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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광웅 Apr 04. 2016

100일 내가 본 유럽-런던(Ⅲ)

적응, 루벤스

2015년 8월 27일


배스 수도원과 로만 배스 박물관


적응- 타워브리지


런던 날씨와 물가는 나에게 힘들었지만 어떻게 보면 런던이니까 날씨가 변덕스럽게 비가 많이 오고 물가는 하늘 같이 높은 것이다. 런던이니까 그런 건데 나는 괜히 다른 도시 들과 비교하면서 런던을 거부한 게 아닌지 생각해봤다. 

같이 투어 했던 한국인들도 나랑 똑같이 느꼈지만 불평하지는 않았다. 런던이니까 그런 거라고 하신다. 나만 겪는 불편함이 아님에 괜히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다른 환경에 적응해 나가면서 하나하나 방법을 찾아 나가는 것 이런 게 여행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유럽 100일 여행 中 D-12'                                                          


하루 종일 배스와 스톤헨지를 들르는 투어를 참여하고 마지막 일정으로 타워브리지에 들렀다. 런던에서는 야경을 볼 수 있는 장소가 많이 있지만 오늘은 특별히 타워브리지로 선택했다. 템즈강변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많은 관광객들이 자리를 잡은 후였다.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했지만 야경을 포기할 수 없어서 몸을 꽁꽁 둘러싸고 타워브리지가 잘 보이는 곳으로 자리를 잡았다. 


타워브리지는 화려하지 않았지만 타워브리지만의 은은한 매력이 있었다. 석양이 지면서 타워브리지는 주홍빛으로 변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보랏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하는 타워브리지는 자신만의 매력을 보여줬다. 나는 템즈강 부둣가에 서서 오늘 가이드님께서 배스로 이동하는 길에 언급했던 날씨와 파운드화에 대한 내용들이 떠올랐다.

  

템즈 강변에서 보이는 샤드
타워브리지. 저녁 무렵
타워브리지. 야경


날씨와 파운드화... 영국의 날씨는 지난 여행기간 동안 몸으로 직접 체험했기 때문에 더 실감 났다. 비가 자주 내리고 하루에도 여러 번 바뀌는 변덕스러운 날씨. 한편 파운드화는 영국이 유럽 연합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로화를 도입하지 않고 자국의 화폐를 쓰는 특별한 경우였다. 파운드화로 인해 런던은 배낭여행자들이 맘 놓고 다닐 수 있는 곳이 도시가 아니다. 이 때문에 나는 샌드위치를 하나 사 먹으면서도 가격표를 보며 덜덜 떨었다. 하지만 영국의 입장에서 보면 자국의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서 사용하고 있었다. 


런던은 정말 너무하구나...

내가 이렇게 런던에 대해서 불평을 하면서 다른 여행자 분들도 이런 런던을 싫어하시겠지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나만의 생각이었다. 그들도 런던의 날씨가 변덕스럽고 물가가 살인적이라는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서 그들은 런던이니까 그런 거라고 런던을 인정하고 있었다.


진정한 여행이란 무엇일까? 나는 런던에 와서 지친 나머지 불평만 하면서 여행에서 진정으로 배울 수 있는 것을 잊고 있었다. 여행에서 배울 수 있는 것, 그건 바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었다. 여행이 끝난 지금 나의 여행을 되돌아보면 새로운 환경은 여행을 통해서만 받을 수 있는 특별한 선물이었고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시련이었다.


로만 배스 박물관
투어 중에 들른 스톤헨지



2015년 8월 28일


대영 박물관


 루벤스- 내셔널 갤러리                                 

                    

내셔널 갤러리도 정말 유명한 미술관 중 하나이다. 여기에 작품들은 시대 별로 중세, 르네상스, 바로크, 모더니즘으로 나눠서 구별되어 있었는데 두치오, 보티첼리, 다빈치, 라파엘로, 미켈란젤로, 티치아노, 모네, 마네, 고흐 등 우리가 들어서 알만한 화가들이 정말 많았다. 거기에다 그 화가들의 대표작들도 많아서 이 미술관도 정말 대박이다.

'유럽 100일 여행 中 D-13'

                                                 

유럽은 박물관과 미술관이 정말 많다. 유럽의 박물관과 미술관은 수도 없이 많지만 특별히 런던에서 박물관과 미술관을 하나씩 꼽으라고 한다면 대영 박물관과 내셔널 갤러리일 것이다. 여행을 계획하면서 유명한 박물관, 미술관에는 시간을 많이 할애하고 싶어서 일부러 하루 종일 일정을 잡았고 관람 후 내 계획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대영 박물관의 작품들은 정말 감동적이다. 박물관은 가이드 투어를 통해서 이집트, 아시리아, 그리스관만 집중적으로 봤지만 이 세 곳만 하더라도 엄청난 수의 유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가이드님이 설명해 준 작품들은 특별히 한 번 더 보고 꼼꼼하게 관찰했다. 이집트관과 아시리아관의 유물들도 대단했지만 그리스관은 세 곳들 중에서 제일 흥미로웠던 곳이었다. 나는 그리스관의 조각들을 보면서 헬레니즘 문화의 아름다움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영 박물관 내부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 조각상


내셔널 갤러리는 대영 박물관과는 다른 감동을 안겨줬다. 유럽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에 나는 여행을 가기 전에 서양 미술사에 대해서 공부를 했었다. 유명한 화가들과 작품들을 공부하면서 미술사에 대한 나의 지식은 많이 늘었지만 역시 아는 것과 직접 보는 것은 완전히 달랐다. 내셔널 갤러리를 통해서 미술 작품을 보는 것이 이렇게 재밌는 것인지 처음 깨닫게 되었다. 책으로만 보던 작품들이 내 눈 앞에 나타날 때마다 나는 감격에 겨워서 발걸음을 멈추고 작품을 바라보았다. 더 놀라웠던 것은 이렇게 내 발걸음을 멈추는 작품들이 수십 점이나 되었다는 것이다. 


「아스니에르에서 물놀이 하는 사람들」 앞에서


내셔널 갤러리를 관람하면서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모든 전시실이 열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갔던 날에는 바로크관이 문을 닫은 날이었다. 내셔널 갤러리에 왔는데 많은 수의 작품들을 볼 수 없다는 게 아쉬워서 주변의 안내원에게 지도를 가리키면서 바로크관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안내원은 친절히 웃으며 모든 전시실을 열진 못하지만 6시 이후에 루벤스관이 열린다고 말해줬다. 내셔널 갤러리는 금요일에 특별히 오후 9시까지 개관하고 그렇기 때문에 나는 루벤스관을 볼 수 있는 행운을 얻게 되었다.  


볼 수 없었던 작품들이라고 생각하고 작품들을 보니까 감동은 더 밀려왔다. 이때껏 미술관에 다녔던 적도 없었고 미술에 흥미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루벤스의 작품들을 눈 앞에서 보니까 유명한 작품들에는 유명한 이유가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루벤스의 색채는 루벤스만이 낼 수 있었기에 루벤스만의 작품이 탄생했다. 내셔널 갤러리와 루벤스의 작품들을 통해 나는 진정한 미술 작품 감상이 무엇인지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몰려오기 전인 루벤스관


여행 후 일이다. 나는 서울에서 루벤스 특별전이 열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한치의 망설임 없이 특별전을 보러 갔다. 얼마 되지도 않은 규모였지만 루벤스의 작품들을 볼 땐 감동이 밀려왔다. 특별전을 다녀오고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잊지 못하는 작품이 있다. 그건 특별전의 대표작인 「클라라 세레나 루벤스의 초상」이다. 작품 속의 클라라 루벤스는 정말 사랑스웠다. 나는 이 작품을 통해 화가로서의 루벤스뿐만 아니라 아버지로서의 루벤스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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