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념
흐린 창밖을 고요히 집중하는 빛 어린 털 뭉치.
문득 그들은 나에게 종속된 것이 아니라 그냥 어느 자리에든 존재하는 것임을 깨닫는다.
그렇다고 해서 나에게 짊어진 책임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밥 먹이기, 이 닦기, 모래 치우기 여타 귀찮은 것들.
작은 책임감이 이 풍경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괴상하게 여겨진다.
작지만 차분히 숨 쉬는 고양이에게 우아함을 느낀다.
언젠가는 불현듯 사라질 거라는 불안감이 들기 무섭게 잊힌다.
나도 모르게 애써 회피하는 것이 분명하다.
나에게 종속된 것이라고 착각했던 이들에게 한 수많은 오만이 떠오른다.
그럼에도 근처에 있어준 많은 이,
말을 건네지 않아도 이해해줄 것이라는 합리화를 하면서.
손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어도 느껴지는 쓸쓸함은
내가 모자라서 저지를 후회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