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예 읽지 못하고, 가끔 쓰는 날들

by 주민영

01.

쓰겠다고 마음먹고도 쓰지 못하는 밤은 괴롭다. 사실 그렇지 않은 날은 거의 없다. 거의 매일 밤을 아무 생각 없이 살고, 아주 가끔 쓰겠다고 마음먹고, 그리고 그보다도 더 아주 가끔 몇 자라도 쓸 수 있게 된다. 어쩌면 그건 요 몇 년 동안의 나태한 생활에서 기인했는지도 모른다.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아예 읽지 못했고 가끔 쓰곤 했으니까. 그동안 내가 쓰는 언어는 눈에 띄게 사용 범위가 협소해졌고, 그 질은 몹시도 천박해졌다. 그렇게 서서히 바보가 되어간다.


02.

재능이 없으면 성실하기라도 해야 한다고 다그치지만, 성실도 재능이 있어야 가능하다. 엉덩이는 가볍고, 어깨에는 까닭 모를 힘만 들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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