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할 수 없지만 이해해보자.
고양이는 개와 다르다. 털 난 사족보행 동물이라는 점만 빼면 한 90% 다르다. 개와 고양이를 둘 다 키워보니 그 차이점이 더 와 닿는다. 아직 고양이와 함께한 지 1년여밖에 안됐지만 느끼는 점이 있어 글을 써본다.
고양이는 단독 생활을 하는 동물이다. 번식기를 제외하면 일생 대부분을 혼자서 보낸다. 몇몇 친구들을 만날 뿐이다. 따라서 사회성이 별로 없고, 그마저도 자신의 생존과 번식을 위해 쓰인다.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것은 관계 속에서 생기는 감정들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공감, 눈치, 질투, 인정 욕구, 충성심, 배신감 등. 이 중에서 개와 고양이가 확연히 구분되는 점은 바로 인정 욕구다. 3만 년 이상의 시간 동안 인간과의 관계를 유지했던 개는 생존 수단 중의 하나로 '인정받기'를 택했다. 개는 인간에게 인정받을 행위(귀여운 외모와 행동, 복종)를 하면 보상이 따른다는 것을 안다. 그렇기 때문에 수시로 눈치를 볼 줄 안다. 즉 개는 판단을 할 때 인간을 고려한다. 그렇기 때문에 소통을 통한 체계적인 교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고양이는 무엇인가를 판단할 때 자기 자신의 상태 외엔 아무것도 고려하지 않는다. 기분 좋으면 좋은데로 행동하고, 나쁘면 나쁜대로 행동한다. 그 판단에는 인간이 안중에도 없다. 애교를 부리는 것도 그냥 기분이 좋아서 애교를 부리는 거지 주인에게 구애를 하는 것이 아니다. 얼굴을 비비라 할뗀 언제고 할퀴고 물어버린다. 하지만 고양이라고 언제든지 자기 맘대로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사람과 함께 사는 고양이는 참는 법(포기하는 법)과 요구하는 법을 터득한다. 당당!
동물에게 본능은 원초적인 욕구다. 따라서 이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인간은 본능을 이성으로 잠재우고 여가나 취미활동으로 해소할 줄 안다. 흔히들 스트레스 풀러 간다고 하듯이. 하지만 동물은 제한된 환경에서 스스로 본능을 우회할 능력이 없다. 따라서 산책을 시켜주거나 놀아주면서 그 본능을 충족시켜주는데, 개는 본능의 해소에 있어서도 인간의 눈치를 본다. 신발을 물어뜯거나, 가구를 긁는 행동을 하면 혼나기 때문에 최대한 억제하려고 한다. 이 스트레스는 엄청나서 개에게 신체적, 정신적 병을 안겨다주므로 적절한 대처가 필요하다. 하지만 고양이는 조금 다르다. 집에서 마음껏 본능을 해소하고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왜냐면, 고양이는 행위의 판단에 인간이 없기 때문에, 본능을 해소하는데 주저할 이유가 없다. 뛰어놀고 싶으면 난데없이 뛰어놀고 가구를 긁는다. 그래서 개보다 홀로 있는 것을 보다 잘 견딘다.(고양이라고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일본 작가가 쓴 어느 책에서 중성화한 고양이의 심정이 궁금해 양해를 구하고 자궁절제를 한 아주머니께 그 심정을 물었다고 한다. 그랬더니 그 아주머니는 심적으로 굉장히 고요하고 무료하며, 성 욕구도 거의 없다고 했다. 그렇다. 고양이도 그렇겠지.
고양이는 개와 맞먹는 굉장한 오감과 신체능력을 갖고 있지만, 역시 이 감각들도 순전히 사냥하고 도망치고, 경계하고, 썩은 음식을 구분할 때만 쓰인다. 자신의 생존과 안녕을 위해서 순간 폭발적인 집중력을 발휘한다. 집중력을 발휘할 때면 너무 집중한 나머지 고장이 나기도 한다. 종종 고층 건물에서 사냥감을 향해 뛰어내려 다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고양이도 품종이 개만큼 많다. 하지만 인간과 함께한 시간이 부족한 상태에서 품종 화가 됐기 때문에 어떤 품종의 고양이든 성격을 단정하기 어렵다.(하지만 사회성 있는 고양이 품종도 꽤 있으니 참고.) 특히나 코숏이라고 불리는 길고양이들은 그냥 야생동물이라고 보면 된다.
흔히들 고양이는 정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분명 고양이는 정이 있다. 다만 그 정이 애정이 아니라 신뢰 관계에서 나오는 믿음의 정이다. 개가 주인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보낸다면, 고양이는 나를 해치지 않을 사람이라는 것이 몸에 배고 익숙해져야 정을 준다. 나에게 가장 안전한 사람, 덜 안전한 사람, 위험한 사람으로 나누어 대한다. 윽박지르고 강압적으로 대해봐야 고양이는 공격하거나 숨는다. 아니면 두려움으로 복종하던가. 나는 고양이를 키울 때 개를 키울 때보다 입체적인 관계를 느꼈다. 서로 신뢰를 쌓으며 조심할 것은 조심하고 따스할 땐 한없이 따스한 털 뭉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