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랑주리 미술관 - 오르세 미술관 - 로댕 미술관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떠날 수 있을 지 몰랐다.
주변에 차마 이야기는 못했지만, 취소도 진지하게 고민했었다..ㅎ
준비를 생각보다 너무 못했기 때문.
오랫동안 꿈꾸왔던 도시였기에 잘 준비해서 가고 싶었는데.
하루 전인가 겨우 체크카드 당일 발급 받고 환전하고 유심을 택배로 받았다.
그리고, 짐도..여행 떠나는 당일 새벽에 쌌다.
그래도 어찌 되었든 빠진 것 없이 모든 걸 잘 챙겨서 비행기까지 무사히 탔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
칭찬해줘야지.
장장 열네시간의 비행 끝에 도착한 파리.
저녁 여섯시쯤 도착했다.
아무래도 좋은 시간으로 비행기 표를 잘 끊었다. 뿌듯.
여행의 특별한 점 중 하나는 사소한 일에도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통권 구매하기, 밥 먹기, 가고 싶었던 곳에 찾아가기 등등.
별 것 아닌 일상적인 일들이지만 하나씩 해낼 때 마다 미션을 달성하는 느낌이 든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이상하리만치 익숙하고 편안했다.
이탈리아에서 교환학생으로 6개월 정도 살았어서 그런가.
아니 그래도 여행을 왔는데 이렇게 친숙한 느낌은 좀 아쉬운 것 아닌가.
모르겠다. 작년에 다녀온 일본 보다도 더 가깝게 느껴졌다.
파리 곳곳을 누비는 동안에도, 한국에 돌아와서도 열두시간이 넘는 비행을 했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갈 수 있는 곳처럼 느껴졌다.
맞지 뭐. 마음만 먹으면 가지 못할 곳은 없다.
생각보다 교통권을 구매하는데 오래 걸렸고, 9시가 다 되어서야 숙소에 도착했다.
다행이 숙소 예약은 아무 문제 없이 잘 되어 있었고, 직원 분도 친절했다.
호텔 컨디션도 깔끔했고, 후기 글들에서 방이 좁다고 해서 걱정을 많이 해서인 지 넓게 느껴져서 만족.
바로 씻고 잘까 하다가, 비행 내내 아무것도 못 먹기도 했고 내일 아침에 아무래도 배가 너무 고플 것 같아서 주변 마트에 가서 간단히 먹을 것을 사오기로 했다.
숙소 앞 횡단보도만 건너면 보이는 에펠탑 뷰.
위치가 최고였다.
이 위치를 다 누리지 못한 게 아쉽다.
요거트랑 크로아상이랑 과일 간단히 먹고 씻고 바로 잠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호텔 창문 뷰.
이번 여행 동안에는 참 잘 자고 잘 일어났다.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나는 혹시 파리에서 태어났어야 했던 거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ㅎ
그렇지 않은데 이렇게 완벽한 시차적응이 가능한가.
한국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좀처럼 되지 않는 생활인데.
여행을 가면 아침을 챙겨 먹게 된다.
혼자 여행 하는 동안에는 뭘 별로 사먹지 않게 돼서 아침을 먹고 나가면 저녁까지 부지런히 돌아다니기만 할 수 있다.
음식은 나 혼자 하는 여행에서는 우선순위가 가장 후순위인편.
맛있는 것 먹는 것은 좋아하는데 혼자 맛있는 것 먹는 것은 영 흥미가 없달까.
이번 여행에는 그 부분이 좀 아쉬웠다.
프랑스는 미식의 나라 라는데.
다음에는 같이 와서 끼니를 맛있게 잘 챙겨 먹으며 돌아 다니고 싶다.
생각해 보니, 그런 여행은 못 해본 것 같다!?
숙소 근처의 에펠탑이 있는 마르스 광장을 먼저 들르러 가는 길.
이번 여행 동안 파리 날씨는 대체로 흐렸고 비도 왔고 맑게 개이기도 했다가 전체적으로 다이나믹 했다.
그래도 우산 없이 비 맞지 않고 잘 다녔다.
오히려 더우면 불쾌지수가 상승하니 이 정도 날씨가 딱 좋다라고 생각하며 긍정적으로 다녔다.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보는 재미가 있는 유럽.
꽃으로 꾸며져 있던 카페.
조금 흐리지만.
여행 후반부에 가서야 알게 되었는데 여기는 에펠탑 명당 뷰가 아닌 듯했다. 뒷편인가.
보다시피 여기 저기 공사 중이었다.
공사 뷰. ㅎ
에펠탑은 왜 아름답지.
오잉 나 다리도 건넜었구나.
센강.
멀리 보이는 에펠탑.
오랑주리 미술관 가는 길에 본 곳.
이름은 기억이 안 난다..
위 사진의 맞은편 뷰.
한 시간 넘게 걸어가는 중.
파리에서 빵 다음으로 기대했던 것은 바로 공원.
어디에나 꽃이 있는 듯 했다.
좋아하는 사진.
파리 하면 초록 의자, 벤치가 떠오를 것 같다.
벤치를 어떻게 초록색으로 할 생각을 했지. 참.
분홍 꽃잎이 잔뜩 떨어졌다.
이번에 찍은 사진들은 몇 개 골라서 인쇄를 해야 겠다.
사람도 거의 없고 한적했던 공원.
프랑스가 배경인 영화를 보면 항상 공원 장면이 나왔어서 영화 속을 거니는 듯한 느낌이라 좋았다.
제일 좋아하는 영화인 비포 시리즈를 문득 많이 떠올렸다.
둘쨋날에는 비포 선셋에 나오는 서점을 가기도 했는데, 비포 선셋이랑 미드나잇인파리를 다시 봐야겠다.
영화와 그림 속 풍경을 찾아 보는 재미가 가득했던 파리.
서울에서 느끼지 못한 봄을 파리에서.
정말 이번 봄은 느낄 새가 없었다. 아니, 느끼지 못했다.
작년에는 떠오르는 봄의 장면들이 있는데, 이번 봄에는..벚꽃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아팠고, 힘들었고, 지쳤었다.
돌이켜 보면 내가 나를 제일 많이 힘들게 했던 것 같다.
스스로를 갉아먹는 생각을 참 많이 했다.
나라도 나를 아껴주고 다독여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평화로운 풍경.
언젠가 회사 사람들과 어떻게 살고 싶냐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나는 조용하게 살고 싶다고 했다. 조용 보다는 고요한 게 맞을 것 같다.
마음이 고요한 삶을 살고 싶다.
어떤 환경에서도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떠나지 않고도 그렇게 살 수 있을까?
저 노란 꽃은 도대체 뭐야. 그림을 보는 줄 알았다.
팔레트 같다.
긴 공원 산책을 마치고 원래 목적지로 다시 부지런히.
뙬르히 정원.
사진으로 보던 곳.
좋아하는 사진2.
뙬르히 정원 끝에 있는 오랑주리 미술관 도착.
친구들이 내가 좋아할 것 같다고 해서 제일 기대했던 곳 중 하나.
모네의 수련 연작.
고요함이 느껴졌다.
그림으로 어떤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물에 비친 풍경을 넉 놓고 바라보았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의 세상은 어떻게 보일 지 궁금하다.
가장 좋았던 작품.
아름답다.
저 수많은 색과 터치들 속에 관찰과 사랑과..
관찰과 사랑은 같은 말이려나. 뭐가 먼저 이려나.
바라보다 보면 사랑하게 될 수도 있고, 사랑해서 바라보게 되는 걸 수도 있고.
시간이 흘러서도 많은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사랑하는 것이 뭔가 감동적이다.
그러고 보면 예술만큼 시공간을 뛰어넘을 수 있는 것도 없는 것 같다.
나는 어떤 하나를 오래, 온 마음을 다해 바라본 적이 있었나 되돌아 보게 된다.
다시 뙬르히 정원을 가로질러서.
좋아하는 사진3.
파리 건물 시그니처 색인 듯하다.
어딜 가나 밖에 앉아 있는 사람들.
밖에서 그냥 멍 때리는 사람도 많고, 책도 읽고, 밥도 먹고 자유롭게 각자의 생활을 즐기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나도 그냥 아무 잔디밭에서나 털썩 앉아서 책 읽고 빵 뜯어 먹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자연스러움과 자유로움과 편안함을 간직한 사람이 되고 싶다. 다른 거창한 무엇보다도..
주변을 잘 살피며 걸어야 한다.
눈만 돌리면 작품이 있기 때문.
그리고 근처에 오르세 미술관도 있어 일정에 추가.
다리 건너기 전에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키츠네 카페에서 아이스 라떼를 한잔 사서 초록 의자에 앉아서 노래를 몇 곡 들었다.
안 갔으면 너무 아쉬웠을 것 같은 오르세 미술관.
그만큼 좋은 작품들이 많았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
고흐 작품은 실제로 봐야 한다.
그림은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다.
그림이 품고 있는 감정과 이야기와 느낌.
그런 것들이 고스란히 전달될 때, 느껴질 때 감동을 받는다.
그림을 잘 알지도 못하고 전시에 그렇게 대단한 취미도 있지는 않지만,
파리에서는 최대한 많은 미술관을 다녀보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 여행 일정에서는 미술관을 아낌없이 넣었고, 가장 안전한 도피처처럼 느껴졌다.
그림을 보는 사람들은 안전할 거라는 느낌, 그림을 보는 동안에는 오롯이 그림과 나만 존재하는 그 느낌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한국에서도 지칠 때 그림에서 위로를 받는 법을 잊지 않으면 좋겠다.
책 읽기를 그렇게 시작했던 것처럼. 그림을 통해 또다른 세상을 보는 눈을 가지게 되면 좋겠다.
카미유 피사로의 그림들도 인상 깊었다.
모네.
작품을 보다 보니 화가들을 추측할 수 있었는데, 화가마다 특색이 달라서 재미있고 멋지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묘사 기술을 갈고 닦는 것을 넘어서서 자기만의 화풍, 생각, 관점을 가지는 것.
결국 자기만의 뭔가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모두에게 와닿지 않더라도.
드가의 역동적인 작품들도 좋았다.
마치 눈앞에서 보고 있는 것처럼 생생했다.
유명한 5층 오르세 미술관 뷰.
고흐 작품들은 재감상.
고갱.
다시 모네.
그 외 유명 작품 다수...ㅎ
5층만 봐도 작품이 너무 많아서 1층은 보는 둥 마는 둥 하고 로댕 미술관으로.
친구가 로댕 미술관을 꼭 가라고 해서 포기할 수 없었다.
정원과 같이 로댕의 조각들을 감상할 수 있는 곳.
조각 작품은 안 찍고 정원 사진만 잔뜩 찍었네.
실내 전시는 깔끔히 포기했다.
교통권이 다음날인 월요일부터 사용 가능하다는 핑계로 하루종일 걸어다녀서 삼만보 달성.
다음날부터는 지하철을 자주 탔는데, 여행 마지막날 다시 파리를 걸으면서 걷는 것만큼 기억에 오래 남는 여행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많이 걷지 못한 것이 아쉽게 느껴졌다.
걸으면 느리지만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고 더 생생히 느낄 수 있다.
걸으면 우연을 마주할 수 있고, 그 우연은 기억에 잊지 못할 순간으로 남는다.
여행을 느낄 수 있는 감각이 있다면 걷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앞으로는 더 많이 걷고 싶다고, 체력을 준비해 둬야 겠다고 생각했다.
여행 첫쨋날 일정은 이렇게 저녁 조금 일찍 마무리.
원래 유랑에서 동행을 구해서 저녁 일정을 함께할까 생각도 했으나, 시간이나 일정이 여러모로 애매해져서 마트에서 사온 피자로 혼자 저녁을 해결하고 쉬었다. 다음날 일정을 위해.
돌이켜 보면 여행 내내 거의 말을 하지 않았는데 외롭지 않았던 게 작품과 조용한 대화를 계속 나눴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오랜만에 평소와 다른 뇌를 쓰며 쉴 수 있었던 것 같다.
여행을 다녀오면, 여행은 뭘까 계속 생각해보게 되는데
이번 여행은 멈춤이었던 것 같다. 잠시 멈춤.
너무 바쁘게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사람들과 오고 가는 수많은 대화와 이해관계 속에서 잠시 멈춤.
현실에서의 도피. 스스로 현실을 멈출 수 없다면 잠시 벗어나는 것도 방법이었다.
그리고 지금 살아있는 것들이 아닌 멈춰 있는 것들을 보고 싶었다.
과거의 것들과 사람들과 이야기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답이 어쩌면 거기 있을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실제로 여행을 하면서 과거, 역사를 더 많이 공부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결국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모든 일의 기본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걸 위해서는 과거에 일어났던 일들, 배경, 흐름, 사람들의 욕망이 어떻게 작용했고 그래서 어떤 행동, 결과가 일어났는 지를 보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꿈 속의 파리였지만 현실이 되어버린 파리의 첫쨋날 포스팅은 마무리하고
광화문 교보문고 서점에 책을 사러 가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