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소소한, 근황

by 주민영

01.

이사를 했다. 새로운 집으로 옮겨온 지 벌써 다섯 달 남짓 지났다. 그동안 여러 가지 악재가 겹쳐 소소한 스트레스들이 누적된 가운데 촉박한 이사 기한, 두 달 넘게 밀린 급여, 압류와 소송의 압박에 떠밀려 더욱더 일이 꼬였다. 그중 해결된 것은 이사밖에 없지만, 그래도 어찌어찌해나가는 중이다. 이런 악재들―물론 모두 내가 자초한 것이고, 나의 업보이지만―이 겹치면서 가장 먼저 나에게 생긴 변화는 자존감이 바닥을 치게 된 것이다. 내가 이겨내겠다고 갖은 발버둥을 친다 해도 무엇 하나 나아질 수 있는 것일까, 하는 비관적인 마음은 덤이다.


02.

노동청에 임금 체불 진정서를 낸 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고용주와 대면하고, 언제까지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받았지만 지켜지지 않게 되고, 전 고용주가 잠적하고, 지명수배가 떨어지고, 다시 전 고용주를 찾았다는 연락을 받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도 딱히 걱정이 되지 않았던 것은 나에게 조금이나마 안정적인 수입원이 생겼기 때문이리라.


03.

십 대 시절에는 돈에 집착하고 거기에 허덕이는 삶을 혐오하다시피 했지만, 내가 경제활동의 주체가 되면서 자신 있게 나는 아니라고 말할 수 없게 되었다. 슬프게도 고정수입원의 유무는 한 인간의 자존감과도 직결되는 부분이었고, 더 나아가 사람을 만날 때 기본적인 예의를 차릴 수 있느냐 없느냐까지도 결정 짓는다. 그래서 결국에는 인간관계를 하나씩 정리하게 된다. 자포자기가 잦은 나같은 사람은 거의 전부를 정리하기도 한다. 정리는 쉽다. 전화를 받지 않거나 번호를 바꾸면 대개는 그대로 끝이 난다. 예의를 지킬 수 없다는 이유로 자행되는 무례한 방식의 정리. 그러나 나는 그 무례함을 알면서도 다른 방식의 정리는 알지 못한다. 솔직히 말하면 자존심 지키기에 불과한 이 작태들을, 나는 언제쯤에나 그만 둘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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