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말을 안하는거지?

by 행복한꿈


40주 4일에 3.46kg으로 건강하게 태어난 우리 아가는 대부분의 아가들이 그렇듯 50일경 고개를 가누었고 100일경 뒤집기를 하였다. 뒤집기를 한 후 금방 되집기를 하여 '이 아가가 천재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했고 6개월쯤 두 개의 앞니가, 돌 무렵 8개의 이가 난, 남들과 비교하여 전혀 뒤쳐지지 않는 아가였다.


"엄마 해봐"


하루종일 돌아다니며 놀기 바쁜 우리 아가에게 많은 사람들이 '엄마'나 '아빠'와 같은 말을 요구했지만 우리 아가는 들은척도 하지않았다. '꿈이야~'라고 부르는 말에도 대답하지 않고 쉴새없이 걸음마보조기를 밀고 다니거나 에듀테이블 버튼을 누르곤했다.

"아가가 정말 순하네!"

이런 우리 아가를 보며 많은 사람들이 혼자 잘 노는 순둥이 아가라며 전생에 나라를 구한게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초보 엄마아빠가 의지할 곳이라곤 먼저 아가를 키워본 육아선배들이나 육아서, 소아과 의사선생님들뿐이었기 때문에 아가가 엄마아빠와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 이 상황을 큰 문제 삼지 않았다.

"꿈이가 조금 특이한 건 알고 있지?"

육아서와 이론에 충실하게 아가를 키우고 있는 주변의 친구가 어느날 갑자기 이런 말을 해 왔을 때에도 약간의 걱정은 했지만 특이한게 문제될 것이라는 생각은 없었다. 우리 아가는 1월생. 비록 돌이 지났지만 같은 나이인 12월생과 비교했을 때, 그들은 이제 막 뒤집기를 하여 엄마아빠를 기쁘게 하고 있지만 벌써 밥도 먹고 걸음마도 하며 '인간'이 되고 있는 상황이니 그게 큰 문제가 될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그래도 직업상 여러 유형의 아가들을 만나는 그 친구가 어떤 이유로 우리 아가를 특이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고 있어야 했는데 구체적으로 묻지 않은 채 시간이 흐른게 잘못이었을까.

6월생 아가를 키우는 그 친구의 아가가 돌이 지나 '엄마, 아빠'를 시작한 우리 아가의 18개월. 우리 아가는 여전히 입을 열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입을 열어주지 않았다. 엄마가 필요한 순간 주변에 없을 때 '엄마!'하고 외치긴 하지만 '엄마'라고 말해달라고 사정을 할 때는 절대 '엄마'라고 말해주지 않았다.

돌이 갓 지난 아가를 두고 이른 복직을 한 상태라 아가의 하루일과를 엄마아빠보다는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더 잘 알고 계시는 상황이라 조심스럽게 상담을 청했다.

"어머니, 큰 병원 한 번 가보시는게 어때요?"

이유인즉슨, 아가가 또래에 비해 소근육, 대근육 발달이 빠른 편인데 말을 하지 않는 게 너무 이상하다는 것이다. 연세가 있으신 그 선생님께서는 '아가 귀가 잘 뚤버졌는지 의심스러운 지경'이라고 말씀하셨다. 신생아 때 해 본 난청검사나 평소에 이런 저런 소리에 반응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 아가의 귀는 분명히 잘 '뚤버져'있었다. 그렇지만 엄마아빠의 불안한 마음이 제3자인 어린이집선생님과 일치한 상황에서 큰 병원을 가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엄마가 보시기에 어떠세요?"

어렵사리 예약하고, 당일 4시간이나 대기하여 찾아뵌 재활의학과의 교수님께서는 팔짱을 끼신 채 옆으로 쓱 바라보시곤 내게 공을 돌리셨다.

"제가 보기엔 크게 문제는 아닌 것 같지만 느린건 맞는 것 같아요."

"제가 보기에도 귀도 잘 들리고 말을 안 하는거지 못하는 건 아닌것 같은데요."

오랜 시간 고민하고 대기한 병원에서의 진료는 5분도 되지 않고 끝났고 다소 허무하긴 했지만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괜찮다잖아. 괜찮겠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