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팀'에 관한 문장들

일과 삶에서 주도권을 갖고 살아가기

by 몽쉘

책 <내 일로 건너가는 법> - 김민철



두 번 읽기 잘했지. 끝까지 필사하길 잘했다. 우연인 듯 운명처럼 광고 라는 세계를 엿보게 해 주신, 가장 좋아하는 작가님의 신작이었기에 출판이 되자마자 바로 구매했고, 일에 고민이 많았던 시기에 마침 '일'에 관한 책이어서 또한번 작가님께 인생에 큰 빚을 진 기분이 들었다. 이것도 인복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지금 일을 하게 되면서 두 개의 자아가 생긴 느낌이 든다. 아니, 예전에 있던 자아가 뒤늦게 깨어난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일할 때의 자아는 지속성이 조금 떨어진다고나 할까. 벅차다. 힘이 든다. 지난 2년간은 일할 때의 자아로 존재하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길었던 것 같다. 그 사이에 체력이 많이 떨어졌고, 이렇게 계속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그리고 일하지 않을 때의 나도 일할 때의 나만큼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이 전부가 될 수 없는 사람, 일만으로는 충족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 사실이 여전히 아쉽고 결핍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삶이 일이 되고, 일이 삶이 되는 사람을 꿈꿨지만 나에게는 꽤나 정반대인 두 자아가 존재해서 그 자아들간의 균형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걸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야기 하는 것처럼 올해의 목표 중 하나는 '균형'이다. 일할 때의 나와 일하지 않을 때의 나 사이의 균형. 일하지 않을 때의 나로서 존재하는 시간도 일할 때의 나로 존재하는 시간 만큼 가능하면 확보하고자 한다. 책을 읽고, 삶에 대한 영감을 얻는 일. 나라는 사람을 알아가고 키워나가는 일. 그것이 내 인생의 이유이자 전부이기에 일하는 시간만큼이나 중요한 시간이다. 일도 그것을 위한 일부일 뿐이고, 실제로 나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이 일을 선택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더 완전한 내가 되기 위해 선택한 것도 분명 있었던 것 같다.


또, '일'만큼이나 이 책을 통해 인상 깊었던 부분은 '팀'이었다. 어떤 팀을 만나면 나도 이 팀에서 일하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드는 팀이 있다. 그런 팀은 팀장님의 이야기에서 팀원들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느껴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랬다. 팀원들에 대한 존중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팀워크의 기본은 팀원들에 대한 존중과 신뢰가 아닐까. 존중이 아닌 권위를 내세우고, 신뢰가 아닌 의심을 가지고 일하는 팀은 팀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럴 때에는 팀을 안전한 곳으로 느끼지 않는다. 팀을 믿을 때 가장 위험해지고, 이 팀에서 믿을 사람은 나 뿐인, 내가 가장 안전한 울타리가 된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배운 건, 어떻게 일을 할 것인가, 어떤 팀장이 될 것인가에 대한 답을 기존에 있는 선택지들에서 찾지 않고, 나만의 답을 만들어 나가는 작가의 태도였다. 일과 삶에서의 주도권을 잃어버리지 않아야 가능한 일인 것 같기도 하다. 나도 계속해서 질문하고 나만의 답을 만들어 나가야 겠다. 이런 문제들은 답이 정해져 있지 않으니까.


작년에는 왜 이 일을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한 해였다면, 올해는 어떻게 일을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보고자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생각한 바는 위에서 이야기했던 '균형'과 회사와 창업팀에 완벽한 '조연'이 되는 것, 그리고 '기대'되는 사람보다는 '궁금'한 사람이 되는 것. 여러 개의 자아 사이에서의 균형을 유지해 적재적소에 활용할 줄 아는 것, 효율을 높이고 각 자아를 더 발전시키는 것. / 그리고 내 인생에서만 내가 주인공이 될 것, 일과 삶에서 주도권은 확실히 가지되 다른 이들에게 절대 주인공이 되고자 하지 않을 것. 모두의 인생에서의 주인공은 각자 자신이니까. 그것을 침해하지 않을 것. 누군가의 인정과 감사를 바라지 않고,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감사히 생각할 것. 대신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분명한 사람이 될 것. / 마지막으로 예측 불가능한 삶을 살 것. 새로운 답을 만들어 나가는 사람이 될 것. 그 다음 선택과 길이 궁금해지는 사람이 될 것. 과거를 학습하되, 그것을 바탕으로 더 나은, 새로운 길을 창조할 것.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기억하고, 노력하고, 준비하다 보면 언젠가 내가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되지 않고, 내가 되고 싶은 사람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스스로 가능성을 한정짓지 않고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두며, 항상 나로 살아가고 더 나은 내가 되기로 한다.





p.9

바로, 나를 키우는 것을 나의 본업으로 삼자는 다짐.



p.23

너무 애쓰지 말고, 재미가 있으면 재밌는 대로 강물에 몸을 맡기는 거야. 그게 아니라면 그건 그때 또 생각하면 되는 거지. 그러다 어떤 강둑에 도착하게 되면 그때 또 거기서 답을 찾아보면 되는 거지. 지금 모든 답을 다 알려고 애쓰지 마. 인생이 알려줄 거야.



p.24

일이 중요했지만 나도 중요했다. 일에서의 성공만큼이나 내 일상 속에서의 행복이 중요했다. 나에겐 '회사에서의 나'를 키우는 일도 중요했지만, 회사가 없을 때의 '나'를 키우는 일도 못지않은 과제였다. 이 과제들에 충실하다 보면 다른 팀장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답은 정해져 있지 않았다. 그럼 내가 직접 찾아보는 수밖에.



p.28

나는 회사원이라고. 회사원이 아니라 광고인이라고 말하는 자의식 속에는 회사원이 얼마 치열하게 일하는지에 대한 몰이해가 깔려 있는 것 같았고, 광고인이라는 약간은 비대한 자의식이 더해진 것만 같았다. 하지만 회사원이기 때문에 광고를 더 잘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윤여정 씨도 말하지 않았던가. 자신은 예술가가 아니라 직업인이라고. 그래서 대사 한 줄도 절박하게 씹어 삼켜서 연기해야만 했다고. 성실하게 완벽하게. 이 일은 내 직업이니까.



p.29

이 일이 내 인생의 훌륭한 수단이 되어야 한다는 그 마음가짐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만둘 때 그만두더라도 하는 동안에는 덜 괴롭고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그 바람도 변함이 없었다. 지쳐서, 타의로 그만두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면 새벽 세 시에 나를 깨우는 이 마음을 내가 다스려야 했다.

...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면서. 일과 나 사이에 유지하고 싶은 딱 그만큼의 거리를 두고.



p.38

끝없이 책을 읽었고, 끝없이 글을 썼고, 공부를 열심히 했다. 아무도 모르지만, 나는 그 사실을 알았다. 그런 나를 믿어줄 사람이 없다면, 나라도 나를 믿어줘야 했다. 내가 나를 믿는다. 다름 아닌 내가, 끝까지 나를, 기어이 믿어 준다.



p.42

마치 돈 같은 건 중요하지 않다는 표정으로 매 순간 살았지만, 사실 돈이 중요했다.

...

오직 자아실현을 위해 직업을 골랐다고 생각했다. 나의 관심사와 능력과 꿈에 꼭 맞는 직업에 도착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동시에 직업이 주는 단단한 보상이 나를 일어서게 했다.

...처음으로 뭔가를 오래 해보고 싶어졌다. 즐겁게 오래 벌고 싶어졌다..즐겁게 오래 벌어보자. 지금까지 모든 게획은 다 무산되었지만 이 계획만은 꼭 지키고 싶었다. 누구를 위해? 나를 위해.



p.48

팀장이 자신의 고생을 알아주길 원하는 답이 아니라, 이런 일이 있었고 그래서 불가피했다는 담백한 대답. 그 일을 담당하는 사람의 책임감이, 일의 주도권을 누가 쥐고 있는지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답.

...무책임과 무능력 없이 여섯 시에 퇴근을 하겠다는 건, 매 순간 촘촘히 날을 세우며 일하겠다는 다짐이자 태도다. 매순간 가장 효율적인 길을 찾겠다는 태도, 그리하여 사생활의 영역에 회사 일을 침범시키지 않겠다는 태도. 내 생활의 주도권을 내가 갖겠다는 선언. 야근을 하긴 하는데, 도대체 왜 야근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이게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는 시간은 신입사원 때 끝내야 한다. 내 일인데 언제 끝날지 내가 모르면 누가 알겠는가. 내 일의 주도권을 내가 가지지 않는다면 누가 가진단 말인가.


우리가 여섯 시 퇴근을 회사 생활의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이 삶이 너무 내 것이어서. 내가 이 삶의 주인이 되지 않으면 안 되어서. 일이 너무 뻔뻔하게 이 삶의 주인인 양 엉덩이를 들이미는 상황을 너무 많이 겪어서. 그렇게 슬금슬금 사적인 자아는 무너져버리고, 그곳에 일하는 자아만 떡하니 서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허울에 불과하다는 걸 우리는 너무나도 오랫동안, 너무나도 다각도로, 너무나도 많은 사례들을 통해 봐오지 않았던가.



p.50

야근처럼 손쉬운 성취감은 또 없으니까. 그 가짜 성취감에 도취되지 않아야 한다.

...조금 안이한 논의, 조금 여유로운 일처리, 남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어서 조금 늦어진 결정, 그 조금 조금이 모여서 오늘의 야근이 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어쩔 수 없음'은 내게 붙어 있는 딱지가 될 수도 있다. 알지 않는가? 야근도 맨날 하는 사람이 한다. 일이 많은 사람이 매일 야근하는 것이 아니라.


저는 제 일 다 하고, 여섯 시엔 떠나겠습니다, 라는 태도를 산뜻하게, 단호하게 보여주는 것. 이것은 내가 내 삶을 주도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니까.



p.59

이 모든 비법을 통해 달성해야 하는 목표만 기억하면 된다. 일에게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는 것. 내 일의 주도권은 반드시 내가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는 것. 우리에게 일보다 더 중요한 ( )이 있으니까.



p.76

솔직하게 보여주세요. 팀장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받아들이세요. 팀장이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솔직하게 지금 일에서 겪는 어려움을 털어 놓으세요. 걱정되는 부분을 팀원들과 공유하세요. 그럼 팀원들이 당신의 요철을 메꿔줄 거예요. 놀랍게도 그 사이에서 팀워크까지 생겨날 거예요.

...솔직함은 팀 안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기능한다...우선 말을 듣는다. 무조건 듣는 것이 먼저다. 어떤 부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요즘 회사 일에 적응하기 힘든 개인사가 있는 건지. 본인이 요즘 하는 업무에 대한 본인의 평가는 어떤지.



p.79

완전한 자아. 완전한 자아는 완벽한 자아가 아니다. 완벽한 팀장에 대한 강박 대신, 멋있는 팀원이 되고 싶다는 욕구 대신, 솔직한 나 자신의 모습 그대로 일터에 나가자. 나는 완벽한 팀장이 아니라서 매순간 팀원들의 솔직한 피드백을 받는다. 매순간 조금 더 나아질 기회를 얻고 있다. 다름 아닌 팀원들이 나에게 그 기회를 주고 있다. 기쁘게도. 다행스럽게도.



p.83

팀원의 실수를 다른 팀원이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무마시킨다...이 팀은 안전하구나. 이 팀 안에서 나는 안전하구나. 이 팀을 믿고 기어코 나도 내 몫을 다해야겠구나. 안전하다는 감각은 한 명의 특출한 능력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순간순가 보여주는 태도에서 기인한다.



p.84

연구 끝에 그는 최고의 팀을 만드는 세 가지 요소를 말한다. 그리고 그중 첫 번째 요소로 꼽는 것이 바로 '당신은 이곳에서 안전하다'라는 소속 신호다. 놀랍게도 구성원들의 역량과 자질이 아니라 '안전하다는 감각'이 최고의 팀을 만드는 열쇠라니!

...언제 팀장이 나를 공격할지 몰라 전전긍긍할 수 밖에 없는 곳에서라면, 팀원들이 모두 나와 경쟁하기 바쁜 곳에서라면, 작은 실수가 순식간에 큰 타격으로 돌아오는 곳에서라면, 작은 실수가 순식간에 큰 타격으로 돌아오는 곳에서라면, 마음껏 일할 수 없다.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뭔가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지나갈지라도 '괜히 말했다가 안 좋은 소리 들으면 어떡해'라는 생각이 가로막을 것이다. 팀 안의 문제를 발견했을 때에도 먼저 나서서 해결하기보다는 '이랬다가 전부 내 일로 돌아오면 어떡해'라는 마음에 눈 감고 모른 척하게 될 것이다. 왜? 이 팀안에서 나는 안전하지 않으니까. 더 정확히 말을 하자면 내가 언제까지 이 팀에 있을지 모르니까. 언제든지 기회가 된다면 안전하지 않은 이 팀을 떠날 테니까.



p.85

'안전하다는 감각'은 단순히 누군가의 실수 앞에서만 필요한 감각은 아니다. 그것은 업무 전반에 필요한 감각이다. 이 감각을 상실한 사람 때문에 한 일을 다시 다 해야 하고, 왜 하는지도 모르는 야근을 하게 되는 일이 회사 일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도대체 '안전하다는 감각'은 무엇일까? 그것은 적어도 이 팀에서는 당신이 안전하다는 확신이다. 어떤 의견을 내도 들어주는 사람이 있고, 어떤 어려움을 토로해도 같이 해결해줄 사람이 있다는 확신. 그게 꼭 팀장일 필요는 없다.

...팀장 역시 팀원들에게 끝없이 신호를 보내야 한다. 어떤 말을 하건, 어떤 판단을 내리건 당신이 그 순간에 최선을 다했다면 팀장인 내가 책임지겠다는 무언의 메세지. 팀장이 자신의 약점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팀원들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 허투루 듣지 않는 것. 어떤 공이라도 마음 놓고 던지면 다 받아주겠다는 태도로 임하는 포수처럼. 그렇게 듬직하게 투수의 좋은 공을 이끌어내는 특급 포수처럼.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팀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서로에게 안전망이 되어주지 않는다면 우리가 팀일 이유는 없다. 팀장이 팀원들의 안전망이 되어야 하고, 팀장의 가장 믿을 구석도 팀원이 되어야 한다. 나는 괜찮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우리가 우리인 한 다 괜찮을 거라는 분위기. 그 분위기가 소속감을 만든다. 다른 팀과 구분 되는 '우리 팀'의 힘을 이끌어낸다.



p.94

이 카드는 온전히 내가 필요할 때, 여기까지면 충분하다고 생각이 들 때 ,내가 다른 삶을 결단내릴 때, 내가 쓰고 싶은 카드였다. 나와 우리, 우리 아이디어들에게 무례한 당신들에게 내 삶에 대한 권한까지 넘겨버릴 수는 없었다. 그 권한은 오롯이 나의 것. 내가 생각해서, 내가 판단해서, 내가 가장 원하는 방식으로, 내가 가장 원하는 시기에, 내 결단으로 퇴사는 이루어져야 했다.



p.97

나에겐 퇴사카드가 있다. 꺼지지 않는 비상구가 있다. 마음속으로 퇴사카드를 단단히 쥐고, 일하는 내게 말해준다. 지금은 조금 더 용기를 내도 된다고. 조금 더 위험을 무릅써도 된다고. 조금 더 당당해져도 된다고.



p.103~

시간은 회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누가 말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말했느냐가 중요하다.



p.114

어떤 말을 던져도 다치지 않는 안전한 매트. 그러니까 어떤 말을 해도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확신. 나는 귀를 아주아주아주 크게 벌리기로 했다. 품을 아주아주아주 넓게 벌리기로 했다. 그리고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묻고, 들었다. 반영하고, 다시 물었다. 팀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앞에 두고, 계속 물었다.



p.121

좋은 아이디어를 만났을 때 그 가능성을 놓치지 않고 바로 숟가락을 얹어서 훌륭한 아이디어로 키워내는 것도 우리 모두가 익혀야 하는 대단한 기술인 것이다.


뛰어난 개인보다 평범한 우리가 더 나을 확률이 더 높다는 걸 나는 아니까.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_알렉스 퍼거슨



p.126

바로 앞 카페에 모두 모여 앉아서, 방금 전 미팅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정리하는 것이다. 그것이 어떤 의미였는지, 어떤 맥락에서 나온 이야기인지를 서로 이야기한다.



p.164

멀리 점을 찍어주는 사람. 팀원이 생각지도 못한 곳에 점을 찍고, 여기까지 가보자, 라고 말하는 사람. 일을 지휘할 때에도 팀장님은 늘 먼 곳에 점을 찍었다. 눈앞의 문제에 급급한 우리에게 저 먼 곳에 빛이 있을 것 같다며 생각지도 못한 곳에 단호한 목표를 세우는 식이었다.

...내가 되고 싶은 팀장이라는 점을 저 멀리 툭 찍어두고 매 순간 그쪽으로 조금이라도 가보려고 노력 중이다. 권위는 있지만 권위적이진 않은 팀장이 되기 위해. 사회성이 제로에 수렴하지만 최선을 다해 팀 사람들과는 어울리는 팀장이 되기 위해. 동시에 맡은 일은 어떻게든 해내고 무엇보다 합리적인 팀장이 되기 위해.

결국 모두는 스스로를 위해 먼 곳에 점을 찍고 그쪽을 향해 노를 저을 수 밖에 없는 존재다. 대신 노를 저어줄 사람도 없다. 꼼수도 통하지 않는다. 다만 일 속에서도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믿으며 노 젓기에 최선을 다한다면 때로는 바람이, 물결이 쪽배를 슬쩍 떠밀어줄 거라 믿는다. 닮고 싶지 않은 누군가의 모습에서 멀어지도록. 기어이 닮고 싶은 누군가의 모습 쪽에 '나'라는 쪽배를 정박할 수 있도록.



p.173

어떤 피드백은 거기까지 생각 못 한 우리를 부끄럽게 만든다. 관성적으로 일을 하던 우리를 번뜩 깨워서 다시 최선을 다하게 하고, 밤늦게까지 우리를 고민하게 만든다.



p.181

물 이론. 거창한 이론이 아니다. 사람은 물과 같아서 상대가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서 물처럼 다양하게 변모한다는 것이 이 이론의 골자. 상대가 유순하게 나오면 까칠한 사람도 숨겨왔던 약간의 유순함을 꺼내고, 상대가 이기적으로 나오면 나도 별 생각이 없다가도 갑자기 눈을 모로 뜨고 까칠하게 나온다는 것. 그 당연하고도 당여한 진리를 생각하면 팀 내에서 내 태도는 명확할 수 밖에 없었따. 나는 쓸데없는 일에 힘을 빼고 싶지 않았다. 안 그래도 힘든 회사 일, 팀 내에서 무슨 경쟁이고, 무슨 복잡한 계산인가. 너무 순진한 생각인가. 근데 한 명이 작정하고 이런 태도로 나오면 이기려고 들던 상대도 약간 머쓱해질 수밖에 없다. '



p.191

결정을 하고, 그 결정을 옳게 만든다.



p.206

입을 닫고, 귀를 열라. 즉 '라떼' 이야기를 줄이고 그들 각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라. MZ라는 이름을 붙여주는 대신 내 앞에 있는 나와 다른 인간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

...'후배라는 이름으로 매 순간 나를 가르치고 있는 스승들', 이정도로는 말해볼 수 있겠다. 특별히 내게 인복이 많은 것도 아닌데, 좋은 스승이 내 주변에는 이렇게나 많다. 자랑, 맞습니다.



p.210

그 사생활이 얼마나 개인의 인생을 윤기 나게 하는지는 내가 제일 잘 아는데, 당연히 나는 적극 권장 모드다. 사람이 밥만 먹고 살 수 없는 것처럼, 일만 하고 살 수는 없다. 딴짓을 디딤돌 삼아 힘든 시기를 건너고, 딴짓에서 얻은 기운으로 매일을 더 잘 꾸릴 수 있는 것이다.

...딴짓. 그 모든 시간 동안 나를 구원한 딴짓. 딴짓이 빠진 일상은 시시했지만 딴짓이 더해지면 무채색의 일상에 작은 구멍이 생겼다. 앨리스의 동굴처럼 그 작은 구멍 속에서는 다채로운 감정들이 지나갔다. 그 감정을 하나 건져두면 펄떡펄떡 뛰며 다채로운 색상을 내 일상에 퍼뜨리곤 했다.



p.213

회사를 다니고 있다면, 회사를 활용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알다시피, 회사는 우리를 잘 활용하는 방법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우리도 알아야 한다.

...그렇게 야금야금 안 쓰던 근육을 써봐야 한다. 그 근육들이 우리 자신을 일깨워줄 것이다. 어쩌면 내 삶을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나아가게 할 수도 있다고.


나 같은 팀장과 같이 일해보지 못했다고? 그럼 당신이 그런 팀장이 되면 된다. 인생에 이토록 간명한 이치가 또 없다. 선배가 후배 괴롭히는 게 대물림되고 있다고? 그럼 당신이 끊으면 된다. 후배일 때는 저런 선배가 되지 말아야지 생각해놓고 어느새 내가 그런 선배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마찬가지다. 안 되고 싶은 사람이 되지 않을 수 있는 것처럼, 되고 싶은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그런 당신에게 유독 좋은 후배들이 많이 생길 것이다. 팀장인 당신도 좋은 팀에서 일하게 될 것이다. 그건 인생의 보너스다.


이미 인생은 일로 가득 차 있고, 인생의 빈 부분을 의미로 채우는 건 스스로 할 일이다. 딴짓에서 얻은 즐거움으로 얼굴이 반짝반짝한 팀원이 늘어날수록 좋은 팀장이 되는 것처럼, 딴짓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사회가 건강해지는 것이라 믿는다. 딴짓을 하다 보면 거기서 또 새로운 미래가 피어날지도 모르는 일이고. 모를 일이니까, 일단 시작해볼까, 딴짓.



p.222

좋은 팀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결국 빚어가는 거다. 오랜 시간 모두가 함께 공들여서. 함께 비도 맞고 눈물도 흘리지만 대부분의 시간에 같이 웃으며. 적어도 같이 웃으려 노력하며. 서로의 의견을 조율해가며 각자가 생각하는 최적의 우리 팀을 향해 계속 나아가는 것이다. 아직 가장 좋은 우리 팀은 완성되지 않았으니까. 우리가 이 팀을 계속해서 더 좋은 팀으로 만들 테니까.



p.234

나는 믿는다. 자신을 향한 객관적 시선, 그 시선을 바탕으로 한 상상, 그것이 미래 준비의 시작이라고.


"나쁜 질문을 던지면 아무리 좋은 답을 찾아낸다고 해도 우리는 그다지 멀리 갈 수 없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좋은 질문을 던지면, 비록 끝내 답을 찾아내지 못한다 해도, 답을 찾는 과정 중에 이미 멀리까지 가 있게 될 겁니다."

우리 모두에겐 좋은 질문이 필요하다. 나를 어떤 미래에 데려다놓고 싶은가? 그 미래로 가는 데 도움을 줄 나의 자질은 무엇인가? 지금부터 발전시키고 싶은 나의 특성이 있는가? 이런 질문들에 대해 답은 간단하게 떨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그렇게 간단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하지만 신형철 평론가의 말처럼 그 질문의 답을 찾아가다 보면 우리 자신에 대해 더 깊은 이해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그 이해를 얻게 되면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와 같은 질문에는 간단하게 답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고.


...하지만 객관적으로 볼 때 도예를 직업으로 삼기에는 내게 어떤 결정적인 재능이 부족했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과, 더 완벽하게 완성하고 싶은 집념의 부족. 이것이 너무나도 결정적인 결점이었기 때문에 더 깨끗하게 마음을 접을 수 있었다. 그건 글을 쓸 때와는 전혀 다른 나의 모습이었다. 계속해서 물었기 때문에, 계속해서 스스로를 관찰했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결론이었다. 그렇게 내 미래의 직업 하나는 깨끗하게 사라졌다.


나는 끝없이 질문한다. 미래의 내 일에 대해. 글 쓰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면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를 생각하고,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가늠해본다. 왜? 미래의 나는 다른 누구도 아닌 현재의 내가 준비해야 하니까. 현생이 바빠 죽겠지만, 도저히 마음의 여유가 안나겠지만 그렇다고 미뤄놓을 수는 없다. 가볍게, 최대한 가볍게 시작해보자. 미래의 당신을 위한 여러 모험을. 장담컨대 그 모험을 가장 즐거워 할 사람은 현재의 당신이 될 것이다.


..."모든 우거진 나무의 시작은 기다림을 포기하지 않은 씨앗이었다."_호프 자런 <랩걸>



p.244

"기회는 언제 올지 몰라. 근데 그 기회가 왔을 때 네가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해. 아무리 좋은 기회라 네가 잡고 싶어도, 네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잡을 수가 없거든. 인생이 그래."

아마도 이 조언이 내 성격에 딱 부합했기 때문일 것이다. 꾸역꾸역 열심히, 지치지 않고 계속하는 모범생의 근성을 적절하게 자극하는 조언이었으니까. 책이 나오고 나서 문득 이 조언을 다시 떠올렸다. 어쨌거나 계속 썼다. 무엇보다 좋아하는 일이었으니까. 지치지도 않고 계속 썼다. 그 노력이 우연을 만났다. 운이 좋게도 어쩌다 보니 나는 작가가 되었다.



p.247

균형. 그 균형은 양쪽의 무게가 동일한 균형이 아니다. 두 직업 중 동료가 존재하는 일이 있다면, 반드시 그 일이 우선이다. 그쪽이 무게 중심을 가져가야 한다. 이것이 나의 기준이다. 나 때문에 동료들이 피해를 입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나의 자아실현 때문에 다른 누군가가 야근을 한다거나, 내 자리를 메꾸느라 나의 팀원이 고군분투를 하는 일이 있따면 나는 주저 없이 한쪽 일을 그만둘 것이다. 이기적으로 굴고 싶다면 혼자 일하면 된다. 누군가와 함께 일하기를 택했다면, '함께를 훼손하지 않으려 애쓰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더더욱 균형에 집중했다. 시간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균형을 잡으려 애를 쓰는 시간이 지나 별 노력 없이도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시간이 오면, 그때부터는 '지지'의 시간이 시작된다는 걸.


지지. 피곤해서 두 가지 일을 어떻게 오가냐는 질문 앞에서 나는 어느덧 이 단어를 떠올리게 되었다. 한쪽의 일이 다른 쪽의 일을 지지해준다. 서로가 가장 열렬한 지지자가 된다. 작가 일에서 얻은 에너지가 회사 일을 힘내서 할 수 있게 해주고, 회사 일에서 얻은 노하우가 작가 일을 도와준다. 두 가지가 너무나도 다른 일이라고 생각해서 둘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애썼던 시간이 무의미한 시간이 아니었다. 어느새 두 가지 일이 균형을 잡으며 나라는 마차를 굴리는 두 바퀴가 되었으니 말이다.

...균형과 지지. 원래의 일에 여전히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며 다른 일을 시작해보자. 반드시 두 일 사이에 균형을 잡으려고 애를 써야 한다. 그리고 나라는 사람의 한계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그 균형을 유지해나가야 한다. 무리는 금물이다. 내가 무너지면 일들도 동시에 무너지니. 일들 사이의 균형, 일과 나 사이의 균형. 그 모두를 지켜나가다 보면 기적과도 같은 순간이 올 것이다. 그 일들이 나를 지지해주는 순간이 얼마나 달콤한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당신이 직접 그 달콤함을 맛보길 바란다. 그 달콤함은 오직 당신의 것이니.




keyword
작가의 이전글'타인'과 '나'에 관한 문장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