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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호현 Jan 03. 2020

1000에 45

천에 사십오를 듣고 보증금과 월세를 떠올리지 않는 주변 친구들이 있을까? 매번 지긋지긋한 현실적 한계와 선택의 어려움을 했던 기억.

어떻게든 취향이 있는 집에서 살아보겠다며 침대보단 부엌이  곳을 택했고, 낡아도 고치면 된다며 넓은 집을 선호했더랬지. 페인트칠도 해보고 선반도 만들고, 이케아를 들락날락거리면서 나름대로 집을 꾸며왔던 경험들.





친구들이 나에게 하는 소리, “너희 집엔 도대체 이런 게 왜 있냐?” 하며 미니 트리를 빌려가고, 불판을 빌려간다. 원룸 이사하는 아저씨도 이사할 때마다 한소리 덧붙인다. “이게 원룸에서 나온 짐이라고?  더 받아야 돼 이건





지금은 월세를 탈출해서 주방도 예쁘게 꾸미고 음악이 항상 흐르는 작은 작업실도 만들었다. 스테인드글라스 조명도 달고, 좋아하는 예쁜 식기도 두고. 누군가 놀러 오면 매번 ‘노란 장판을 걷어내고 직접 장판을 깔았다, 책상을 직접 만들었다, 선반도 만들었다자랑을 한다. 궁상 속에서도 꾸준히 좋아하는 것을 수집하고 갈고닦았다며 내심 아니, 대놓고 자랑하는 재미란.





하지만 사람은 역시 금방 지루함을 느끼나 보다. 이렇게 좋은 나만의 공간에 조용히 앉아 책을 읽다  서늘한 생각이 스친다. ‘이러다 이렇게 혼자 늙어버리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에 갑자기 안절부절못하게 됐는데,  장소가 하필 책장 옆이었어서 마치 인터스텔라의  장면이 떠올랐다. ‘호현아 빨리 거길 벗어나 안돼!’

 이후론 산책과 모임을 좋아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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