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문제 집중 풀이반, 폐강

by 행복한꿈

예상문제 집중 풀이반이 폐강됐다.

검사지를 보며 회의감이 느껴졌다고나 해야할까?


여러 논문과 자료를 통해서 언어치료센터나 병원에서 일반적으로 활용하는 검사지들을 들여다보았는데 이 검사가 과연 어떤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에서 언급했지만 우리 아가는 다람쥐형 아가이다. 즉, 착석이 힘들고 글이나 그림보다는 장난감을 더 좋아하는 매우 활발한 아가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특정 검사지에서는 34-36개월 검사 문항으로써 '동시 연결어미의 이해'를 내세우고 있다. '~하면서 ~ 해요.'라는 식의 말을 이해할 수 있는지 여부를 체크하는 것이다. 그림카드에는 두 가지 유형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한 쪽은 텔레비젼을 보면서 사과를 먹고 있고, 한 쪽은 꺼진 텔레비젼 앞에서 사과를 먹고있다. 가뜩이나 언어에 흥미가 없는 아가에게 비슷하게 생긴 두 그림을 보여주며 '텔레비젼이 켜져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며 그림을 선택해보라 하면 기꺼이 골라줄지...


사실 시도는 해 보았다. 처음에는 관심을 보이던 아가가 마치 '뭐야 이게'하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떠나갔다. 각각의 평가지를 해석하는 공식이 있어서 한두문항을 틀렸다고 해서 아가의 언어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평가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테스트를 위한 테스트'라는 생각이 드는 이 평가문항을 갖고 예상문제 집중 풀이반을 진행한다는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차라리 단계별로 필요로 하는 언어 능력을 자연스럽게 습득시키는 것이 옳지 않은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물론 기관에서는 선생님에 따라 융통성 있게 이 자료를 활용할 수도 있겠지만 하나의 '힌트'가 주어지는 순간 이 평가지의 신뢰도 또한 낮아지는 것이니 이래저래 우리 아가에게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우리 아가가 공식적인 절차로 기관에서 이 테스트를 했다면 언어는 물론이고 놀이치료, 감각통합치료등을 권유받았을 것이다. 예전에 책을 판매하러 온 영업사원 앞에서의 모습처럼 매우 산만한 모습을 보이며 입을 닫았을테니까. 그런데 세상에는 이런 저런 유형의 사람이 있고 어른도 모르는 사람 앞에서 말하기 싫고 부끄러운 경우가 있는데 아가가 대뜸 그림을 들이대며 '네 가지 그림 중에서 볼펜을 찾아보세요.'라는 식의 말을 한다면, 더구나 아가는 언어에 자신이 없는 상태라면, 과연 흔쾌히 대답을 해 줄 수 있을지, 이 또한 어른들의 잘못된 판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됐든 이 '집중 풀이반' 문제를 훑어보며 엄마의 간접 평가를 해 본 소견에 의하면 우리 아가는 말을 세세하게 하는 능력(비행기라는 단어에 그칠 것이 아니라 비행기 날개가 어디있는지 비행기 날개가 어떻게 생겼는지)과 상황을 설명하는 능력(친구가 왜 넘어졌는지, 왜 아픈지), 특정 물건의 기능(칫솔은 무엇을 할 때 쓰는 물건인지, 칫솔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등이 부족하다.


굳이 종이를 보며 하나하나 체크할 필요가 있나. 생활 속에서 진행해 나가면 되지!


그날 밤, 나는 당장 아가에게 적용해 보았다.


어떤 아이가 식탁에 앉아 밥을 먹고 있는 그림을 보며 - 누가, 어디에서, 무엇을에 대한 이해/표현 수준을 확인하는 그 그림. 당연히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밥을 먹으며 놀이식으로 체크해 보기로 했다.


꿈이가 밥을 먹고 있어요~

꿈이 밥을 어디에서 먹고 있어요?-식탁에서 먹고 있어요, 의자에 앉아 있어요.

무엇을 먹고 있어요?-밥, 멸치, 김치, 국, 달걀, 고기

누가 먹고 있어요?-예쁘고 귀여운 꿈이가 먹고 있어요.


밥을 먹으며 쉴새 없이 같은 말을 떠들다가 놀이를 하듯 문제를 내 보았다.

꿈이 밥을 어디에서 먹고 있어요? - 식탁!

무엇을 먹고 있어요?- 고기 얌얌

누가 먹고 있어요? -꿈이!


사실 명백한 부정행위다. 시험을 보기 전 힌트를 이렇게나 많이 줬으니. 그렇지만 알게 뭐야. 우리 아가에게 중요한건 몇 개월 수준의 언어를 보이고 있는가에 대한 진단이 아닌 '지금, 여기'인 것을. 그리고 이 활동을 하며 밥을 먹느라 우리 아가가 밥먹을때마다 보곤 하는 영상을 틀지도 않았다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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