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가방 이용하기

by 행복한꿈

우리 집은 다른 집과 비교하여 장난감이 별로 없는 편이다. 아가 어릴 때 가장 먼저 산 장난감상자 뒷면에(뭐였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 '가장 좋은 장난감은 바로 엄마입니다.'라는 문구가 있었는데 그 땐 육아에 대한 열정이 차고 넘칠 때라 그 말에 꽂혀서 장난감 사는 것에 너무 신중한 엄마가 되었다. 어떤 장난감이 사고 싶을 때 한 번에 지르는 것이 아니라 자꾸만 신중해지는데 그렇게 신중에 신중을 더하다보면 이미 그 장난감을 쓰는 시기는 지나고 말아 굵직한 몇 개의 장난감과 자동차들 빼고는 갖고 놀만한 게 별로 없다.


어느 날 동네 서점에 갔다가 우연히 한글가방을 구입했는데 그냥 보자마자 묻지도 따지지도 않은 채 결제 하고 들고 나와 아가에게 주었다. 처음에는 시큰둥한 것 같아 괜히샀나 싶었는데 버튼들을 몇 번 눌러보더니 재미가 있는지 매일매일 갖고 노는 장난감이 되었다. 이 때 이런 저런 단어들이 입력됐었던 것 같다. 출판사별로 다양한 모델의 한글가방이 있는데 이 한글가방은 '가나다라'글자로 시작하는 단어들이 버튼 속에 적혀있고 그냥 읽어주는 버전과 들리는 소리에 맞는 버튼을 누르는 버전이 있다. 처음에는 다 눌러보고 단어들을 듣는가싶더니 며칠이 지나자 퀴즈모드만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잘 듣고 낱말을 찾아보세요.'라는 음성 뒤에 '다람쥐를 찾아보세요'라는 음성이 나오면 다람쥐를 찾아야 하는데 만약 아가가 한 번에 맞히지 못하면 '한 번 더 찾아보세요'라는 음성이 나오고 5개정도의 버튼이 깜빡거리며 '우리중에 있다~~'라는듯한 힌트를 준다. 문제에 대한 정답이 맞으면 '최고예요.'라든지 '참 잘 했어요.'라고 말하며 칭찬도 마다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사실 아가가 너무 아무 버튼이나 누르는 것 같아 '재미가 없나?'했는데 어느날부터 정답을 맞히는 빈도가 늘고 영어버전과 중국어 버전도 왠지 맞히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 시기가 아가 두돌전후였는데 여전히 음성으로는 번듯한 말 한마디 하지 못하는데 중국어와 영어버전 단어를 맞히는 듯한 모습을 보여 '이게 바로 그 언어습득장치라는 건가, 조기 언어교육의 필요성인가'하다가도 '왜 말은 안 하고 이런 것만 하는거지?'하는 걱정도 참 많았다.


아가가 한글가방의 퀴즈를 다 섭렵했다는 생각이 들 무렵 아가의 흥미도 떨어졌는지 찾지 않는 것 같아서 다른 아가에게 물려줬는데 요즘, 이제와서 가끔 '00를 찾아보세요. 한 번 더 찾아보세요.'라는 혼잣말을 하는 아가를 보며 1년이든 2년이든 언젠가는 나타나게 될 말들이니 꾸준히 입력해줘야 하는구나 하는 마음과 함께, 몸도 마음도 여유가 없던, 그래서 침묵을 지키던 그 시절의 나를 대신해 꾸준히 음성을 들려준 한글가방이 말없는 부모와 아가들에게 효자템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한글가방과 비슷한 맥락으로 세이펜도 추천한다. 특히 우리 아가의 세이펜은 엄마의 애정을 필요로할때 엄마와의 연결고리 역할을 톡톡히 했는데 임신한 엄마가 아가와 잘 놀아주지 못할 때 세이펜 녹음 기능으로 '사랑해'노래를 불러주기도 하고 무전기놀이하듯 계속해서 무엇인가 말하고 녹음하기를 반복하여 아가의 흥미를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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