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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파리 2. 시간이 멈춰 있는 곳

세익스피어서점 - 피노컬렉션 - 루브르 - 퐁피두 - 38Riv 재즈클럽

by 몽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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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쨋날 아침이 밝았다.

일곱시만 되면 눈뜨던 아침이 그립다.

아무래도 시차적응에 실패한 것 같다. 일곱시에 잠들었으니.

왠지 모르게 익숙했던 파리의 공기와 거리가 벌써 그립다.

십분이면 걸어가서 볼 수 있던 센강과 에펠탑과 푸른 공원과 꽃들, 한 가게 너머로 있던 베이커리들, 지하철에서 책 읽는 사람들, 바게트를 품에 안고 바쁘게 걸음을 옮기던 사람들.


파리에 다시 가면,

아침 센강과 에펠탑을 즐기고 싶고

낮에는 센강을 바라보며 가만히 앉아 바게트 샌드위치를 먹고

저녁이 되면 에펠탑에 불이 들어오는 것을 기다리며 이어폰으로 노래를 듣고 파랗게 깊게 물들어가는 하늘을 바라바고 싶다.

나에게 파리는 센강과 에펠탑이었나 보다.

그리고, 못가서 아쉬운 파리시립현대미술관과 르코르뷔지에 스튜디오도 가야지.

다음 파리 여행 때에는 야외에서 가만히 무언가를 바라보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지고 싶다.

작품 말고, 파리의 풍경을 눈에 오롯이 더 담아오고 싶다. 언제 또 다시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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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호텔 아침 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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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포선셋에서 두 사람이 다시 재회한 서점.

가장 좋아하는 영화에 나온 공간을 방문하는 것은 참 설레는 일이구나.

실제로 보니 더 쨍하게 예쁜 서점의 색깔.

오픈 시간에 방문하게 되었는데 금세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다들 비포선셋을 보고 온 것일까. 같은 영화를 좋아하는 것만으로 묘하게 동질감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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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안 사진은 따로 찍지 않았는데,

서점을 차린다면 어떻게 디자인 하는게 좋을까 나도 모르게 고민하고 있었고, 참고할 수 있도록 눈에 잘 담아가야지 생각하며 천천히 둘러 보았다.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2층으로 된 구조가 좋았고, 2층에 올라가면 창문으로 바깥 풍경이 보이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벽면에는 오래된 책들이 가득했다.

좁은 공간을 활용해야 한다면 이렇게 해야지.

책들로 둘러싸인 느낌은 안전하고 따뜻하다.

한쪽 벽에는 책이 빼곡히 꽂힌 책꽂이가 있는 공간을 가지고 싶다.


파리의 거리와 건물들은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시간을 품고 있는 것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서점 옆에는 카페도 운영하고 있었다.

근처에 공원이 있길래 잠깐 구경. 생각보다 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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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거리가 뭔가 예뻤다.

생제르맹 거리라고 하는데 구석구석 걸어보고 싶었지만 다음 미술관 일정이 있어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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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 대성당도 볼 수 있었는데 그 규모가 엄청났다.

안타까울 뿐.. 이번에 역사를 간직한 것들이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우리 이전에 존재했던 사람, 문화, 거리 같은 것들이 이어져 있다는 느낌을 주었고, 위로가 되었다.

단절되지 않고 계속 이어지고 앞으로도 이어질 거라는 사실이.

역사를 알게 되면 조금이나마 덜 불안해질 수 있는 것 같다. 지지대가 생기는 느낌.

지금 이 불안한 현실도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 이어진다고, 변한다고 이야기해주는 것 같다.

현실을 잘 아는 것은 중요하지만, 과거를 아는 것도 필요하다.

그래야 현실을 더 잘 받아들일 수 있고,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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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했던 피노 컬렉션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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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원래 상업거래소 건물을 미술관으로 바꾼 것이라고 한다.

헉 안도 타다오가 협업한 거 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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돔 구조이다 보니 확실히 전시 경험이 신선했던 것 같다.

산책하는 느낌도 들고.

건축도 알아갈수록 재미있고 매력 있다.

아무래도 직접 경험과 맞닿아 있다 보니 와닿는 것이 많다.

자연과 인간을 모두 생각하는 예술임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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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작가 전시도 하고 있었어서 신기했다.







그리고 루브르.

루브르는 사실 들어가기 전부터 기빨렸고..들어가서는 더 기빨려서 그냥 전시를 안보고 나올까 생각했는데 그래도 어떻게 들어온 게 아까워서 참고 조금만 둘러보다 가기로 했다.

루브르 안에서 스타벅스 아이스 바닐라 라떼 시켜서 급하게 당 먼저 채우고.

진짜 내부 규모는 압도적이긴 했다. 규모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듯.

전시 중간에 끼니를 해결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많았고, 내부에 그런 시설들도 나름 잘 되어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사람이 너무 많고 작품도 너무 많고 너무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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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모나리자를 어렴풋이 보고 한 시간 정도 만에 탈출.

다음 미술관을 또 가야하기 때문에 에너지를 다 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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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피두 센터.

건축과 작품을 모두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에스컬레이터가 밖으로 노출되어 있어 타고 올라가면서 옆으로 파리 뷰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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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마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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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

색감 어떻게 저렇게 쓰는데 아름답지.

꿈 속을 그린 것 처럼 몽환적인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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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하우스 전시도 하고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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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드리안.

직선이 주는 안정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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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피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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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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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시스 베이컨.

처음 보고 뭔가 너무 좋아서 한참을 바라봤다.

다음에 다른 작품들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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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마티스.

다양한 연령대와 국적의 사람들이 북적이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전시를 보는 동안 밖에는 비가 한차례 내렸고

이날 저녁에는 재즈 공연을 예약해 둬서 남는 시간 동안 근처 스타벅스에서 시간을 보냈다.

스타벅스 말고 현지 카페 가고 싶었는데, 퐁피두 센터나 재즈바 근처에 마땅한 카페가 없어서.




이전에 유럽 여행 때 프라하에서 재즈 공연을 보러 갔던 게 늘 기억에 남았고,

또 재즈를 잘 모르지만 좋아는 해서 파리에서 재즈 공연을 보고 싶었다.

전날 급하게 찾아서 예약했는데 이날 왜인지 저녁이 되니 너무 피곤해서 몽롱한 정신에도 즐겁게 감상했다.

나이대가 있는 분들이 많았고, 현지인들, 단골 손님들이 많은 듯 했다.

나이가 들어서도 부부끼리 또는 친구와 함께 이런 공연을 즐기는 모습이 멋지다고 생각했다.

저녁 일곱시 반부터 한 시간 정도 공연을 보고 나왔다.

재즈는 참 신기한 음악이야. 쓸쓸했다가 신났다가 자유자재.

트리오 조합이 참 좋고, 피아노가 곡을 이끌어가는 힘은 대단하다고 느끼게 된다.

서울에서도 언제 퇴근하고 재즈바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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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아홉시 좀 넘어서 숙소에 도착했다.

매일 그래도 열 시 전에는 들어오려고 노력했다. 아무래도 혼자이다 보니 혹시 겁나서. 마지막날은 빼고.ㅎ

이날도 멀리서 에펠탑을 봤고.

제일 피곤했던 날이었는데 아침부터 하루종일 밖에 돌아다녔으니 그럴 만도 했다.

다음날 지베르니에 갈 것인가, 몇 시 기차를 타고 돌아올 것인지 고민하고 걱정하느라 밤에 잠을 설쳤다.

그래도 결국 무사히 잘 일어나서 지베르니에서 황홀한 시간을 보내고 왔다. 안 갔으면 어쩔뻔 했어.


언제나 그렇지만, 떠날까 말까 고민할 때는 떠나는 것이 맞다.

떠나면 적어도 후회하지는 않는다. 또 새로운 길이 펼쳐지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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