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릭 시엔프랜스 감독, 마이클 패스벤더 주연의 영화 <파도가 지나간 자리
전쟁에서 자신만 살아 남은 운명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며 스스로 고립을 선택해 <야누스> 섬의 등대지기가 된 톰.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외딴 섬에서 홀로 고독과 맞서며 잊으려 애쓰는 그 남자의 모습에 사랑을 느끼게 된 이사벨. 결국 사랑의 파고는 무감각해진 줄 알았던 톰의 마음을 흔들어 놓고 둘은 애튼한 마음을 담은 손 편지로 서로의 마음을 전하다 영원한 행복과 사랑을 꿈꾼다.
'야누스'란 신의 유래가 그렇듯... <야누스> 섬 또한 아름다운 저녘놀과 보석처럼 부서지는 햇살, 잔잔한 파도를 배경으로 톰과 이사벨의 사랑이 펼쳐지는 무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무섭게 몰아치는 폭풍우와 단절 속에서 안타까운 상실과 좌절의 무대이기도 했다.
사랑이란 감정이 한편으론 아름답고 달달하기 그지 없는 행복의 순간이면서도 동시에 쓰라린 상처와 아픔을 주는 두얼굴을 가진 감정인 것처럼.
두얼굴의 속성을 가진 아름답고 외로운 둘만의 섬 <야누스>에서 톰과 이사벨에게 다가온 운명은 그렇게 사랑과 행복의 시간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언제간 닥쳐올 상실과 절망의 시간을 내포한 것이기도 했다.
사랑했지만 아이를 가질수 없었던 그들에게 기적처럼 떠내려온 아기 루시.
그리고 그아이를 얻기 위해 그들이 해야했던 선택은 그들에게 말할수 없는 행복과 동시와 엄청난 고통을 가져올 선택이었다.
어쩌면 우리 삶의 모든 선택이 그런 양면성을 갖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과거는 미래와 연결되어 있다.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바라보는 야누스 신의 얼굴처럼.
그래서 일년 중 첫해인 1월(January)의 어원은 야누스(janus)이다.
일년 중 1월은 새로운 첫 해의 시작이지만 지난 과거의 시간과 결코 단절될 수 없으며, 과거와 연결되어 있기에.
영화의 배경이 되는 등대 섬 <야누스>는 인간이 돌이킬 수 없는 비가역적인 시간 속에서 자연과 마주한 인간의 삶의 조건들이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처럼 얼마나 나약한 것인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
그래서 일까, 영화를 보는 내내 19세기 독일 낭만주의 화가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Caspar David Friedrich: 1774 ~ 1840)와 그의 그림 <안개바다 위의 방랑자>가 떠올랐던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