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don Philharmonic & 손열음

지휘: Edward Gardner

by Alfius Historographus

London Philharmonic Orchestra & 손열음


The Music


Ludwig van Beethoven, Leonore Overture No. 3

Pyotr Ilyich Tchaikovsky, Piano Concerto No. 1

Johannes Brahms, Symphony No.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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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마찬가지로 음악회도 가장 설레는 순간은 표를 구입할 때입니다. 새 시즌 프로그램과 연주자를 확인하고 일정과 예산을 맞춰 가능한 한 가장 좋은 자리를 골라 예매에 성공하고 나면 그날 하루가 행복하지요.


그러나 그 후로 몇 달이 지나 막상 그날이 다가오면 마치 일상에 끼어들어 온 불청객인 양 귀찮은 마음이 앞서고 불편한 심기가 가득하다 프로그램도 기억나지 않는 상태로 허겁지겁 겨우 콘서트장에 도착합니다.


이번에도 이 패턴은 어김없이 되풀이되었는데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콘서트 바로 이틀 전, 함께 가기로 한 친구가 몇 시에 만날까 하고 묻기에 티켓을 확인하려고 아무리 이메일을 뒤져도 나오지 않는 겁니다. 제가 친구 표까지 함께 예매한 터라 순간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경험을..


그래도 침착하게(?) 마음을 가다듬고 공연홀 홈페이지에 다시 들어갔습니다. 당연히 대문에는 sold out이 걸려 있었으나 개의치 않고 booking button을 눌러보았는데 다행히도 꽤 좋은 자리의 취소표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이 홀은 특이하게도 시 교외에 있는 고등학교 강당을 겸하고 있는데 위치와 시설면에서 그다지 좋은 공연 장소는 아닌 듯하나 의외로 네임드 뮤지션들의 공연이 꽤 많이 열립니다. LPO가 상주 오케스트라 중 하나이고 Mitsuko Uchida, Víkingur Ólafsson, Vilde Frang 등 한국에서도 잘 알려져 있는 연주자들이 거쳐 갔거나 연주가 예정되어 있지요.


다른 소도시 연주홀들도 그렇지만 이곳은 특히 뮤지션들이 대규모 연주나 투어를 앞두고 워밍업차 시동을 거는 느낌이 강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투어 프로그램을 미리 경험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 날의 연주 역시 같은 프로그램으로 10월에 한국 투어가 예정되어 있고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LPO 데뷔 무대인 만큼 기대가 컸으나! 가로등 따위는 없는 구불구불한 시골길과 무질서한 학교 운동장의 주차 대란 덕분에 시작 3분 전, 힘겹게 무릎을 펴며 길을 비켜주시는 어르신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겨우 자리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보통 협주자가 있는 오케스트라 공연의 경우 대부분 서곡-협주곡-교향곡의 순서를 따르는데 서곡을 들으면 그날의 오케스트라 컨디션을 대략 파악할 수 있습니다. 오늘 가장 눈에 띄는 연주자는 플루티스트군요. 서곡에서부터 강하게 존재감을 드러낸 수석 플루티스트 Juliette Bausor가 세 곡 모두에서 맹활약합니다.


모든 오케스트라가 그렇지만 LPO는 특히 지휘자가 바뀔 때마다 연주가 많이 달라지는데 확실히 객원보다는 상주 지휘자와 함께 할 때 훨씬 정교한 스타일링을 보여 줍니다. 개인적으로 최애 지휘자인 Vladimir Jurowski의 화려한 다이내믹을 사랑하지만 이런 작은 홀에서는 Edward Gardner의 섬세함이 확실히 돋보입니다.


특히 가드너가 오케스트라의 현을 다루는 방식은 항상 감탄할 수밖에 없는데 곡마다 바뀌는 음색을 마치 한 사람이 연주하듯 컨트롤하며 어디 하나 거슬리는 부분 없이 물 흐르듯 끌고 갑니다. 당연히 스트링 연주자들의 긴장도는 올라갈 수밖에 없지요. 혹시 다음 공연을 보실 분들은 비올리스트 Martin Wray와 수석 첼리스트 Kristina Blaumane를 눈여겨보시기 바랍니다. 수면 아래 백조의 발을 연상케 할 정도로 지휘자와 다른 파트 연주자들의 움직임을 빠르게 캐치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협주곡은 아무리 유명한 연주자와 오케스트라라 해도 그날의 합과 홀의 규모, 악기의 상태 등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크게 기대를 하지 않는 편인데 아무래도 한국인 피아니스트이다 보니 같이 긴장을 하게 되더군요. 다행히 처음 함께 하는 공연 치고는 합이 잘 맞은 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2악장에서 박자가 살짝 어긋나면서 나도 모르게 주먹을 꼭 쥐었으나 곧 제자리를 찾았습니다.


협주곡에서 볼륨의 밸런스는 가장 어려운 부분이고 역시 쉽지 않았습니다. 독주 악기가 조절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니 오케스트라의 몫인데 1,2악장에서는 조금 아쉬운 감이 있다가 3,4악장에서는 훨씬 나아졌습니다. 아마 모니터를 할 테니 한국 공연에서는 좀 더 향상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대부분의 청중들이 매우 어르신인 관계로 기립하신 분들이 많지는 않았으나 평소보다 훨씬 반응이 좋은 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피아니스트의 앙코르가 없었던 것은 매우 아쉽네요. 한 곡 정도는 할 법도 한데 말이지요.


이어지는 브람스 2번은 확실히 좀 더 느긋한 마음으로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이번 프로그램 구성은 가을의 초입임에도 불구하고 다소 가벼우며 밝고 활기찬 분위기입니다. 손열음 피아니스트 특유의 사랑스러운 느낌이 가드너의 섬세하고 우아한 지휘와 잘 어울립니다. 10월에 서울을 비롯한 몇몇 도시에서 공연이 예정되어 있으니 정통 영국식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궁금하신 분들은 한 번 가보시면 좋겠습니다.

(Sun 28 Sep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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