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며 뭐든 직접 당해봐야 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마냥 귀엽게만 느껴지는 아가를 직접 낳아 키워보니 그 한 단계 한 단계마다 고민거리가 얼마나 많은지. 그렇게 아가를 키우며 아가들도 그 어린 나이에 직접 부딪혀가며 자신들의 세계를 확장하고 배워나가는 것이라는 사실 역시 새삼 깨닫는다.
우리 아가는 날마다 읽는 추피이야기를 통해 분명히 '넘어졌다.','약을 바른다.','반창고를 붙인다.'라는 표현을 알고 있다. 이해언어의 수준을 넘어서 그림을 보고 직접 표현도 할 수 있는데 얼마전 우리 아가의 언어가 얼마나 늘었나싶어 검사세트 하나를 펼쳐들고 질문을 하니 모르쇠로 일관하였다. 마치 '아프다'라는 개념이 뭔지 모르는 아가 처럼, '약을 바르다'라는 표현을 처음 들어본 아가처럼 멍 하게 그림들을 바라보는 모습에 얼마나 속이 터지던지.
며칠 후 아빠와 함께 산책을 나갔는데 아가는 자기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너무 쉽게 들켜버렸다. 신나서 뛰어다니다 넘어져서 무릎이 까졌는데 하필 바지가 반바지라 꽤 아팠을 것. 뒤돌아서서 나에게 달려오며 갑자기 방언터지듯 말을 하기 시작했다.
"우당탕탕. 넘어졌어. 약 발라"
추피가 넘어지는 이야기에서 '우당탕탕'하는 내용이 인상깊었는지 갑자기 '우당탕탕'이라는 표현까지 써 가며 본인의 아픔을 설명하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이때다 싶어 '넘어져서 다치면 어떻게 해요?'라는 질문도, '다치면 뭘 발라요?'라는 질문도, '왜 넘어졌어요?','뛰면 안돼요.'라는 잔소리도 폭풍 쏟아냈다. 본인이 직접 닥치니 마음 속에 있던 언어들을 툭툭 내뱉는다는 사실이 한편으로는 괘씸하기까지 하지만 우리 아가가 더 발전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겨 다행인 것이 앞섰다.
아가에게 약을 발라주면서 '발라! 발라! 약을 발라!'하고 외치며 따라하게도 하고 '조심조심 걸어요. 넘어지지 않게!'하며 주문을 외우듯 말해보기도 해서일까? 아가는 그 후로도 '약을 바르다'와 '조심조심 걸어요'와 같은 말은 이제 시키지 않아도 술술 말하는 상태가 됐다.
요즘 나와 우리 아가의 목표는 '원인과 해결'이다. '뛰어다녀서 넘어졌어.'처럼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면 정말 큰 걱정 없이 아가와 대화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한 번에 문장으로 연결해내긴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추피를 읽어줄 때에도 이야기의 내용을 갖고 한 번 더 대화를 나눠보기도 하고 무작정 따라서 말해보기도 하고 있는데 아직은 효과가 미미하다. 이렇게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는 날들이 계속되다보면 아가도 무의식적으로 긴 설명을 하게 되겠지만 그 전에는 끊임없이 말해주는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이 또한 며칠 후, 몇 주 후 우리아가의 언어폭발사례로 기록될까? 지금은 지속적으로 노출시키고만 있지만 또다른 방법은 어떤것이 있을까?
다음 글은 우리 아가의 원인과 해결 이야기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