시간은 계속 지체됐고 내 발은 끊임없이 서둘러야 했다.


이 박물관은 도대체 얼마나 큰 거야...


설상가상으로 자연사 박물관에서는 붐비는 인파에 휩싸여 내가 박물관을 관람하는 건지 휩쓸려 다니는 건지 분간이 안됐다. 그래도 나는 사람들 틈에 끼어 다니면서까지 봐야 될 것들은 다 보고 나왔다. 하지만 박물관을 나온 후 내 몸은 말이 아니었다. 무리하면서까지  박물관들을 관람하고 나니 발은 저리고 몸은 쑤셨다. 그래도 예배는 드려야 한다는 믿음 때문에 지친 몸을 이끌고 힐송 처치로 향했다.


런던의 상징, 빨간 전화 박스


여행을 하면서 주일성수는 꼭 해야 했기 때문에 일요일엔 예배 일정을 넣었다. 그리고 오늘은 런던 힐송 처치에 가는 날이었다. 힐송 예배가 드려지는 도미니언 극장 앞은 이미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극장 로비에선 상냥한 흑 누나들이 교회 주보를 나눠줬다. 극장 안은 이미 예배가 시작되고 있었다. 나는 흑 누나의 옆으로 자리를 안내받았다. 런던에 와서 흑인들의 비중이 많이 늘어나긴 했지만 이렇게 많은 흑 형, 누나들이 있는 광경은 처음이었다. 물론 흑인 이외에도 상당수의 백인들과 많지 않은 수의 아시아인들이 보였다.


힐송 처치 입구
예배. 힐송 처치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보인다.


찬양은 뜨거웠다. 찬양 인도자들은 쉼 없이 뛰었고 예배를 드리러 온 전 세계 사람들이 손을 들고 찬양했다. 나도 뛰고 싶었지만 괜히 눈치가 보여서 잘 뛰지 못했다. 하지만 내 마음속은 찬양의 열기가 솟구쳤다. 나는 찬양의 감동을 가지고 다음 예배도 드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예배가 끝나자 나는 1층 앞자리로 내려와 기도로 다음 예배를 준비했다. 다음 예배도 똑같은 찬양으로 드려졌지만 내 마음은 훨씬 더 뜨거웠다.


Holy Spirit Rain, Burning like a Fire!

나는 런던에 와서 찬양하고 있다는 기쁨 때문에 피곤함도 잊은 채 기뻐서 손을 들고 찬양했다. 찬양의 가사는 영어였지만 내 입의 고백처럼 내 마음에 와 닿았다. 찬양의 기쁨은 극장 전체에 흘러넘쳤다. 내 옆에 있던 영국 유학생도 독일인도 덴마크인도 모두 주님 앞에서는 형제, 자매였다. 모두 손을 들고 기뻐 뛰면서 찬양했다.  그들의 나라가 어디든 무엇을 하든지 무슨 목적으로 런던에 왔든지 상관없었다. 예배를 드리는 이 순간만큼은 모두가 하나다.


▶ 듣기 ♬ ♩~


「Open Heaven」 - Hillsong Worship ⓒYoutube
손을 들고 찬양. 힐송 처치



2015년 8월 24일


쉴새 없이 비가 떨어지는 런던의 하늘


야경- 런던 아이


런던아이가 끝나고 런던의 야경이 아쉬워서 계속 보고 숙소로 들어가기 너무 아쉬웠다.  

아마 변덕스러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여행자들이 런던을 찾는 이유가 있다면 런던의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야경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유럽 100일 여행 中 D-9'


런던의 날씨는 누구나 익히 들어서 잘 알고 있다. 우중충하고 비가 자주 내리는 변덕스러운 날씨... 하지만 이런 날씨는 여행자의 입장에선 인정할 수 없었다.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 테이트 모던, 타워 브리지, 런던 타워, 세인트폴 대성당, 런던 아이... 런던은 볼 게 많은 도시였기 때문에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하지만 한 가지 걸림돌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날씨였다. 비는 계속 내리고 신발은 온통 물에 젖고 빗 바람에 몸을 떨어야 했다. 햇빛 한점 없는 하늘에 기분은 계속 우울해져 갔다. 몸이 말이 아니었지만 나는 일정을 모두 소화하기 위해 계속 움직였다. 결국 세인트 폴 대성당에 와서는 뻗어 버리고 말았다...


런던 타워에서 바라본 템즈 강
비가 오는 세인트폴 대성당 앞


마지막 일정인 런던 아이는 예약을 했기 때문에 억지로 몸을 이끌고 이동했다. 런던 아이 근처의 템즈강변에 도착할 때까지도 빗방울은 멈출 줄 몰랐다. 우울하고 지쳐있는 그 순간 내 눈 앞에 보이는 것이 있었다. 그건 바로 빅벤이었다.


내가 진짜 런던에 왔구나...


런던 하면 떠오르는 시계탑, 빅벤... 그 빅벤이 지금 내 눈 앞에 있었다. 강 건너편에는 또 하나의 랜드마크 런던 아이가 있었다. 나는 꿈을 꾸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지금의 나는 런던이라는 하나의 사진 속에 들어와 있었다. 피곤함도 잊은 채 나는 돌아다니며 계속해서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사진 속으로만 보던 것을 직접 보는 감격의 힘은 생각보다 놀라웠다.



런던 아이에 올라타자 런던이 내 밑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런던 아이가 정상쯤에 올라가자 런던의 건물들이 하나씩 빛을 내기 시작했다. 저 멀리서 보이는 빅벤도 초록, 주황으로 빛을 내었다. 날이 어두워질수록 점점 더 많은 건물들이 빛을 내더니 런던 아이가 다 내려올 때쯤엔 모든 런던이 빛을 발하게 되었다. 막상 숙소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발걸음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런던의 야경은 내가 여행하는 내내 야경 관람을 일정에 포함시켜준 이유가 되었다. 단순히 밤에 나와서 바라본다고 해서 모두 야경이 되는 건 아니다. 진짜 야경은 그 도시의 또 다른 매력을 보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잊을 수 없는 장면으로 남게 된다.


런던의 야경. 런던 아이
템즈강 너머의 빅벤
붉게 물든 런던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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