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트로츠뎀 Sep 10. 2020

아주 흔한 남매의,
아주 특별한 여름밤

윤단비 감독, 최정운 박승준 양흥주 박현영 주연의 영화 <남매의 여름밤>

윤단비 감독의 영화 <남매의 여름밤>에는 특별한 이야기가 없다. 특별한 사건도, 특별한 배우도, 특별한 장치나 효과도 없다. 그냥 아주 평범한 어린 남매가 여름방학을 맞아 할아버지댁에서 머물게 된 이야기를 담백하게 그릴뿐이다. 영화를 보는 관객이 남매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어린 시절 남매지간의 소소한 에피소드를 영화는 담담하게 그린다. 그러나 너무 익숙하고 흔한 이야기와 사건들이기에 관객들은 오히려 쉽게 이야기에 빠져든다. 그리고 그 흔한 남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저마다의 아주 특별한 기억들이 아스라이 떠오른다. 남매라면 어린 시절 흔하디 흔하게 겪었을 이야기지만 자신들에게만은 아주 애틋하고 따스해서 특별하고 소중한 이야기와 추억들을.




어떤 이유에선가 -아마도 무기력과 경제적 실패로 추정되지만- 엄마와 이혼한 아빠를 따라 무뚝뚝하지만 인자한 할아버지와 다정하지만 때론 영악하기도 한 고모와 함께 지내게 된  어느 남매의 여름 한철 이야기.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만날 듯한 어린 남매 옥주와 동주의 성장 이야기.  그 이야기 속에는 충분히 예쁨에도 더 예뻐지고 싶어 하는 사춘기 소녀 옥주의 고민과 결핍도 있고, 늘 누나에게 의지하면서도 결코 고분고분하지 만은 않은 막둥이 동주의 장난기와 부산함도 있다. 둘은 끊임없이 사소한 문제들로 티격태격 다투기도 하고 서로에게 기대기도 하며 삶의 즐거움과 아픔을 느끼기도 하고, 상실과 버거움을 배우고 견뎌낸다. 





두 남매뿐만 아니라 자신들 역시 남매인 아빠와 고모의 이야기도 별반 다를 것이 없는 너무 흔한 가족들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 이야기 끝에는 할아버지의 죽음과 그 죽음이 되돌아보게 만든 가족들의 삶이 있고 그 죽음이 마침내 터트려버린 어린 옥주의 울음이 있다. 무더운 여름날 만큼이나 답답한 일상을 나름대로 힘겹게 견디고 엄마 아빠의 이혼으로 인해 채워지지 않는 상실감과 결핍을 자신은 누나이기에 내색하지 않고 견뎌내던 옥주가 끝내 참지 못하고 터트린 울음이. 그 나이 때 사춘기 소녀라면 누구나 흔히 그랬듯이 사소한 시선에도 예민했고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고 싶었으나  채워지지 않는 갈증 때문에 괜히 짜증 나고 답답해지고 퉁명스러워지던 감정 때문에 혼란스럽던 시절들이.  아주 흔했으나 매우 특별한 추억들이.







 

매거진의 이전글 가재는 노래하지도, 울지도 않지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