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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담양의 낮

천천히 걷고 바라보기(ft.필름카메라) - 죽녹원&담빛예술창고&달빛음악당

by 몽쉘


다시, 여행.

이 계절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도시로 떠났다.

슬로우시티, 담양.

슬로우시티라고 불리는 건 엄마가 이야기 해줘서 알게 되었다.

와보니 왜 그렇게 불리는지 알 것 같기도 하다.

사람들도 많지 않고 분주함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평화롭고 무언가 천천히 흘러가는 도시.




공용버스터미널에 내려, 걸어서 15분 정도 걸리는 숙소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더 한적한 풍경에 여행 잘 온 것 맞겠지 걱정이 조금 되려던 찰나에 숙소에 도착해서 다행이었다.




생각보다 숙소는 넓었고, 침대가 있는 방 창문 밖으로 보이는 뷰가 마음에 꼭 들었다.

바로 앞에 하천이 흐르고 있었다.








에어비앤비를 예약할 때도 이 사진을 보고 원래 생각한 일정을 바꿔서 예약했다.

책들이 올려진 선반에 마음을 뺏긴 것이었다..ㅎ

하지만 막상 와보니 더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엌과 거실로 이어지는 모습.









넓은 침대는 오늘 나 혼자 쓸 예정.









부엌도 넓다.









거실은 더 넓고.

집에서 구워 온 빵 조금 뜯어먹고 서둘러 나가보기로 한다.

첫 목적지는 죽녹원.









집 앞에 흐르는 하천에는 이런 귀여운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언니가 같이 왔으면 타봤으려나. 아니다. 언니는 덥다고 거부했겠지.ㅎ








죽녹원으로 가는 길의 어느 풍경.










곳곳에 대나무 공예방이 보였다.










대나무를 좋아하는 귀여운 판다.

아예 대나무 안에 쏙 들어가 있다.

옆에서 한 소년이 엄마에게 이런 거 누가 사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있을 것 같은데...?ㅎ









죽녹원 입구에서 보이는 풍경.

저 숲길이 궁금했다.

이제야 담양에 도착한 것이 제대로 실감나던 순간.

죽녹원 다 둘러보고 다음 목적지로 결정.


내가 꿈꾸던 담양의 풍경은 이런 것이었지.

하늘에 닿을 것처럼 높고 곧게 뻗은 나무들이 끝없이 가지런히 이어지는 풍경.

여행이 실감나는 순간은 내가 꿈꾸던 여행의 풍경을 마주할 때가 아닐까.









자전거 타는 사람들, 분수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벤치에 자리앉은 사람들, 그늘을 찾아 돗자리를 펼치고 앉거나 누워서 딱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


나는 이렇게 느리게 흘러가는 풍경이 좋다.

우리는 항상 무얼 하느라 바쁘게 살아간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모습은 희소한 풍경이라 좋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대나무숲은 정말 오랜만이다.

들어서자마자 공기의 온도가 달라진 걸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서늘한 바람이 불어왔다.









훼손시키지 말라는 경고가 곳곳에 붙어 있었지만,

사람들의 영원에 대한 욕망은 어쩔 수 없었나 보다.









발길 닿는 대로 걸었다.

공예품 상점이 있어 안에 들어가서 잠깐 구경했다.

인센스 꽂이인 것 같은데 고래 모양이 귀여웠다.

요즘 귀여움을 발견하면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큰일이다.









운동 한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걷기.

크게 숨을 들이마쉬기. 대나무의 좋은 에너지를 모두 흡수하고 간다는 생각으로.










아름다운 숲의 풍경.

대나무는 가녀려 보이지만 단단한 느낌이다.

쉽게 꺾이지 않는.


항상 나무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아주 큰 그늘을 가진 품이 넓고 깊은 나무.

사람들이 지쳤을 때 쉬어갈 수 있는 시원한 그늘을 드리워 줄 수 있는 나무가 되고 싶다.

넓고 깊어져야 한다.

나무는 바람에 쉽게 흔들리지만 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하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곳곳에 오래된 공간들이 보였다.







장독대가 있는 풍경은 왠지 모르게 정이 간다.

오랜 시간을 품는 것들이라 그런가.






















































후문으로 향하는 길.

유독 빨간 잎의 나무가 눈에 띈다.










물의 춤추는 공연.

























나무 이름을 모르겠다.

꽃들이 마치 잎들 위에 나비처럼 내려 앉은 듯한 모양이 특이했다.









머리핀 꽂은 것 같군.
















보일듯 말듯.









벤치에 앉아 잠시 쉬었다.









그림 같은 풍경.









약간의 구름이 낀 날씨 덕분에 오히려 걸어다니기에는 좋았다.









필카와 함께하는 여행은 생각보다 더 즐거웠다.

필름 한통 다 채운다는 목표로 부지런히 찍었다.



사진을 찍는다는 건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었다.

한걸음 더 발을 내딛어야 했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지금 눈앞에 보이는 풍경에만 오롯이 집중하고, 시선을 달리하기 위해 새로운 자세와 구도를 시도해 봐야 했다.


그럼에도 사진으로는 담아지지 않는 것들이 있긴 했지만.


필름 카메라는 한정된 컷 수와 지울 수 없는 특성 때문인 지 한 장 한 장을 더 소중히 찍게 되는 듯 했고, 그게 매력으로 느껴졌다.


우리들의 남은 하루 하루도 마치 필름카메라를 찍는 것처럼 살아가면 좋을 것 같다.

하루하루를 소중한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아름다운 보라색 빛깔의 꽃들이 연못을 따라 피어 있었다.

붓꽃인가.








이렇게 잘 가꾸어진 풍경 뒤에는 항상 누군가의 노고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지.



























누가 꽃다발을 놓고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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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걸어서 후문 끝까지 깊숙이 들어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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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낮은 나무들도 매력있다.

작고 단단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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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로 만든 기구, 쉴 곳들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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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찍게 되던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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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모습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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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녹원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바로 여기.

이상하게도 이쪽으로는 사람들이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 왜지.

고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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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는 이런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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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쪽 옆은 이런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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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춘 듯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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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온 문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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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와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좋은 풍경을 보고 있을 때는 항상 가족이 떠오른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사랑하는 사람이 떠오르는 것처럼.

엄마, 아빠랑 같이 왔으면 좋아했겠다,

누군가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 그 순간을 함께할 때 나도 가장 행복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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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잎이 가득했다.

곳곳에 연꽃이 피어나고 있었고.

연못을 빼곡히 덮은 모습에 감탄이 나왔다.

잠시 할 말을 잃고 한참을 쳐다보았던.

그들의 생명력이 놀랍게 느껴졌다. 도대체 어떤 마음으로 이렇게 태어날 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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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인건가. ㅎ

잠시 마루에 걸터앉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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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에 한 커플이 와서 여자 분이 그네 위에 올라섰따.

남자 분이 밀어줄까 라고 물었고.

그네 탈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었는데.

그들은 재미난 추억 하나를 가지고 돌아가겠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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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정문으로 가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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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해보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모습이 좋았던 것 같다.

고개를 살짝 뒤로 젖혀 하늘을 올려다보는 순간이 여행과 일상의 차이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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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멀리서 바라봤던 수국 꽃밭을 가까이 보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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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녹원 안의 카페.

들리지 못해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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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에 앉아 잠시 쉬었다 가면 더 좋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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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길로 들어서서 마주한 풍경.

대나무를 좋아하는 팬더들이 있었다.

귀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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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더 음악단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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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 쪽에 있는 전망대에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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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죽녹원 산책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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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아까 건너편으로 보이던 길로 걸어가 본다.

메타세콰이어 숲길로 향하는 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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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때문인지 왠지 모르게 유럽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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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당이었는데 새하얀 건물이 이곳의 녹음과 잘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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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음악당.

밤에 야외에서 음악 공연을 본다면 낭만적일 것 같다.

잊지 못할 여름밤이 되지 않을 지.


어른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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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외형 덕분에 풍경이 마치 액자 속에 담겨 있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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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넓은 운동장이 펼쳐져 있다.

자전거 타기도 러닝하기도 좋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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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밑동들만 덩그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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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소리에 이끌려 들어와 버린 담빛예술창고.

전시도 열린다고 하는데 오늘은 휴무일이라고 해서 원래 계획에서 제외했었는데.

카페는 열려 있어서 음악을 좀 더 듣고 싶어 커피 한 잔을 시켜 잠시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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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면, 그게 공간이든 활동이든 거기에 쓰는 돈은 아깝지 않다.

여기도 커피 값을 내고 이 공간을 즐기고 싶었다.

이런 경험들이 결국 나의 어딘가에 남는다고 생각한다.

죽을 때까지 이런 흔적들을 더 많이 남기고 싶다.

결국 떠날 때 함께하는 것은 이런 순간들 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필름 카메라와 함께여서 덜 외로웠던 이번 여행.

몇 년 전에 우연히 사고 처음 다시 쓰게 되었는데 그때 사놓길 잘했다 싶다.

책을 사면서도 생각하는 것이지만, 때로는 내것이 될 수 있는 시기를 기다려야 할 때가 있다.

언젠가 그런 시기가 찾아온다. 읽히는 시기, 다시 꺼내 쓰고 싶은 시기가.

중요한 것은 그것을 잊지 않고 기다리는 마음, 포기하지 않는 마음, 다시 시도하는 마음, 희망을 잃지않는 마음이다.


혼자서 여행을 하다 보니 말을 거의 하지 않았는데 이것도 좋았다.

갈수록 어떤 말을 하는 것이 조심스러워진다.

말보다는 글이 편하고.

어떤 사람들은 말을 하면서 생각이 정리된다고 하지만,

나는 말을 하면서 생각이 더 많아지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글은 쓰면서 차분히 생각이 정리된다.

불필요한 찌꺼기들은 모두 걸러지고 필요한 알맹이들만 남는 느낌이다.

더 부지런히 쓰고 싶다.

계속 쓰고 싶고, 그리고 언젠가는 새로운 이야기를 쓰고 싶다.

요즘 새롭게 생긴 꿈이다.

나도 언젠가 소설이라는 것을 쓸 수 있을까.

그때 나는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을까 궁금해졌다.

소설은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때 나는 어떤 세계를 가지고 어떤 이야기를 써내려 갈 수 있을 지,

그런 것들을 생각하다 보면 잘 살아가야 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내면의 숲, 정원을 잘 가꾸어 나가고 싶다.

거기에 필요한 물과 햇빛, 바람은 어떤 것들일까.

좋은 양분들을 듬뿍 주어야지.

그 아름다움이 겉으로 뿜어져 나오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그리고 결국 내가 진정으로 쉬어갈 수 있는 곳도 그곳일 것이다.



이어지는 담양 여행기는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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