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몇 번씩 우리 아가가 너무나 사랑스러운 포인트가 찾아온다.
말이 좀 트이기 시작하면서 우리 아가는 우쭐거리는 표현을 자주 하기 시작했는데 만3세에 어떻게 그런 허세를 갖고 있는지 황당하면서도 내아들 우쭈쭈 하는 순간이 온다.
안먹는 아가인 우리 아가는 옛날 어르신들처럼 나물이나 김치를 잘 먹는편인데 엄마와 할머니 식성이기도 하다. 고기는 지독히도 안 먹지만 숙주나물, 콩나물, 시금치, 미역줄기와 같은 기다란 나물종류를 좋아하여 고기를 먹이고 싶은 날은 가장 안 먹는 음식인 고기를 가장 먼저 꺼내주어 배를 적당히 채운 후에 나물을 꺼내야지 그렇지 않으면 나물로 배를 다 채우고, 고기도 밥도 먹지 않아 그 끼니는 망해버리게 된다. 하루 세 끼씩 몇 년을 봐 왔으니 나에겐 그리 신기한 광경이 아닌데 다른 사람들과 식사를 같이 할 때면 으레 어른들은 '아가가 어떻게 저렇게 나물을 잘 먹어'라는 표현을 하게 되고, 그러면 우리 아가는 어깨가 으쓱해져서 더 열정적으로 나물을 먹곤 한다. 한때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김치볶음밥이었을 정도로 김치를 사랑했는데 새로 옮긴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멋지다!'라는 리액션을 많이 해 주신 것 같다. 언젠가부터 허세 가득한 몸짓으로 김치나 나물을 잔뜩 먹고는 왠지 이 선생님의 말투인 것 같은 억양으로 '어때, 멋지지?'라고 말하는 빈도가 늘었다.
여러 단어가 조합된 문장도 아니고 그렇게 어려운 어휘도 아니기에 '우리 아가가 이렇게 말을 잘 하다니!'하는 감동을 받을만한 멘트도 아니지만 부쩍 유사한 표현을 많이 쓰게 되어 우리 아가의 언어가 발달했다는 느낌을 받는 순간이 있다.
예전에는 밥을 먹기 싫을 때 노래를 불렀다면, 요즘은 조금 더 강하게 자기 주장을 하기도 한다.
"꿈이야. 밥 한 숟가락만 더 먹자."
"안돼. 절대 안돼."
어디서 절대라는 말은 배운건지 써먹기도 엄청 써먹는다. 이곳 저곳에 활용하지만 가장 임팩트 있는순간은 역시 안먹음의 표현때의 단호함이다. 그 굳은 표정과 목소리에서 절대 안먹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이 '절대'라는 표현이 만2-3세 시기에 가능하게 된다는 형용사나 부사에 해당하기에 만3세인 우리 아가가 열심히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기특하고 대견할 따름이다.
40개월을 앞두었던 지난 주, 날씨가 조금 흐린가 싶더니 창밖에 비가 내렸다. 우수에 찬 눈빛으로 창밖을 바라보던 아가가 갑자기 나에게 말했다.
"엄마, 비가 주룩주룩 내려요."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 한 번에 알아듣지 못했지만 분명 '주룩주룩'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우리 아가가 말을 하니 안 하니를 걱정하던 때가 엊그제같은데 이 아이가 언제 이런 말을 흡수해서 써먹는거지?
"응? 주룩주룩?"
놀라운 마음에 되물었지만 그는 다시 우수에 젖어들었다.
가끔씩 아가의 말이 정체되고 있는 것 같아 지칠 때가 있다. 운전좀 배워서 언어치료 센터에 방문해볼까? 하는 생각이 몰려올 때 쯤 우리 아가는 자꾸만 '엄마 걱정 마세요.'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또 그것을 양분삼아 더 열심히 무언가를 해 주게 된다.
주룩주룩이라는 단어는 언제 온 걸까?
카시트 안에서 멍한 표정으로 창밖을 보고 있는 아가에게 쉴새없이 쫑알 거리던 단어 중 하나인걸까?
놀이터에 가고 싶어 하는 아가에게 '오늘은 창밖에 비가 주룩주룩 내려서 나갈 수가 없어.'라고 말한적이 있는걸까?
더 많은 인풋을 제공해야한다는 다짐을 함과 동시에, 말조심해야겠다는(나도 모르는 사이 어떤 말을 주입했을지 모르므로) 다짐도 하게 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