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 야경
2015년 8월 23일
예배가 시작되고 찬양이 한껏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전 세계에서 손을 들고 뛰면서 찬양하는 모습에 감격 받아 손을 들고 찬양하게 되었다. 나는 런던 한가운데에서 전 세계 사람들과 같이 찬양하고 있다는 생각에 계속 뛰었다.
계속 뛰고 계속 뛰었다.
정말로 기뻐서 뛰었다.
'유럽 100일 여행 中 D-8'
런던 여행의 첫날 나는 빅토리아&알버트 박물관과 자연사 박물관을 관람했다. 이 두 박물관은 이전의 다른 박물관들과 달랐다. 이전에 더블린, 에든버러, 요크의 많은 박물관들을 다녀왔지만 런던만큼 규모가 큰 박물관들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원래 나는 이 두 박물관에 각각 2시간의 시간을 할당했다. 하지만 이건 내가 박물관들의 크기를 모르고 한 실수였다. 봐도 봐도 끝없이 나오는 전시품들과 미로 같이 얽혀있는 전시실들에 시간은 계속 지체됐고 내 발은 끊임없이 서둘러야 했다.
이 박물관은 도대체 얼마나 큰 거야...
설상가상으로 자연사 박물관에서는 붐비는 인파에 휩싸여 내가 박물관을 관람하는 건지 휩쓸려 다니는 건지 분간이 안됐다. 그래도 나는 사람들 틈에 끼어 다니면서까지 봐야 될 것들은 다 보고 나왔다. 하지만 박물관을 나온 후 내 몸은 말이 아니었다. 무리하면서까지 박물관들을 관람하고 나니 발은 저리고 몸은 쑤셨다. 그래도 예배는 드려야 한다는 믿음 때문에 지친 몸을 이끌고 힐송 처치로 향했다.
여행을 하면서 주일성수는 꼭 해야 했기 때문에 일요일엔 예배 일정을 넣었다. 그리고 오늘은 런던 힐송 처치에 가는 날이었다. 힐송 예배가 드려지는 도미니언 극장 앞은 이미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극장 로비에선 상냥한 흑 누나들이 교회 주보를 나눠줬다. 극장 안은 이미 예배가 시작되고 있었다. 나는 흑 누나의 옆으로 자리를 안내받았다. 런던에 와서 흑인들의 비중이 많이 늘어나긴 했지만 이렇게 많은 흑 형, 누나들이 있는 광경은 처음이었다. 물론 흑인 이외에도 상당수의 백인들과 많지 않은 수의 아시아인들이 보였다.
찬양은 뜨거웠다. 찬양 인도자들은 쉼 없이 뛰었고 예배를 드리러 온 전 세계 사람들이 손을 들고 찬양했다. 나도 뛰고 싶었지만 괜히 눈치가 보여서 잘 뛰지 못했다. 하지만 내 마음속은 찬양의 열기가 솟구쳤다. 나는 찬양의 감동을 가지고 다음 예배도 드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예배가 끝나자 나는 1층 앞자리로 내려와 기도로 다음 예배를 준비했다. 다음 예배도 똑같은 찬양으로 드려졌지만 내 마음은 훨씬 더 뜨거웠다.
Holy Spirit Rain, Burning like a Fire!
나는 런던에 와서 찬양하고 있다는 기쁨 때문에 피곤함도 잊은 채 기뻐서 손을 들고 찬양했다. 찬양의 가사는 영어였지만 내 입의 고백처럼 내 마음에 와 닿았다. 찬양의 기쁨은 극장 전체에 흘러넘쳤다. 내 옆에 있던 영국 유학생도 독일인도 덴마크인도 모두 주님 앞에서는 형제, 자매였다. 모두 손을 들고 기뻐 뛰면서 찬양했다. 그들의 나라가 어디든 무엇을 하든지 무슨 목적으로 런던에 왔든지 상관없었다. 예배를 드리는 이 순간만큼은 모두가 하나다.
2015년 8월 24일
런던아이가 끝나고 런던의 야경이 아쉬워서 계속 보고 숙소로 들어가기 너무 아쉬웠다.
아마 변덕스러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여행자들이 런던을 찾는 이유가 있다면 런던의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야경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유럽 100일 여행 中 D-9'
런던의 날씨는 누구나 익히 들어서 잘 알고 있다. 우중충하고 비가 자주 내리는 변덕스러운 날씨... 하지만 이런 날씨는 여행자의 입장에선 인정할 수 없었다.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 테이트 모던, 타워 브리지, 런던 타워, 세인트폴 대성당, 런던 아이... 런던은 볼 게 많은 도시였기 때문에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하지만 한 가지 걸림돌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날씨였다. 비는 계속 내리고 신발은 온통 물에 젖고 빗 바람에 몸을 떨어야 했다. 햇빛 한점 없는 하늘에 기분은 계속 우울해져 갔다. 몸이 말이 아니었지만 나는 일정을 모두 소화하기 위해 계속 움직였다. 결국 세인트 폴 대성당에 와서는 뻗어 버리고 말았다...
마지막 일정인 런던 아이는 예약을 했기 때문에 억지로 몸을 이끌고 이동했다. 런던 아이 근처의 템즈강변에 도착할 때까지도 빗방울은 멈출 줄 몰랐다. 우울하고 지쳐있는 그 순간 내 눈 앞에 보이는 것이 있었다. 그건 바로 빅벤이었다.
내가 진짜 런던에 왔구나...
런던 하면 떠오르는 시계탑, 빅벤... 그 빅벤이 지금 내 눈 앞에 있었다. 강 건너편에는 또 하나의 랜드마크 런던 아이가 있었다. 나는 꿈을 꾸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지금의 나는 런던이라는 하나의 사진 속에 들어와 있었다. 피곤함도 잊은 채 나는 돌아다니며 계속해서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사진 속으로만 보던 것을 직접 보는 감격의 힘은 생각보다 놀라웠다.
런던 아이에 올라타자 런던이 내 밑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런던 아이가 정상쯤에 올라가자 런던의 건물들이 하나씩 빛을 내기 시작했다. 저 멀리서 보이는 빅벤도 초록, 주황으로 빛을 내었다. 날이 어두워질수록 점점 더 많은 건물들이 빛을 내더니 런던 아이가 다 내려올 때쯤엔 모든 런던이 빛을 발하게 되었다. 막상 숙소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발걸음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런던의 야경은 내가 여행하는 내내 야경 관람을 일정에 포함시켜준 이유가 되었다. 단순히 밤에 나와서 바라본다고 해서 모두 야경이 되는 건 아니다. 진짜 야경은 그 도시의 또 다른 매력을 보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잊을 수 없는 장면으로 남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