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담양의 아침 - 담양 카페 미각&담양LP음악충전소
다음날 아침이 밝았다.
담양에서의 둘쨋날 아침.
어제보다 더 화창한 날씨에 아침 산책이 기대되었다.
어젯밤에 잠을 이루지 못해 피곤했지만 여행에서는 이겨낼 수 있지!
씻고 준비를 다 마치고, 어제 숙소에 도착했을 때처럼 방과 침구류를 정돈했다.
머물다 간 자리를 말끔히 정리하는 일은 집주인 뿐만 아니라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하루만 자고 가는 것이 조금 아쉽게도 느껴졌다.
하지만, 뭐든 조금 아쉬울 때 떠나야지!
그래야 다음에 또 올 수 있는 것일지도.
다시 숙소 이곳저곳을 살펴본다,
처음 왔을 때처럼.
오늘은 숙소 반대편 길로 걸어가 보기.
담양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익숙할 동네 풍경이겠지.
숙소 앞에 흐르는 하천 이름은 만성교였구나.
숙소에 도착했을 때 창문 밖으로 보이는 하천을 보며, 다음날 아침에 꼭 산책해야 겠다고 다짐했다.
일상과 여행의 모습이 가장 다른 때는 아침일지도 모르겠다.
여행에서의 아침은 부지런하기도 여유롭기도 하다.
평소보다 조금 더 일찍 눈을 뜨고, 아침을 챙겨 먹기도 하고, 평소라면 무겁게만 느껴졌던 발걸음이 가볍게만 느껴진다.
그래서 여행에서의 아침은 더 소중하고 특별하고 그립다.
주택의 모습을 한 카페.
산책로 입구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렇게 우연히 보석같은 공간을 발견하는 것이 여행의 진정한 묘미가 아닐 지.
아침부터 자전거 타는 사람들도 꽤 보였다.
살기 좋은 도시임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산책로 옆으로 보이는 풍경.
6월 담양의 밤과 아침은 평화롭기만 하다.
계속 걷다 보니 금세 산책로 끝에 도착.
옆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이 보였다.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순간.
여름의 무늬.
그림자가 가끔은 더 선명하다.
반대편으로 향하는 돌다리를 용기 내 건너가 보기로 했다.
노오란 연꽃이 활짝 피었다.
동글동글한 연잎이 귀엽다.
돌다리 중간 즈음에서 보이는 풍경.
사실 벌벌 떨면서 건넜다.
돌다리와 물의 높이가 거의 같아서 생각보다 무서웠다.
그래도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으니 꿋꿋이 건너가 본다.
반대편에 무사히 도착.
걸어온 산책로 길로 향하는 다리.
아까 왔던 길을 반대로 다시 걸어가 본다.
내가 기대했던 담양의 풍경은 이런 것이었다.
슬로우시티임이 실감났던 순간.
그리고, 어렸을 때 자란 환경이 생각보다 나에게 깊게 새겨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이런 풍경에 편안함을 느끼는 건 어렸을 때의 기억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런 환경 속에서 자랄 수 있었다는 사실이, 시골 풍경의 추억을 가지고 있는 것이 다행이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경은 사람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지금의 나를 이루는 많은 것들이 이전의 여러 환경들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하나둘 깨달아 가고 있고,
동시에 그런 환경은 부모님 덕분에 가능한 일들이었기에 감사하다.
걷다가 이 마을에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두 어린아이를 보게 되었는데,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은 어떤 추억을 가지고 살아갈 지 궁금해졌다.
어른이 되어서도 두고 두고 꺼내보고 싶은 빛나는 추억이길 바라며.
아까 발견한 카페에서 잠시 쉬었다 가기로 했다.
밖에 테라스도 있어 고민을 했지만 결국 2층에 자리를 잡았다.
나밖에 없었던 공간.
대나무로 만든 듯한 조명 커버와 인형들.
앗 귀엽다.
역시 대나무의 도시 아니랄까봐.
앉아서 언니에게 언니가 왔으면 좋아했을 것 같다, 카톡을 했다.
좋은 곳을 혼자 가면, 같이 오고 싶은 사람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아름다운 순간을 함께하는 것,
행복해하는 상대방의 얼굴을 훔쳐보는 일이 가장 큰 행복이 아닐까.
1층 공간은 다른 건물에 마련되어 있다.
테라스에 앉았어도 참 좋았겠다.
누군가와 함께 오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쉬워!
요즘의 가장 큰 바람은 주변 사람들이 나로 인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질 수 있으면 좋겠다.
나만 알고 있는 행복들을 나누고 싶다.
좋은 에너지를 가득 쌓아뒀다가 나눠주고 싶다.
주변 사람들을 위해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아 감사할 뿐이다.
우연히 마주쳤던 선물같은 공간.
조금 더 머무르지 못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음 목적지를 향해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담양LP음악충전소.
어제 버스터미널에서 내려 숙소로 걸어오는 길에 보고 궁금했다.
1층은 카페, 2층에는 LP를 들어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옛날 국내 음악 LP들이 가득해서 신기했다.
서울에 있는 LP라이브러리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담양이랑 잘 어울리는 듯 했다.
LP플레이어들이 군데군데 마련되어 있어
원하는 LP를 골라 들을 수 있다.
원래는 김현철님의 노래를 듣고 싶어 열심히 뒤적이다가
결국 듣고 싶은 노래의 앨범을 찾지 못하고 발견한 유재하님의 앨범.
맞아, 예전부터 유재하님의 노래를 좋아했다.
사랑하기 떄문에.
비긴어게인에서 이전에 이소라님이 커버한 적이 있는데 보고 감동 받아서 눈물 흘려버림..
국어로만 되어 있는 가사가 아름다웠고,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순수한 가사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가만히 음악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은 특별하다.
보통 음악은 배경이 될 때가 많다. 음악이 주인공이 되는 시간은 많지 않다. 음악은 욕심이 없다.
하지만, LP를 들을 때 음악은 온전히 무대 위의 주인공이 된다.
갈수록 더 아날로그 적인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기술과 세상의 변화가 빨라질수록 내 삶은 더 느리게 흘러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순간순간을 더 오래 붙잡아 두고 싶고, 가만히 더 오랫동안 들여다 보고 싶다.
속도보다는 깊이, 넓이가 우선이 되는 삶.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우리가 붙잡아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곰곰히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 와중에도 변하지 않는 가치가 있을 것이다.
사람, 인간이 지닌 고유한 가치는 무엇일까.
책, 음악, 예술.
결국 사람인데.
기술은 인간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
사람은 하나의 세계이다.
저마다 다른 세계.
그 우주를 기술이 대체할 수 없다.
버스 시간이 다 되어가서 시킨 음료는 몇 모금 입만 대고 나왔다.
다음에 오면 여유롭게, 더 오래 머물고 싶었던 공간.
또, 그때는 누군가와 함께이면 더 좋겠다.
담양 공용버스 터미널에 도착.
귀엽다. 하루만에 정들어 버렸네.
다음에 또 올 일이 분명 있을거야!
많은 아쉬움을 남겨두고 왔으니까.
다시 올 핑계를 가득 만들어두고 왔으니까.
역시, 떠나길 잘했다.
여행은 실패하는 법이 없고,
사람을 만나는 일에도 실패란 없다.
경험만이 있을 뿐.
우리가 계속해서 떠나고 만나야 할 이유는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