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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로츠뎀 Dec 23. 2018

비열한 미투 시대, 다시 봐야 할 영화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델마와 루이스>


"우리들은 조금 탈선은 했지만 진정한 자신을 되찾았어.
우리 잡히지는 말자, 계속 가는 거야." 
 
- 마지막 선택을 앞두고 벼랑끝에서 델마가  루이스를 의연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영화 <델마와 루이스> 속 한 장면


리들리스콧 의 1991년 작 <델마와 루이스>를 다시본다. 
20여년이 지났지만 현실은 그닥 달라지지 않았으며 안타깝게도 영화는 여전히 충격적이고 날카롭고 정확하다. 
영화가 말하고자 했던 주제가 오늘도 절실하게 다가온다는 사실이 우리가 멈추지 말아야 할 이유, 계속 가야할 이유를 웅변해준다. 
 
무척 어린나이(18세)에 멋모르고 덜컥 결혼하고 만 발랄한 성격의 델마는 
자신을 독립적인 인격체로 인정해주지 않는 남편과의 답답하고 애정없는 결혼생활이 만족스럽지 않다. 
그녀의 베프인 루이스는 여성으로서의 자의식이 강하고 자유로운 삶을 갈망하지만 
일상은 답답하기 그지없다.  
 

영화 <델마와 루이스>


그리하여 어느날 절친인 델마와 루이스는 답답한 일상을 탈출해 자유를 만끽하려는 짧은 여행을 계획한다.
그러나 순조울줄 알았던 그녀들의 여행은 시작부터 만나게 되는 일상 속의 남성우월적 혹은 여성적대적인
구조와 문화와 충돌하면서 영원히 돌아올수 없는 긴 여행이 되고만다. 
 
델마가 어느 바에서 잠깐의 여흥을 즐기기 위해 만나 남자는 섭취한 알코올과 화학반응을 거쳐 강간범으로 돌변했고, (사실 루이스의 과거 속에서도 그런 남자들은 무수히 존재했다.)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줄 알았던 멋진 청년은 간지나는(?) 좀도둑에 지나지 않았으며, 
그녀들을 도로에서 마주칠 때마다 성희롱을 일삼던 트럭운전사는 
자신이 자신의 아내나 어머니, 딸일 수도 있는 여성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전혀 자각하지 못하는
무지몽매한 남성이었다. 
 
이렇듯 가부장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남성우월주의 문화구조에 포섭된 남성들은 도처에 존재하고, 
일상속에서 흔히 만나는 평범함 존재이며, 당신의 친구이자 가족일 수도 있고 성실한 직장동료일 수도 있다. 

한나 아렌트


영화를 보다보면, 유대인으로 나치시대를 겪고 전체주의의 기원과 특성에 대한 연구로 널리 알려진 독일의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2차대전 이후 예루살렘에서  열린  나치전범 재판을 취재하며 분석한 <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에서 제시한 '악의 평범성 ' 테제가 떠오른다.  아렌트에 의하면 그 엄청난 반인륜적 유대인 학살을 묵묵히 수행한 독일 장교 아이히만은 우리와는 다른 이른바 '뿔달린 괴물'이 아니라 평범한 아버지이자 성실한 일상인이었다는 것이다. 그가 유달리 반유대주의적 신념을 지닌  인종주의자였던 것도 아니었고 단지 나치의 전체주의적 선동에 순응하며 선과 악을 제대로 구분을 능력과 의지가 부족한 평범한 인물이었을 뿐. 

 
가부장적 사회에서는 다양한 구조와 경로, 일상적 언어와 순응적 문화를 통해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남성우월적, 여성적대적 가치관과 억압구조가 재생산된다.  이런 남성 패권적 사회문화구조 속에서는 
가족의 평등과 정의는 제자리를 찾기 힘들며, 평소엔 다정하게 웃는 얼굴의 직장상사와 동료도 회식자리에선 일순간에 끈적끈적한 치한으로 돌변하기 일쑤이며,여성들은 그 일상화된 성폭력과 성희롱의 원인과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져야한다.

결국, 모처럼의 재미난 '한여름 밤의 꿈' 같은 여행을 계획했던 델마와 루이스는 
이런 가부장적 사회문화 구조 속에서 우발적인 사건 하나에 휘말려 '벼랑끝으로 내몰리게'되는 것이다.
그리고 일련의 사건속에서 주체적 삶의 의미와 저항의 필요를 자각한 
델마와 루이스는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가기'를 선택함으로써 
그랜드 캐년의 절벽속으로 돌진하게 된다. 그러나 그녀들의 삶은 여기서 끝나지만 여성으로서의 선택과 자각은 죽음을 선택함으로써 영원히 살게되는 것이다. 세상의 절반인 여성들의 마음 속에, 그 여성들과 함께하는 남성들의 의식 속에. 

영화 <델마와 루이스>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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