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릇, 적응하는 동물이라고

by 주민영

01.

근 1년 가까이 백수 생활을 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새로운 일자리를 얻었다. 운이 좋게도 지금 사는 집과 아주 가까운 곳이다.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처음 해 보는 일이었지만, 3일 정도 배우면서 겁이 나도 자꾸 하게 되니 그도 할만해졌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구나 생각하던 게 벌써 세 달이 되었다. 사람이 구석에 몰리면 무슨 일이든 그보단 낫게 된다. 뭐, 그렇게까지 표현할 만큼 어려운 일도 아니지만.


02.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내가 첫 직장을 다니게 되었을 때 입을 모아 말했다. "넌 평생, 직장 생활 안 할 줄 알았어.",라고. 남들 다하는 직장 생활을 '내가' 한다는 사실에 주변인들이 놀랄 만큼, 나는 조직 생활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하는 서툰 사람이었다. 그리고 나 조차도 내가 직장 생활을 감당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에야 인정하는 거지만 대학 졸업 후 본격적인 사회로의 진입이 두려워, 유예 기간이라도 두듯 대학원에 입학했었다. 물론 뚜렷한 목적도 방향도 없는 대학원 생활이 평탄하게 굴러갈 리 없었고 결국 그 마저도 그만두었다. 그리고는 2년 넘게 자원봉사만 하며 백수 생활을 지속하다가, 젊은 애가 왜 그러고 있느냐는 핀잔을 얻어 들으며 자의 반 타의 반 직장을 구했다. 요즘은 취업준비생이라는 표현도 왕왕 쓰던데, 나는 그 표현도 적합하지 않은 것이 딱히 취업을 준비하고 있지도 않은 그야말로 백수였다. 구직에 소극적이었던 나는, 직장마저도 어느 아는 분의 소개로 겨우 얻은 것이었다.


그런 사람이 직장을 다니게 됐으니 탈이 나지 않을 리 없다. 첫 출근을 하던 버스 안에서부터 이렇게 평생을 살아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온몸을 짓눌렀다. 버스 안에 사람들이 없었다면 아마 엉엉 울었을 것이다. 그 우울감이 한 달 넘게 지속됐다. 출근 버스 안에서 매번 이 버스를 타고 회사를 지나 종점까지 달리고 싶다는 생각, 이 버스가 영원히 회사에 도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런 생각들만 내내 하고 있었다. 사실 그깟 버스 내가 내려버리면 그만이었고, 그깟 회사야 무단결근─으로 시작해서 퇴사로 종결─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이내 세 달을 버티고 3년을 넘겨 어느덧 5년을 보냈다. 사실은 별 것도 아니었다. 해보지 않은 것을 해보지 않았다고 쳐다만 보고 있으면, 무한한 크기로 겁만 부쩍 늘어난다. 그게 그렇다고 머리로만 알고 있던 걸 그렇게 몸으로 배웠다. 물론 직장이 주는 또 다른 차원의 스트레스와 무력감들이 있었지만, 그렇게도 살아지더라는 말이다.


03.

다시 돌아와 지금의 이야기를 하자면, 사실 현 직장은 여러 모로 만족스럽지 않은 곳이다. 입사 초기 직원 복지에 관해 이리저리 늘어놓던 사장의 호언장담은 그야말로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었고, 그나마 월급마저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여차 하면 이 곳을 또 떠야 할 판이다.


04.

구직 활동은 그야말로 바다 위에서 뗏목을 타고 표류하는 기분이다.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망망대해를 떠돌다가 겨우 찾은 뭍에 발이라도 내딛으려 치면, 원주민들이 무기를 들고 뛰어나와 너 같은 거 받아줄 수 없으니 죽이겠다고 극성을 떤다. 그런 기분이다.


05.

끝이 보이지 않는다. 아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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