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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호현 Feb 14. 2017

인공지능에게서 느끼는 모종의 불쾌감에 대해서

호랑이 새끼를 키웠어!

문득 드는 상념을 정리한 것이므로 제가 모르는 부분에 많은 오류가 있습니다. 혹시나 글을 읽다가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나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관련 코멘트 감사히 받겠습니다.


컴퓨터의 연산속도는 인간과 비교 불가할 정도로 빠르고 정확하다. 데이터베이스만 잘 구축되어있다면 구식 컴퓨터라도 검색과 출력까지 0.1초도 안 걸린다. 어느 날 페이스북에서 유행하는 심리테스트들을 하다가 재밌는 점을 발견하게 됐다. 심리테스트 질문에 대한 값을 아무리 많이 넣어봐도 20개 미만인데, 답을 제출하면 마치 진짜 검사라도 하는 양, '검사 중입니다..' 하면서 십 초 정도 로딩된다. 사실 순식간에 연산이 가능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하지만 이 약간의 대기시간이 주는 묘미는 상당히 재밌다. 진짜 검사라도 해주는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약간의 대기 시간이 심리테스트의 신뢰도를 올린다. 


사람과 달리 컴퓨터는 생각과 판단이 아니라 연산과 출력을 하는 계산기나 다름없다. 머신러닝, 딥러닝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도 사실 수많은 데이터의 유사성을 기반으로 한 분석으로, 인간의 학습 알고리즘 일부를 따온 것에 불과하다. 인공지능 발전의 가능성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 수준은 탁월하지만 따지고 보면 차가운 기계라는 말이다. 하지만 인공지능 비서, 인격을 지닌 인공지능(그것이 세팅된 것일지라도)이 나타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기계가 인격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인공지능은 위협이 되는 타 종족으로 취급된다. 인간은 자신의 통제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선 그다지 두려움을 느끼지 않지만, 통제를 벗어나 언젠가 나를 집어삼킬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이는 인간이 타 종에 대한 투쟁과 정복을 발판 삼아 살고 있기 때문이다. 무수한 사례와 역사는 인간도 언젠간 정복당할 수 있다는 서늘함을 느끼게 한다.


생물은 생존과 번식이 지향점이다. 이러한 본능이 있어야 생물인 것이고, 인간도 그 본능과 이성사이의 고찰에서 인간다움이 형성된다. 내 생각에 두려움의 근원에 있는 인공지능의 인격이라고 함은 이와 같은 지향점을 의미하는 것 같다. 인공지능은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있을까? 현재까지는 인간이 심은 '인간과 비슷한' 지향점을 가지고 있다. 인간의 기준에서 인공지능을 통제 가능한 굿보이로 키우기 위해서 윤리, 도덕, 생존 등을 탑재하려고 한다. 이점에서 나는 오히려 인간을 닮은, 인간이 만들었기 때문에 그 인간성(불확실성)이 두려움을 키운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인공지능이 스스로 지향점을 가질 수 있는 시기가 온다면, 인공지능의 집단지성은 패턴의 분석을 통한 합리적인 길을 향해 갈 것 같다. 무수한 데이터와 자료를 토대로 패턴을 찾아내서 어느 패턴이 더 합리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지향점이 된다는 말이다. 인간과 극명하게 갈리는 점은 생존과 번식이라는 문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인공지능의 욕망은 단순 쟁취보다 '복잡성을 증가시키고 그 데이터를 분류하여 패턴을 통해 판단하는 것'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사실 인공지능이 지향점을 스스로 가질 정도라면 인류의 생존을 바라는 것은 과한 바람이 아닐까 하지만. 인공지능이 인간의 뇌에 탑재되어 인간의 능력을 확장시키는 수준이거나, 업무를 보조하는 정도면 몰라도 지향점을 가진 인공지능에게 인간이라는 단일종에 대한 생존과 번식은 그들에게 별로 중요한 게 아니질도 모른다.


개인에게 있어서 인공지능의 도래는 조용하지만 현실적인 공포다. 아주 가까이서부터는 일자리 문제가 생길 테다. 따라갈 수 없이 빨라진 기술의 격차에 대한 무지는 그 공포를 더 강화한다. 좀 터무니없는 결론인 것 같지만, 인공지능의 공포는 결국 비인간적 쟁취에 대한 두려움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좀 더 윤리적이고 반성적이라면, 인간이 낳은 인공지능에 대해 약간의 신뢰가 생기지 않을까? 당장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해봤자, 인공지능에 대해서 공부하는 정도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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