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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로서 본 일상의 풍경

혼자 떠난 첫 일본 여행 - 4월의 도쿄 (2)

by 몽쉘


도쿄 여행 둘쨋날.

어제와 다르게 맑은 날씨 덕분에 기분 좋게 숙소를 나섰다.




가보고 싶었던 '에도도쿄건축공원'으로 걸어가는 길.

근처 역에 내려 버스를 타지 않고, 조금 걷는 것을 선택했는데

언제나 조금 더 천천히 돌아가는 길에는 선물이 주어지는 것 같다.

고개를 돌려보면 기대했던 일본스러운 골목이.

나는 일본의 어떤 모습을 기대했었나 생각해 보면, 이런 고즈넉하고 한적한 골목의 풍경이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국내에서도 좋아했던 도시들, 파주와 속초를 떠올려보면, 아파트로 빼곡한 풍경이 아닌 낮은 지붕의 집들에 마음이 갔던 것이었다.






이렇게 귀여운 모습을 직접 눈에 담을 수 있을지는 몰랐다.

병아리들도 아니고 뭐야..노란색 모자 뭔데..ㅠㅠ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거리의 풍경은 노란색 열매들이 달린 나무.

무슨 과일인 지 모르겠지만, 아직 온전한 녹색에 이르기 전인 싱그러운 잎들과 잘 어울려서 눈길이 갔다.


4월이 이렇게 아름다운 계절이었나.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계절의 변화를 눈으로 몸으로 오롯이 느낄 수 있었던 날들.







도쿄의 건축물이라 하면 어두운 고동색인 것 같다.

식물과 색색의 꽃들로 잘 꾸며진 집들을 만날 때면 자주 걸음을 멈췄다.






에도도쿄건축정원 도착.

이렇게 거대한 도시 속의 정원은 처음 마주했다.

계절의 한가운데 있는 기분.






녹색 잎들을 원없이 눈에 담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곳곳에 꽃내음이 났다. 온몸이 향기로워 지는 기분이었다.










산책하는 사람들, 피크닉하는 사람들,

특히 자전거 뒤에 어린 아이를 태우고 달리는 어머니들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도쿄에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많았다.

어린 아이들을 뒤에 태울 수 있는 시트도 잘 되어 있었다.






떨어진 꽃잎들. 봄이 다녀간 흔적.






한가로운 놀이터 풍경.

놀이기구들이 심심해 보인다.






라일락 천국.

사진 찍는 사람들이 많았다.

벌도 많았다.. 더 가까이 갈 수 없었다..






이곳의 수호신 같은 느낌.






야외 건축박물관 입장권을 끊고 건축물 하나 하나를 들어가 보기 시작.

집 안에서 이런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니.






외관은 이런 모습.

사진으로 보니 일본식 지붕과 유럽의 외벽이 합쳐진 느낌.






가장 기억에 남는 건축물.






이유는 바로 이 풍경 때문.

전체 벽이 통창으로 되어 있는데, 나무 짜임과 어우러져 더 멋지게 느껴지는 것 같다.

짙은 청록색의 의자도 한몫했다.

아니, 그래도 바깥의 풍경이 그냥 다했다.

건축물 안에서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건축의 중요한 부분일 수 있을 것 같다.

건축에 대해서 아직 잘 모르지만 살면서 탐구해보고 싶은 분야 중 하나.

건축만큼 종합적인 예술 분야도 없을 것 같은데.

그리고 우리 실생활에 가장 가까이 닿아 있는 것 아닌가.







오래오래 이곳에 앉아 있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침실의 풍경.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이 풍경을 볼 수 있는 거 잖아..!






좋은 건 한번 더 가까이에서.











다음 건축물로 향하는 길.

이 나무는 봄을 조금 늦게 맞이했나봐.






흰 바지를 입고 가기도 했고, 시간이 넉넉치 않아 벤치에 앉아 있다 오지 못한 게 아쉽다.






옆모습도 이쁘네.










다른 여행객들의 모습도 빼꼼.






나도 나중에 이런 집이라면 주택에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곳은 현재 카페로 운영 중.

유럽 느낌이 물씬.






신발을 벗었다 신었다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열심히 했다.

2층의 풍경도 놓칠 수 없으니까.











집과 꽃의 상반된 짙은 색들이 잘 어울린다.

일본 같아!






반대쪽 둘러보기.

미스터선샤인에 나오는 풍경 같다.

혹시 방해가 될까봐 사진을 찍지 못했는데 곳곳에 앉아서 그림을 그리고 계신 분들이 있었다.






축 늘어진 나무들에 언제나 마음이 간다.

오른쪽 끝 멀리 이 풍경을 그리고 계신 분이 보였다.










생각보다 커서 슬슬 다리가 아프기 시작.





\

한 집에 꾸며져 있던 정원의 모습.






이 작은 샘 안에서 온갖 신비로운 일들이 다 펼쳐질 것만 같았다.






끝나지 않는 산책.










정원의 주인은 바로 이 집.










남은 건축물들을 빠르게 훑고.

다음 일정으로 이동하기 전에 잠시 커피타임을 가지며 쉬어 가기로.






카페로 운영 중인 한 건축물에 들어왔다.






아이스크림과 시원한 커피가 먹고 싶어서 둘 다 있는 메뉴로 주문.

커피 플로트?였나. 맛있었다.






야외 건축박물관 관람을 끝내고 다시 밖의 정원 속으로.






아름다운 보라 빛깔의 향연.

포도가 주렁주렁 열려 있는 것 같기도 하네.


















거의 오후 3시가 넘어서야 나왔던 것 같다.

다음 장소는 지유가오카.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는데 동선을 잘못 짰다..웃픈 사연. 시간 아까웠네ㅠ

도착하니 벌써 서서히 저녁 빛이 드리워 지고 있었다.






오니버스 커피. 나카메구로 지점이 유명하다던데.

급한 대로 지유가오카 점을 방문.

역시 식물이 있어야 해.






치즈케이크와 아이스 오트 카페라떼.

도쿄에서 먹은 커피는 하나같이 다 깔끔하고 맛있었다.






테라스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쐬며 길거리에 다니는 사람들 구경도 하고 가져온 소설도 읽었다.

커피 주문을 기다릴 때 유럽인? 미국인?으로 보이는 여행객 3명이 이야기 중이었다.

여기는 몇 일 있다 가고 오늘이 몇 일 째이고.

나도 그 대화에 은근슬쩍 끼고 싶었다. 저도 여행객이에요. 저도 혼자 왔어요.ㅎㅎ

세 명이서 커피도 같이 마시던데.

여행의 재미가 그런 거지 뭐.

처음 보는 사이라도 여행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하고, 또 얼마나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을까.

서로에 대해 아는 게 아무것도 없고, 또 어떤 이야기라도 할 수 있는 사이. 다음 만남이 없을 확률이 높으니까.

그래서 오히려 여행 때 만난 사람들에게 가장 솔직해 질 수 있는 것 일지도 모르겠다.






언니가 왔으면 좋아했을 리빙샵.

마땅히 살 선물을 찾지 못해, 오전에 갔던 야외 건축박물관 기념품샵에서 봤던 소품들을 사올 걸 싶었다.






식빵 귀엽군.





지유가오카에서 다이칸야마로.

나카메구로에서 내릴까 했는데 놓쳐버렸다.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 이번 여행에서 제일 가고 싶었던 곳이었는데.

저녁에 도착하기도 했고, 중간에 일이 터져서 약간 정신 없었던 것 같다.

빡빡한 일정으로 체력도 떨어져 가고.

사진을 한 장도 못 찍었네. ㅎ

그래도 다양한 서적들과 사이사이의 야외 공간들, 2층의 라운지 같은 공간이 기억에 남는다.

스타벅스 음료와 함께 책을 읽고 있던 많은 사람들도.


서점 이라는 공간은 나에겐 실패할 일이 없다.

언젠가 멋진 공간의 서점을 만들어, 책 읽는 행복을 모두와 공유하고 싶은 소망이 있다.

그게 내 꿈인 것 같다.






츠타야 서점까지 둘러보고 나니 다리에 아무런 감각이 느껴지지 않기 시작했다.

택시 타고 집에 가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어차피 먹을 것 사서 들어가야 하는데 포장할 음식도 마땅치 않아서 밖에서 먹고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함박스테이크 집을 찾아갔다.

나름 유명한 곳. 아직 나카메구로를 둘러보지 못해서 나카메구로 지점으로 방문했다.

노래를 들으며 겨우 힘내서 걸었다.

다행이 웨이팅 없이 들어갈 수 있었고, 직원 분께서 추천해주신 대표 메뉴로 주문.

치즈 함박스테이크 였는데 맛있어서 흡입하다시피 거의 다 먹었다.

일본에서는 식당에서 혼자 음식을 먹는 게 편안했다.






배가 불러져서 근처를 한 바퀴 산책하고 가기로.

그런데 이 때가 여행 둘쨋날을 통틀어 가장 행복했던 것 같다.

계획에 없던 시간이었는데.

혼자 밤 거리를 거닐며 이런저런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나는 여행을 좋아하는 구나,

여행에는 실패 따위는 없구나,

그냥 떠나기만 하면 되겠구나.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번거로운 준비 과정들과, 여행 가서의 수많은 걱정들로 가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에 종종 이를 때가 있었는데

그 귀찮음과 두려움을 모두 지워버릴 만큼 여행의 어떤 순간들은 강렬해서 떠나야만 한다는 것.

떠나지 않으면 절대로 알 수 없는, 느낄 수 없는 감정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예전에는 여행의 묘미는 움직이지 않는 것들에 있었던 것 같다.

예를 들면 건축물, 자연과 같은 것에.

그런데 이번 여행을 하면서는 이곳의 사람들과 이곳을 여행하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이 가장 재밌었다.

어떻게 옷을 입고, 무슨 대화를 하고, 무슨 일을 할까. 어디에서 왔을까, 얼마나 여행하는 걸까, 왜 도쿄로 여행을 왔을까.

궁금한 점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이런 것들은 어떤 책도 알려주지 않는다. 직접 마주해야만, 이야기를 나눠 봐야만 알 수 있다.

여행을 떠나야만 알 수 있는 것들.


그렇게 여행할 때의 나는 나를 내려놓고, 화살표는 안에서 밖으로 향했다.

그럴 때 자유로워졌고, 더 많은 것들을 안에 담을 수 있었다.

예전에 광고 대외활동을 하며 배웠던 건데, 이번 여행을 통해 몸소 다시 체감했다.

관찰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일.

화살표가 안으로만 향한다면 채워지지는 않고 무거워지는 일일 것이다.

어떻게 하면 더 자유롭고 재미있게 살아갈 수 있을지 그 방법을 이번 여행을 통해 조금 알게 된 것 같다.

나를 내려놓고 세상을 궁금해하기. 나는 아주 아주 작은 존재에 불과하니까.






퇴근한 사람들이겠지.

밤 공기는 시원하고, 맛있는 음식과 술을 곁에 두고, 이런 저런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람들.

여행자로서 본 일상의 풍경은 이토록 아름다운 것이었다.






이대로 숙소로 돌아가기 아쉬워서 같은 거리를 또 한 바퀴 걷고.






결국 다리가 너덜너덜해져서 숙소로 돌아갔다고 한다.ㅎ

이날 나카메구로의 밤 거리가 너무 좋았어서, 다음 도쿄 여행 때는 꼭 낮에 다시 방문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벌써 여행 마지막 날이 다가왔다.

큰 일이다. 혼자 하는 여행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는데.

지하철 타기, 음식 주문하기 같은 소소한 미션들을 하나하나 클리어 해나가는 성취감도 있다.


이어서 마지막, 잊지 못할 4월의 도쿄 여행, 셋째 날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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