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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호현 Feb 01. 2017

대중과 전문가의 차이를 좁히는 질문

세상의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다


흔히들 엔제리너스와 카페베네의 커피는 비싸고 맛이 없다고 한다. 맛있는 커피는 무엇이길래, 그 커피들이 맛없다고 할까 궁금했다. 나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으니까. 


나는 커피에 대해 문외한이다. 뜨거운 아메리카노는 먹지도 않았고, 그마저도 시럽을 타 마셨다. 커피가 필요한 게 아니라 커피 향과 카페인이 필요했을 뿐이다. 


어느 날 티백을 뺄 타이밍을 놓쳐 한약같이 쓰디쓴 보리차를 마셨다. 그때서야 커피의 쓴맛이 고소함과 맞닿아 있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예전에 엔제리너스인가 어디서 브로셔를 본 적이 있다. 자기네 커피가 맛이 없는 게 아니라 신맛 나는 원두를 썼을 뿐이고, 좋은 원두와 좋은 추출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또 언젠가 오렌지향이 난다던 커피를 마셨다.


커피가 궁금해졌다. 난 다 맛없고 모르니까 어떤 맛이 나는지나 느껴보자의 심정. 커피에 대해 선입견 없이 생각하면서 마시기 시작하자, 여러 맛들이 떠올랐다. 탄맛, 쓰면서 고소한 맛, 신맛, 알게 모르게 상쾌한 맛, 담배 맛.


그렇다면 맛있는 커피는 무엇일까? 애초에 맛있는 커피라는 건 대중에게 없는 것이 아닐까? 원두의 산지, 로스팅 방법, 추출 방법을 다 알지 못하는 나로서는 커피의 맛을 평가할 수 없다. 다만 무슨 맛이 느껴지고 그 맛이 나를 기분 좋게 하는가가 중요해질 뿐이었다. 


이제는 모르는 카페에 들러 커피맛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맛에 대한 호기심은 추출 방식에 대한 호기심으로 바뀌고, 이제는 원두의 산지에 궁금증이 생긴다.


대중은 익숙하고 쉬운 것을 좋아한다. 우리가 숱하게 접해온 커피는 믹스커피나 인스턴트커피로 '커피는 쓰다.'라는 고정관념을 심어놓았다. 그리고 사람들의 평가가 나의 기준이 된다. '그 집 커피는 맛이 없어'


커피는 쓰지만 쓰지 않을 수 있고, 시기도 하며, 달기도 하고, 초콜릿향도 나고 한약 냄새가 날 때도 있다. 쓰지 않다고 해서 맛없는 커피가 아니다. 맛없는 커피는 신선도가 떨어지고 보관이나 추출을 잘못하여 밸런스가 깨진 커피다. 맛있는 커피는 나를 기분 좋게 하는 커피고, 그 커피는 입맛에 익숙한 맛과 섬세한 디테일이 있을 뿐이다.


나는 이제 커피 만화를 보기 시작했다. 서점에 들러 커피 입문서를 보니 너무 어려워 정나미가 떨어져 만화를 집었다. 미스터 초밥왕이 초밥으로 인도했듯이.


일련의 생각 과정 속에서 '이것은 왜 그럴까?'라는 질문이야 말로 대중과 전문가의 차이를 좁히는 질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왜 이렇게 디자인했을까?, 이건 왜 빨간색이지?, 왜 사람들은 애플에 열광하지?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연이라도 그것은 우연이라는 원인이 있다. 그 원인을 잠시만 들여다보면 파도가 치는 이유, 커피가 신 이유, 하늘이 파란 이유,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 이유를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이유는 나를 살찌울 호기심을 만들어 낸다.


고정된 익숙함은 개인의 취향이 아니다. 반 발자국만 뒤로 물러 익숙함과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 더 나아가 호기심을 갖고 찾아보는 것. 비로소 개인의 취향이 완성된다. 개인의 취향은 개인을 전문가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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