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아들의 '돌'이 지났다.
1년이라는 시간이 나름 빠르게 지나갔다. 아들은 돌이 지나 어른이 먹는 수준의 쌀밥을 먹고, 의사표현을 (다소 과격하게) 할 수 있는 신생아 티를 벗은 아기로 성장하고 있었고, 나는 워킹+엄마 역할의 경계선에서 매일 고민하며 서바이벌한 지가 8개월 차를 지나가고 있었다.
M&A 프로젝트 투입돼서 모든 게 새로운 딜을 하면서, 무지의 영역에서 contribution을 해야 하는 책임감과 업무과다로 괴로워하면서 꾸역꾸역 출장을 가는 6, 7월이 지나고, 이제야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시기가 왔다. 어린이집에 정기적으로 등원하는 아들은 정말 뻥 안 치고 일주일에 한 번씩 병원을 가야 할 수준으로 자주 아팠고, 아플 때마다 엄껌이 되는 아들 덕분에 나의 멘털은 바사삭 이였다. 키즈노트에 선생님의 연락이 올 때마다 항상 가슴이 조마조마했고, 아프다고 연락이 오는 날에는 체력과 마음이 다 바닥을 쳤다.
이런 와중에 1년간 근무하던 이모님이 그만두시게 되고 새로운 이모님을 찾아야 하는 과정이 있었다. 처음부터 좋은 이모님을 만난 것이 엄청난 행운이었다. 시터넷, 째깍 악어 등 가능한 플랫폼은 다 동원하여 이모님을 구하였지만, 첫 번째 이모님은 하루 근무하시고 그만두시고, 두 번째 이모님은 이틀 근무하시다가 허리가 아프다며 그만두셨고, 세 번째 이모님은 나에게 시급을 30% 올려주시면 근무하겠다고 딜을 치셨다... 네 번째 이모님은 풀타임직장을 구하셨다며 일주일 근무하시고 그만두시고, 결국 지금 이모님을 가장 비싼 시급을 지급하고 함께 한지 2주 차에 접어들고 있다. 프로젝트 진행하면서 이모님 면접하고, 새로운 이모님들을 계속 마주하는 아들은 더욱 내 껌딱지가 되어서 나에게 떨어져 있지 않으려고 하고, 일은 계속 쳐내야 하는 상황이 되니 나를 케어하는 시간이 없어지고 몸과 마음이 지쳐가고 있었다. 어두운 터널을 걷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렇게 한 달을 그야말로 '존버'하다 보니 아들은 어린이집에 나름 잘 적응하고 있었고, 새로운 이모님도 괜찮으신 분인 것 같고, 업무도 나름 괜찮은 시점에 접어들었다.
워킹+맘이라는 역할은 생각보다 무겁다. 엄마라는 역할도 처음이다 보니 모든 게 새롭고, 매 순간 새로운 문제를 직면할 때마다 버겁게 느껴질 때가 많다. 새롭게 직면하는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하면서, 엄마로서 더 단단해지겠지라고 생각하면서도 이끝은 어딜까라는 생각도 든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고 했다. 하루하루가 버겁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지만 내 아들의 1살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고, 나의 37번째 여름은 다시는 오지 않으니, 아쉬워하면서, 순간을 사랑하면서 살아야겠다고 오늘 다시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