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떠난 첫 일본 여행 - 4월의 도쿄 (1)
해외여행은 정말 오랜만. 2016년이 마지막 이었던 것 같다.
처음 떠나는 일본. 혼자 도쿄행!
떠나기 까지 많은 고민과 번복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게 되었다.
am 11:00
창가 자리에 앉았다.
비행기를 타고 나서야 여행의 설렘을 느끼기 시작.
공항이 낯설어서, 처음 해외여행을 가보는 사람처럼 다녔다..ㅎ
스카이라이너를 타고 숙소가 있는 우에노로 향하는 길.
도착한 첫날 도쿄의 날씨는 흐렸다.
애니메이션에서 봤을 법한 풍경이 눈앞에.
숙소에 짐을 놓고, 근처에 있는 국립서양미술관으로 달려왔다.
마감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상설전 티켓으로 구매.
유명한 모네 그림들도 보고.
이렇게 다양한 색깔을 아름답게 쓸 수 있다는 것이,
형태가 구체적이지 않아도 그 느낌이 충분히 전달된다는 것이 놀랍다.
이번 여행은 이 그림 한 장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도쿄의 초록잎들을 보는 내 모습이랄까.
아침에 이런 풍경을 마주하고 있는 건 어떤 기분일까.
언제부턴가 꽃이 좋아지기 시작했는데,
가만히 보고 있으면 이 작은 것들이 얼마나 아름답게 느껴지는 지 모르겠다.
촘촘하게 피어나는 가녀린 꽃잎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색깔들을 보고 있으면 행복하다 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새어 나온다.
그런 의미에서 종종 동네 꽃집을 방문해 화병에 꽂아 둘 꽃을 사온다. 주말의 루틴.
이런 단순한 형태의 그림들에도 이상하게 끌린다.
상설전만으로도 충분했던 것 같다.
기획전 티켓을 샀어야 했나 후회할 뻔 했는데.
돌아볼 시간이 많지 않아 아쉽기는 했다.
주변 풍경도 멋졌다.
곳곳에 조각들이. 로댕의 조각 작품들도 있었다.
서서히 해가 지기 시작.
저녁을 먹으로 시부야로 이동.
여기가 일본의 번화가인가.
북적이는 사람들과 반짝이는 불빛들에 들뜬 기분이었다.
그리고 언니가 추천해 준 모토무라 시부야 분점에 왔다.
운 좋게 얼마 기다리지 않고 입장.
한국에서는 식당에서 혼자 밥 잘 못 먹는데,,
여기서는 아무도 눈치 보지 않고 맛있게 음미하면서 먹었다. 신기하네.
첫 입을 먹을 때는 너무 기대했나 싶었는데, 두번째 입 먹고는 너무 맛있잖아! 그리고는 흡입..
만족스러웠던 도쿄 첫 식사.
시부야스카이 예약 시간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서 근처 카페 '차테이 히토우' 방문.
인터넷으로 잠깐 찾아봤을 때 블루보틀 창업자가 영감을 받은 곳이라 해서 궁금했다.
책을 읽거나 업무를 하는 현지인들도 있었다.
바 테이블에 앉아 바리스타 분과 직원 분들이 커피를 내리고, 케잌을 만드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할머니집에서나 봤을 법한 큰 주전자로 물을 끓이는 모습이 신기했다.
중간 중간 바리스타 분이 손님과 친근하게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단골 손님이었을까. 원래 아는 분? 아니면 유명한 카페 창업자라든지..ㅎ
그리고 벽 뒤를 가득 채우고 있는 찻장에서 커피잔세트를 하나 골라 드립 커피를 내리고,
비엔나 커피는 크림을 쳐서 그 위에 무심하게 툭툭 올리는 모습이 매력적이었다.
무심한 듯 정겹고, 오래된 느낌과 세련됨이 공존하는 묘한 공간.
그리고 역시 공간은 그곳에 있는 사람들로 완성되는 것 같다.
이 날 블루+옐로우 스트라이프 티를 입고 있었는데,
바리스타 분이 이 커피잔세트를 골라준 건 정말 센스 있다고 느꼈다.
혼자 감동...INFP ㅋㅋㅋ
블렌드 드립커피를 마셨는데 향기롭고 깔끔했다. 첫 모금보다 두번째 모금이 더 맛있고.
그렇게 한 잔을 다 비우고 나왔다.
현지인처럼 다이어리에 일기도 한 페이지 가득 쓰고.
시부야스카이. 예약하기 잘 했다.
세상은 이렇게나 넓고 아름다운 것들이 많은데.
나는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았다.
다음엔 뉴욕 야경을 꼭 보러 가야겠다고 다짐했다!ㅎㅎ
밖에는 멋진 스카이쇼가 펼쳐지고.
다음 번에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같이 올 수 있으면 더 좋겠다.
추워도 포기할 수 없었던 야경.
여행은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여행을 하면서 나는 계속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여행하는 법도, 재미를 느끼는 순간들도.
사람은 계속 변한다는 것 만큼 변하지 않는 사실도 없다는 문구를 본 적이 있다.
예전에 보낸 시간들로 나는 이런 사람이야 라고 섣불리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계속 변할 수 있는데.
다 알고 있다는 오만, 그 오만으로 시도해 보지 않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
삶이 축적될 수록 그 오만에 빠지기 쉬운 것 같다.
하지만 계속 젊고 푸르르게 살기 위해서는, 나는 나를, 그리고 무언가를 계속 모른다는 것, 그래서 계속해서 떠나고 시도해야 한다고 느꼈다.
나는 여행보다는 여행자로서의 느낌을 사랑하는 것 같다.
사회의 주어진 역할과 책임, 부담 같은 것들로부터 벗어나, 온전히 있는 그대로의 나로서 살아가는 그 느낌이.
철저한 이방인이 되어 세상과 사람들을 관찰하는 관찰자로서의 그 시선이.
내가 머무르고 있는 일상도 여행자로서 살아갈 수 있다면 행복할텐데!
도쿄여행 둘쨋날 기록도 이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