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배~추, 배~~추!

by 행복한꿈

늦게 들인 주방놀이를 매일매일 갖고 놀던 어느날, 깜짝 놀랄만한 사실을 알았다. 우리 아가는 '밤'을 모른다는 사실. 아가가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수용언어는 꽤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밤을 가리켜 '이거 뭐야?'하니 고구마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밤도 고구마도 평소에 잘 안 먹어서 안 챙겨줘서 그런가.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 나이먹도록 '밤'을 모른다니.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당장 낱말카드를 꺼내들고 함께 읽어보기로 했다. 그렇지만 구체물을 갖고 칼질을 해가며 놀던 아가가 납장한 종이쪼가리를 보고 흥미를 느낄 리 없었고 아가는 자유인이 되어 이리저리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꿈아, 따라해봐. 배!추!"

"아빠 손가락 아빠 손가락 어디있나? 여깄지 여깄지 여깄지!"

"배!추!"

"엄마 손가락 엄마 손가락 어디있나? 여깄지 여깄지 여깄지!"


엄마는 입아프게 떠들고 아가는 목청 터져라 다섯손가락 노래를 불러대는 통에 시끄럽기만 했던 그 순간.

"배~추, 배~추, 배~~추. 배~추, 배~추, 배~추"

아가가 부르는 멜로디에 배추 단어를 입혀 함께 불러보았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아가는 재미를 느꼈는지 함께 '배추'를 부르기 시작했는데 이때다 싶어 이런 저런 가사를 입혀 보았다. 메론도 수박도 사과도 이 멜로디와 함께라면 얼마든지 읽힐 수 있었다. 한참을 과일과 채소 이름을 댄 후 구구절절 설명도 해 주고 싶어 '배추 맛있어?'라고 하니 아가는 '배추 매워'라는 대답을 갖고 왔다. 평소에 야채를 정말 좋아하는 우리 아가가 배추를 맵다고 생각하고 있는지는 몰랐는데 그림과 노래가 함께하니 마음이 200% 열렸나보다.

이 일이 있은 후로는 아가가 모방발화를 하지 않을때면 무조건 아가의 최애곡에 단어를 입혀서 불렀는데 정말 효과적이었다. 재미없다고 느껴질 수 있는 어휘학습에 아가는 흥미를 느끼고 엄마도 신나게 가르치니 힘도 들지 않고 좋은 방법이었다.


노래를 통한 의사소통은 시시때때로 이루어졌는데 아가가 너무 들떠있는 것 같아 길가다 위험할 것 같을 때에도 '천천히 걸어요. 천천히! 위험해 위험해 위험해!'하고 불러주면 그냥 말할 땐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듯했던 아가가 천천히 걷기도 하고,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엄마가 불러도 대답하지 않는 아가에게 '엄마가 사랑하는 000'

하며 멜로디를 입혀 부르면 장난가득한 표정으로 대답하기도 했다. 이렇게 우리는 마치 한 편의 뮤지컬을 찍는 것처럼 노래를 불러가며 대화와 학습을 하는데 놀랍게도 노래를 통한 언어치료가 효과가 있다는 것이 학술적으로도 여러차례 연구되어 왔다고 한다. 노래를 불러가며 언어치료를 할 때, 동요의 음악적, 언어적, 놀이적 요소가 조음능력 향상에 도움을 주며, 반복으로 인한 지루함 감소와 아동의 성취감 향상에 도움을 준다니 얻어걸린 느낌은 있지만 적극 활용해야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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