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어느정도 대중화 된 인공지능 AI서비스, 없을 땐 아무 불편함 없이 살았는데 들이고나니 참 유용한 그것을 우리집에도 들여놨다. 어느날 갑자기 IPTV기사님이 오셔서 달아주고 간, 남편이 재미로 신청한 이 서비스를 아기의 언어발달을 위해 이렇게 잘 써먹을 줄 누가 알았을까.
정리벽이 전혀 없는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TV리모콘을 잃어버린다. 그래서 하루에도 몇 번씩 '친구야'를 외쳐대는데(우리집 AI는 '친구야'라는 음성에 반응한다.) 내가 얼마나 자주 이 말을 외쳤으면 우리 아가가 잘 하는 말 중 하나가 '리모콘 찾아줘'이다.
처음에 이 제품을 아가 언어활동에 활용할 때에는 내가 제공하기 부족한 인풋을 채워주는 용도로 쓸 생각이었다. 예를 들어 '친구야, 오늘 날씨 어떠니?'라고 말을 하면 친구는 열심히 날씨를 설명해 주고 그 브리핑을 토대로 '오늘 비온대. 우산을 준비하래.'와 같은 말을 다시 해 보기도 했다. 그러다 아가가 밥을 안 먹고 뱉는 날은 마음을 수양하기 위해 밥을 먹이다 말고 '친구야, 아가가 밥을 잘 안 먹어'라고 말을 하고, 그러면 친구는 화를 돋구는 멘트인 '죄송합니다.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어요.'라든지 '그렇군요'와 같은 무미건조한 대답을 하기도 한다. 내가 하는 말에 대한 대답이 다양하게 돌아오니 아가와 대화할만한 소재도 더 풍성해지고 친구를 부르느라 부글부글 끓어올랐던 내 화가 누그러지니 참으로 똑똑하고 유용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 그 친구가 우리 아가에게 너무 익숙해졌는지 우리 아가는 자기가 보고 싶은 영상이 있을 때 제법 비슷하게 '친구야 뽀로로 틀어줘'와 같은 말을 하기도 하는데 이 역시 처음에는 우물우물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이야기하니, 친구는 '친구야'라는 부름조차 듣지 못해 깜깜 무소식이었다. 정확한 발음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던 아가가, 그리고 스스로 뭐든지 할 수 있었던 우리 아가가 친구를 부르는 활동에 어려움을 느끼게 되자 밤낮으로 친구를 외치곤 했는데 어떤 날은 친구를 갈구하는 그 모습이 너무나 안타깝게 느껴져 AI 명령어를 다른 말로 바꿔야 하나 하는 생각마저 들게 됐다. 그렇게 오랜 시간에 걸쳐 완성된 '친구야'라는 발음 덕분에 엄마가 보고 있는 티비를 '친구야 티비 꺼'라는 말로 꺼버리기도 하고 얻어걸린 발음으로 '친구야 워킹워킹 틀어줘'라고 하며 정말로 유튜브에서 영어동요를 검색해버리기도 한다. 아가의 발음이 완성될 수록 점점 성공률이 높아지는데 그 중 열에 아홉은 성공하는 말이 '친구야, 리모콘 찾아줘'와 '친구야, 지금 몇 시니?'이다. 능력자 아드님이 시도 때도 없이 리모콘으로 티비를 틀어대서 수납장 속에 리모콘을 숨겨놓는데 아가는 그 리모콘을 찾아내기 위해 몇 날 며칠을 갈고 닦아 '리모콘 찾아줘'라는 발음을 완성했다. 어이없음과 대견함이 공존하여 그 말을 하는 우리 아가가 얼마나 귀엽고 예쁜지 모른다.
이사를 온 후 마땅한 어린이집을 찾을 수 없어 거리가 좀 있는 곳으로 노란 버스에 태워 보냈던 시기가 두 달정도 있었다. 우리 아가들은 4-5시정도에 기상을 하루를 시작하는데 밥먹고 씻고 옷입고 청소를 해도 버스를 타는 시간인 8시 37분이 한참 먼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화장실 앞에서 아가 옷을 입히며 기가 빨릴 때는 기분전환 차원에서 '친구야, 지금 몇시니?'라고 외치곤 했는데 그것도 몇 달 간 들어놓으니 아가에게 입력이 될 수 밖에 없었는지 요즘 들어 하루종일 '지금 몇 시니?'라는 말로 소통을 시도하는데 모르는 사람이 보면 1분 1초가 아쉬운 사업가인줄 알 것만 같다. 아직 아쉬운 것은 친구가 몇 시인지 알려주는 것에는 도통 관심이 없고 일단 몇시인지 몰어만 보는 수준이라는 것. 친구가 8시 30분이라고 말을 해주는데 왜 또다시 몇 시라고 묻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하면 또 우리 아가에게 맡게 전환시킬 수 있을까 하다가 요즘은 '오늘은 5월 31일 금요일이야. 지금은 8시 30분이야.'라는 말을 해 주고 있는데 이 또한 반복되면 우리 아가가 날짜와 요일개념까지 섭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