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담양의 저녁과 밤 - 메타프로방스마을&메타쉐콰이어길&관방제림
30분 정도 담빛예술창고 카페에서 쉬었다가 다시 가던 길을 가본다.
해가 지기 전에 메타세콰이어길에 도착하려면 부지런히 걸어야 한다.
동네 주민으로 보이는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부러웠다. 이런 길을 매일 산책할 수 있다니.
살기 좋은 곳이다.
신기하게 누워서 자라는 나무.
이 길을 걷는데 독립영화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곳곳에 보이는 풍경들에 모두 이야기가 가득했다.
그림이 너무 예쁜 집.
나무들이 번호가 붙여진 목걸이를 하고 있었다.
무슨 의미인 지 궁금했다.
나무에서 나무가 자라고 있는 느낌.
넓게 펼쳐진 논.
이런 풍경은 거의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전라도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닐 지.
삼십분 정도 걸어 도착한 메타세콰이어길.
메타프로방스 마을을 먼저 둘러보기로 했다.
곳곳에 공방들이 보였다.
유리공방이 궁금해서 밖을 기웃거리다 들어가 보았다.
딱 두 개 남은 병아리 두 마리 데려왔다.
사진을 찍지 못했지만 아기자기한 유리 공예품들이 자리하고 있었고,
안쪽에는 직접 유리공예를 해볼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메타쉐콰이길 카페로 찾아서 가고 싶은 곳이었는데,
예상치 못하게 이전에 담빛예술창고 카페에 들르게 되어 남은 음료를 손에 들고 있었다.
밖을 서성이기.
식물들이 가득해서 생각보다 더 예쁜 공간이었다.
까눌레를 판다기에 디저트라도 사가자 해서 안에 들어갔다.
하지만 주말에만 판다는 소식을 듣고, 일단 빈손으로 다시 나왔다.
해가 지면서 예쁘게 물들기 시작한 하늘.
죽녹원에 이어 이곳에도 사람들의 영원에 대한 욕망이 빼곡했다.
진짜 사람이 사는 집일까.
하얀 외벽과 알록달록한 색깔의 문이 인상적이었던 곳.
메타프로방스 마을 크게 한 바퀴는 다 둘러본 듯 했다.
아까 아쉬움이 남은 카페를 결국 다시 가기로 했다.
케잌을 시켰다.
2층에 올라왔다.
사람들이 아무도 없었다.
마을이 빼꼼 보이는 아담한 뷰가 좋았다.
음료는 시키지 않고 디저트만.
저녁 대신이라 생각하고 먹었다.
특이했던 2층 인테리어.
내가 자리잡은 곳.
나에게 여행은 걷고 마시고 멍때리기.
여행에서는 생각을 하지 않는데, 다녀오면 생각이 정리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불필요한 생각들이 비워져서 일려나.
알고보니 하고 있던 고민이 딱히 중요한 고민이 아니었던 것도 같다.
더 어두워지기 전에 메타세콰이어길을 걸으러 가야 했다.
마을 한 가운데 자리하고 있던 조각.
어떤 의미이려나. 모르겠다.
해가 지고 전구에 불이 들어왔다.
저녁에 메타프로방스 마을을 둘러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불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할 때가 가장 예쁜 시각인 것 같다.
특히 여행지에서의 그 풍경은 잊을 수 없다.
예전에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언덕에 앉아 하나둘 불이 들어오는 집들의 풍경에 반해 다시 피렌체를 찾기도 했다.
마치 마법이 시작되는 신호 같달까.
이 사진 보고 담양에 올 수 있었던 것 같은데,
해가 많이 져서 조금 아쉬웠다.
날씨가 화창한 낮에 오면 더 좋을 듯하다.
양 옆을 나무가 에워싸고 있는 길은 왠지 모르게 아늑하다.
길 옆에는 이런 풍경
반대쪽에 새로운 길로 이어지는 통로를 발견해 걸어가 본다.
아이들을 위한 아기자기한 정원이 꾸며져 있었다.
산타마을이었다. 한여름의 크리스마스인가.
꽤 진짜 같았던 공룡 연출.
아이들이 오면 정말 좋아할 것 같았다.
동심으로 돌아가보기.
공놀이에 푹 빠져있던 어른들.
약간 무서운데..?
다시 메타세콰이어길로 돌아와 조금 더 걸었다.
어둠이 찾아오고 있어 조금이라도 풍경을 더 눈에 담아야 했다.
물에 비친 모습은 언제나 아름답고.
어둠이 찾아온 숲은 해가 있을 때의 숲과 완전히 다르다.
우리의 시야를 완전히 삼킨다.
낮이 되면 또다시 언제 그랬냐는듯 눈부시게 환해지지만.
이제 더 어두워지면 집에 돌아가는 길에 아무래도 두려움에 떨 것 같아 아쉬움을 뒤로하고 메타쉐콰이어길을 빠져 나왔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다행이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아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순간 중 하나.
초여름밤에만 느낄 수 있는 공기가 있다.
약간의 온기를 품고 있던 공기가 식고, 시원한 바람이 살결에 닿는다.
그것은 하루의 노고를 완전히 잊게 만들고, 그러다 보면 계속해서 걷고 있다.
가을을 끔찍이 좋아하던 나는 올해는 봄과 초여름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다가오는 여름도 기대되고.
계절은 매번 똑같이 찾아오지만, 그 안의 풍경과 나는 매번 달라져 있다.
그 변화를 알아채는 것이 삶의 큰 행복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이 날 걸으면서 떠올라 일기장에 남겨 놓은 문장.
계절의 무늬.
초여름의 무늬를 부지런히 수집하러 다닌 날. 매번 계절은 새롭게 찾아오고, 우리는 또 어떤 무늬를 남기게 될까.
언제 봐도 같은 풍경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우리가 조금씩 달라져 있을 테니까.
산책로 마지막 즈음에는 평상에 앉아 노래를 들으며 산책하는 사람들의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다 왔다.
여행 중간 중간에 쉴 틈을 만든다. 딱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 그때 내가 지금 있는 이곳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더 느리게 걷고, 더 오래도록 바라보고 싶다.
엄마가 자꾸 시골이 도시보다 더 무섭다고 해서 괜히 숙소 돌아오는 길에 무서워져서 빠른 걸음으로 도착.
하루종일 걸어다닌 탓에 얼른 씻고 쉬고 싶어서 오자마자 바로 씻고 짐을 정리했다.
하루 일정을 모두 마무리하고, 씻고 나서 온전히 쉴 수 있는 시간을 맞이할 때 기분은 날아갈 듯이 가볍다.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은 하루를 시작할 때 만큼이나 산뜻한 느낌이다.
충만하게 보낸 밤은 기분 좋은 아침으로 이어진다.
어쩌면 밤을 잘 보내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마무리가 가장 중요한 것처럼. 아침은 밤의 연속일지도.
좋은 밤, 좋은 아침을 맞이할 수 있는 밤의 루틴을 찾아봐야 겠다.
일기는 몇 문장만 끄적이다 말았다.
음악 감상 타임.
인테리어용으로 화면이 있는 건 좋은 것 같다.
혼자 머무르기에는 넉넉하기만 했던 숙소.
고생한 발이여, 쉬어라!
피곤했지만 휑한 느낌에 좀처럼 잠이 들지 못하고, 그마저 든 것도 아주 얕은 잠이었다.
그래도 다음 날 여행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