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야매로 언어치료를 하고 있는 관계로 문제다 싶은 것은 바로바로 찾아볼 수 밖에 없다. 다른 아가들과 함께 있을 때 우리 아가가 더 특출난 부분도 분명히 많은데 우리 아가의 부족한 부분만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건지 우리 아가의 발음이 왠지 불안했다. 말을 한 마디도 안 한다고 걱정하던 주제에 지금 이렇게 열심히 쫑알대고 있는 아가를 보며 발음이 시원찮다고 걱정을 하다니. 배가 불렀군.
내가 걱정하는 우리 아가의 발음을 모아 보니 우리 아가는 '나무,나비'의 'ㄴ'발음이 부정확하다. '넘어졌어요'를 한참 '머머져떠요'라고 했던 것도 'ㄴ'발음이 어려워서 그랬던 것 같은데 하도 넘어졌다는 말을 많이 해서 그런가 이제 그 발음은 제법 안정이 되었다. 그렇지만 가끔 사용하는 '나무'와 '나비'는 자꾸 '마무','마비'라고 하곤 하는데 이 아이가 정말로 나무를 마무로 알고 있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라 이대로 굳어버릴까 덜컥 겁이 나 이런 저런 자료를 찾아 보았다.
자료를 찾으며 처음에는 옹알이 단계에서부터 아가의 문제를 캐치할 수 있었다면 우리 아가가 처음부터 수다쟁이가 되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이 자연스러운 현상을 우리 아가의 언어가 조금 늦다는 이유로 문제화 한 것 같은 생각도 들고, 그럼에도 적절히 개입하여 빨리 해결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조금 복잡해졌다.
아가가 생후 2-3개월무렵부터 시작한다는 옹알이를 우리 아가는 그렇게 티나게 한 적이 없다. '뿌뿌~푸푸'하며 입술을 굴리는 활동도 이유식이 끝나갈 무렵부터 하였으니 12개월 이후였던 것 같은데 4-6개월정도 시작하는 것이 보통이란다. 말이 비교적 빨리 트일 것이라 예상되는 둘째가 8개월정도 뿌뿌거리더니 11개월인 지금 뿌뿌거리느라 밥도 먹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얘도 그렇게 빠르진 않을 것만 같다. 가끔씩 아가가 나오는 광고에서 들려오는 '아빠빠빠빠'와 같은 소리를 꿈이는 낸 적이 없는데 7-10개월정도에 일어나는 일이었군. 결정적으로 우리 아가는 단어의 앞글자만 따서 표현한 적이 없다. 내 주변의 아가들을 보면 '우유'라는 말이 하고 싶어서 '우~'하고 돌아다니거나 '하비'와 같은 말을 하기도 했는데 우리 아가는 입을 꼭 다물고 있다가 어느날 갑자기 '우유'라고 말하고 '할아버지'라고 말을 했다. '우유'는 두돌쯤, '할아버지'는 30개월쯤 했는데 갑자기 튀어나오는 단어의 발음들이 제법 정확하여 우리 아가는 완벽주의성향이 있고, 뒤에서 혼자 백번 천번 연습하고 완벽해지면 내뱉는 스타일이려니 했다. 본격적으로 자기가 말을 하고 싶어하기 시작할 무렵 실제로 뒤에서 연습하는 것을 본 적도 있다. 새로운 단어를 들었을 때 며칠동안 혼자 궁시렁거린다 싶다가 웃으며 내뱉을 때의 그 귀여움이란.
어찌됐든 언어발달과정상 일반적이진 않은 코스를 밟았기에 나는 개입을 해야만 한다. 입술로 내는 소리, 혀로 내는 소리 등 발음이 나오는 기관에 따라 완성되는 시기가 다르다. 이렇게 하나하나 완성해 나가다 만6세정도에야 전체 모국어의 발성과 조음을 완전히 습득하게 된다는데 꿈이는 아직 만3세니 엄마가 열심히 다듬어 주면 되는 단계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하여 여러가지 검사도구를 활용할 수도 있고 센터에 방문할 수도 있지만 우리 아가의 언어 상태가 전문적인 치료를 요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라는 판단에 시작하게 된 엄마표 활동이니 스스로 해결해 보기로 했다.
어릴 때 '시과가 쿵'이라는 책을 자주 읽어줬는데 그 책을 읽을 때마다 아가는 사과를 보며 '까자'라고 말을 했다. 아무리 '사과'라고 다시 말해 주어도 불과 몇달 전까지만 해도 '까자'라고 말을 했는데 나에게 책을 팔아 보려고 왔던 그 영업사원과의 테스트에서도 사과를 '까자'라고 말하여 그 영업사원은 우리아가가 4살이 다 되어 가도록 사과라는 기본적인 단어도 모른다고 진단하였다. 그냥 발음이 안 되었을 뿐인데. 구체적으로는 'ㅅ'발음을 힘들어했을 뿐이며, 'ㅅ'발음의 완전한 습득은 만5-6세에 된다고 하는데 그 분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우리 아가를 그렇게 성급히 진단했을까? 그리고 만5-6세에 완성된다는 'ㅅ',그리고 '사과'를 어떻게 우리 아가가 갑자기 바르게 발음하게 되었을까? 사실 '사과'에는 엄마의 노력과 분노가 깃들여 있다. 나는 그날 그 영업사원에게 상처를 받았고, 우리아가가 사과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알리고 싶었다. '까자'라고 말을 할 때마다 '사과'라고 이야기해주길 반복하기도 하고 '까까?'라고 못들은 척 하기도 했다. 가정에서 간단히 조음을 도와주는 방법 중 아가가 어려워하는 발음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기록하는 활동이 있다. 생활 속에서 아가가 특히 어려워하는 발음을 캐치하여 기억하고 있다가 그 단어를 활용할 때 개입을 해 주면 아가의 발음은 조금씩 변화가 올 수 밖에 없다. 시험공부하듯 하루 백번씩 사과를 외쳐대다가는 아가가 사과를 보기만 하면 구역질을 할 수도 있으므로 자연스럽게, 은근히 개입을 해 주어야 한다.
부족한 발음을 체크한 후에는 아가가 그 사실을 인지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아가는 분명 자기가 완벽하게 발음하고 있다고 믿을 것이다. 녹음을 해서 다시 들려주거나 그 발음이 들어간 낱말, 의성어, 의태어를 반복하여 말해볼 수 있도록 하는 활동도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 아가는 '사과' 외에는 특별히 어려워하는 'ㅅ'발음이 없었던 것 같은데 없었던 건지 어휘량이 작아 몰랐던 건지 가물가물하다. '수박'을 '후박'이라고 발음하여 엄마만 '수박'으로 듣고 대부분 '호박'이라고 듣긴 했었는데 어느순간 그것도 '수박'이 되었고 이제는 '엄마, 수박 많이 먹고싶어요.'수준이 되어 엄마 지갑을 거덜내고 있다. 'ㅅ'이 낱말의 어느 위치에 자리하고 있는지에 따른 발음의 정확성도 달라질 수 있는데 우리 아가는 중간에 위치한 '눈사람'은 처음부터 잘 했던 반면 마지막에 위치한 '시소'는 처음에 단어 자체를 '이소'나 '히소'정도로 표현하는듯 하더니 '시소 타고 싶어요'라고 말하고 있다. 이 역시 구역질이 나오지 않도록 옆에서 자연스럽게 교정해 주는 과정 덕분인 것 같다.
아가가 '나비와 나무'는 잘 못하는데 '내꺼야!'라는 말은 기가막히게 한다. 그렇다면 단어의 위치때문은 아닌 것 같다. 그저 이 단어를 많이 써보지 않았기 때문일까 싶은데 따뜻한 날씨에 찾아오는 나비야 그렇다 치고 온 동네에 잔뜩 심어진 나무를 발음하지 못하다니 엄마가 길 가면서 얼마나 조용히 다녔는지 반성할 일이다싶어 어린이집 가는 길에 매일 '나무'를 들려주고 있다.
"킥보드를 타고 가다가 나무에 부딪히면 나무가 아파요~"
번외로, 아가 발음이 안 좋은 이유 중 근육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아서라는 말도 얼핏 들은 적이 있는데 주로 잘 안 먹는 아가들이 입 근육을 잘 쓰지 않아서라는 논리였다. 우리 아가는 잘 안 먹는 아가. 특히 고기 냄새만 나도 뱉어대는 아가라 그 말에 꽂혀서 어금니를 사용할 수 있는 음식을 쉴틈없이 제공해 주었고 상관관계가 있었나 모르겠다만 우리 아가에게는 적절했던 것 같다. 그 때 이용한 음식이 각종 과일과 육포, 젤리, 까까... 그 중 젤리는 아가가 군것질 하는 것을 금기시했던 과거의 나 때문에 30개월무렵까지는 거의 주지 않았던 것을 온갖 좋은 성분이 들어갔다고 광고하는 젤리를 하루 1-2개씩 꼬박꼬박 주면서, '지금 아가는 고기를 씹으며 근육을 발달시키고 있어'라고 생각하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참 이상하게도- 그 후로 아가는 고기를 조금은 먹는 아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