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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광웅 Apr 06. 2016

100일 내가 본 유럽-런던(Ⅳ)

휴식, 정

2015년 8월 29일


런던 한복판에 서울대 잠바가?!


휴식- 그리니치 공원


이런 날씨 좋은 날 잔디밭에 안 누울 수 없어서 잔디밭으로 갔다. 

점심을 해결하고 누웠는데 1시간 이상을 꿀잠을 잤다. 이렇게 오랫동안 잔디밭에서 잔적이 없었는데 눈엔 눈꺼풀까지 꼈다. 이젠 잔디밭에 자는 게 현지인 급이다 ㅎㅎ  

'유럽 100일 여행 中 D-14'                             


드넓은 잔디밭과 따사로운 햇살 그리고 누워있는 사람들, 그리니치 공원은 그렇게 나에게 다가왔다. 런던은 분주하고 상업적임에도 불구하고 도심을 돌아다니다 보면 공원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런던의 공원은 세인트 제임스 파크, 하이드 파크, 리젠트 파크가 대표적이지만 오늘 내가 들른 공원은 그 보다 멀리 떨어진 그리니치 공원이다. 그리니치는 런던 중심에 위치하지 않지만 그리니치 공원은 영국 공원의 모든 것을 담고 있었다. 잔디밭은 끝이 안 보일 정도로 넓게 펼쳐져 있고 그렇게 안 좋던 날씨도 오늘만큼은 완벽했다. 이렇게 햇살이 비치는 잔디밭에 사람들이 누워있지 않을 리 없었다.


그리니치 공원
시간이 지나자 많은 사람들이 산책을 하고 있다.


유럽여행은 공원에 대한 나의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유럽여행 동안 공원은 나에게 꿀 같은 휴식이었다. 날씨가 흐리면 잔디가 젖어서 눕지 못하지만 런던에서 맑은 날씨는 얼마 없는 기회이기에 바로 잔디밭에 드러누웠다. 주변은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와 바람소리뿐이다. 나는 여유를 찾아갔고 그렇게 나의 눈은 서서히 감긴다... 지친 나의 몸을 자연에 맡긴 채 푸른 잔디밭에 눕는 것, 그것만큼 달콤한 것이 또 있을까? 


해양 박물관. 그리니치 공원



2015년 8월 30일


유럽 연합에서 제일 높은 샤드

 

정- 샤드

      

이렇게 오래 한 도시를 여행한 적은 처음이다. 그만큼 런던에서의 여행은 생활이 되어버렸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런던을 떠나려니 내 집을 떠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많은 것들을 가르쳐 준 런던의 생활이 다른 곳에서도 적응할 수 있도록 발판이 됐다.

'유럽 100일 여행 中 D-15'


런던에서의 마지막 일정은 샤드에서 야경 관람이었다. 샤드는 유럽 연합에서 제일 높은 건물로서 런던의 전체적인 전망을 볼 수 있는 최고의 장소다. 72층 전망대에서 바라본 런던의 모습은 역시 환상적이었다. 나는 수많은 불빛 속에서 내가 들렀었던 건물들을 하나씩 찾아보았다. 건물들을 하나하나 발견할 때마다 그곳에서의 기억이 떠오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계획된 일정과 비용 내에서 칼 같이 지켜가는 것을 좋아한다. 오늘 가야 할 장소가 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가야 했고 한정된 경비 속에서 계획된 소비를 통해 과소비를 지양했다. 하지만 런던의 날씨와 물가는 내 계획을 완전히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렸다. 정확히 내가 4일만 런던에 머물렀다면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런던은 나의 여행 방식과는 안 맞는 도시였다고...


하지만 남은 4일간 런던의 다른 면들을 발견해 나갔다. 무료로 볼 수 있는 대영 박물관과 내셔널 갤러리의 감동, 그리니치 공원이 가져다주었던 휴식 그리고 런던의 환상적인 야경.


타워 브리지의 야경. 샤드
샤드 전망대에서 타워브리지와 함께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만약 내가 런던을 여행의 초반부에 넣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내가 더블린에서부터 여행을 시작하지 않고 아테네부터 여행을 시작했더라면 내 여행의 결과는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따뜻한 지중해성 기후로 인해서 날씨에 대한 걱정도 안 했을 것이고 지중해, 동유럽 쪽의 저렴한 물가로 인해서 식비에 대한 고민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걱정, 고민하지 않고 여행을 시작했으면 나의 여행은 아무런 배움도 없이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나는 더블린부터 여행을 시작했다. 


나는 흐리고 변덕스러운 날씨를 접할 수 있었고 날씨를 인정하게 되었다. 살인적인 물가로 인해서 비용을 절약하는 법을 고민해가기 시작했다. 영어권 국가였기 때문에 사람들을 통해서 영어 표현법을 익힐 수 있었고 대화를 계속 시도했다. 푸른 잔디밭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잔디밭에 눕는 행복을 맛보게 되었다. 거대한 박물관, 미술관을 통해서 어떻게 관람해야 하는지 터득하게 되었다. 그리고 야경이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지나온 여행을 되돌아보면 도시 하나하나가 나에게 소중했고 런던은 그중에서 특별한 도시였다.


런던에게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다.


노팅힐 카니발 행렬
노팅힐 카니발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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