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로테스크라는 말을 좋아하는 이유는 미가 과하면 추가되고 추도 과하면 미가 되거든. 그 경계가 점점 모호해질 때 뭐든 그로테스크해지기 때문에 넘 재밌음. 패러다임 전환 슉슉. 인간실격에서 ‘희비 가리기’ 게임이 그토록 나를 끌리게 했던 것도 이런 희비, 미추의 구분의 묘함이 주는 재미였다.
‘저희가 그때 희극 명사, 비극 명사 알아맞히기 놀이를 하였습니다. 이것은 제가 발명한 놀이로, 명사에는 모두 남성 명사, 여성 명사, 중성 명사 등의 구별이 있는데 그렇다면 희극 명사, 비극 명사의 구별도 있어야 마땅하다. 예컨대 증기선과 기차는 둘 다 비극 명사고 전철과 버스는 둘 다 희극 명사다. 왜 그런지를 이해 못하는 자는 예술을 논할 자격이 없다.’ -인간실격 중에서’
좀 도발적인 언사긴 하지만, 단어에 속성을 파악하는 것은 결국 인간과 세상을 파악하는 것이기에 꽤나 공감했더랬지. ‘Real Recognized Real, 그거 징그러운 멘트’이 노래 가사를 좋아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 말을 징그럽다고 생각하는 건, 진짜가 진짜를 알아보는 것과 가짜가 가짜를 알아보는 것, 가짜가 진짜를, 진짜가 가짜를 알아보는 것 이 모두가 끝끝내, 행위나 기준 그런 것들이 굉장히 모호해지고 결국엔 다 징그러워져 버리기 때문.
결국은 니네나 나나 뭘로 어떻게 구분하지? 뭘 믿고 구분하지? 진짜는 뭐야? 내가 진짜야?라는 지독한 자기 검열에 빠져버리게 되는데. 이때 떠오르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야 말로 낄낄거리며 웃어버리게 되는 이상한 지점이 된다. X^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