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선생님 내일 오셔.

by 행복한꿈

꿈이는 선생님을 참 좋아한다. 집에서는 난리법석인 우리 꿈이는 어린이집에 가면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학생모드로 변신을 하고, 선생님들이 준비해오시는 여러 활동들에 즐겁게 참여한다. 꿈이는 월요일에는 체육수업을, 화요일에는 한글 수업을 듣고 있는데 아직 아가라 그런지 어떤 날 선생님이 오시는지 정확히 몰라서 뜬금없이 특정 선생님을 찾을 때가 있다. 월요일 어린이집 하원 중 체육관에 가려 하는데 아가는 그날을 한글 선생님 오시는 날로 착각했나 보다.


"한글 선생님~"

"한글 선생님 내일 오셔. 오늘은 체육관에 갈거야."

"한글 선생님 내일 오셔?"


'오늘'과 '내일'은 만4-5세의 이해언어이기 때문에 만3세인 우리 꿈이가, 가뜩이나 언어가 늦은데 굳이 지금 수용할 필요는 없다. '오늘'이나 '내일'같은 추상적인 시제를 이해하기에 아가의 인지가 아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밤'과 '낮'을 일찌감치 이해하고 있고 '오른쪽'과 '왼쪽'도 알고 있는 아가가 '오늘'과 '내일'이라는 표현에 혼란을 겪을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그 말을 쏙 빼고 대화를 하는 것도 이상하니 '내일 오셔'라는 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아가 언어, 언어치료에 관심을 갖게 되며 늘 신기한 것은 '이 단어는 이 때쯤'이라는 평균적인 연구가 우리 아가와 거의 맞지 않으며, 관련 커뮤니티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볼 수 있다. 애초에 '평균'이길 거부한 우리 아가들이 어떤 단어는 지독히도 받아들이지 않는 반면 어떤 단어는 자기 멋대로 쉽게 습득해버린다.

우리 아가는 '왼쪽'과 '오른쪽'개념을 영상과 신발, 기저귀와 킥보드로 배웠다. 한때 빠져있었던 똑똑한 캐릭터 영상에서 친구들에게 왼쪽, 오른쪽을 가르쳐주는 장면이 있었는데 은연중에 '왼쪽,오른쪽의 차이'를 알았던 것 같고 뭐든 스스로 하고자 하는 성향 상 신발은 늘 혼자 신는데 왼쪽과 오른쪽이 바뀌어 있을 때가 많아 '거꾸로 신었어. 이게 왼쪽, 이게 오른쪽이야.'라는 말을 해 주곤 했는데 그 때 또한번 왼쪽, 오른쪽을 알았던 것 같다. 또한 기저귀를 채워줄 때마다 '왼발 들어요. 오른발 들어요'하며 탁탁 종아리를 두들겼는데 그 또한 몇 개월 계속되니 익숙했나 싶고, 마지막으로 날씨가 따뜻해지면서부터 킥보드를 타고 어린이집에 가고 있는데 공동현관문을 나서자마자 질주해버리는 아가에게 '오른쪽으로 가'라고 외치고, 두갈래길에서 '왼쪽이야'라는 말을 하는게 반복되다보니 저절로 익힐 수 있었던 것 같다. 신발신기를 한참 헷갈려 할 때 찾은 자료에서는 신발 깔창에 하트모양 스티커를 조각내어 붙여서 퍼즐맞추기 형식으로 신겼다는 아이디어도 있었는데 그런 아기자기한 열정이 없는 엄마를 만난 덕분에 어쩌다 보니 그냥 익혀버린 것이다. 그러나 이 방향 개념은 만4-5세에도 여전히 자기 중심으로 이해한다고 하니 아직 완전하다고 볼 순 없을 것 같다. 기준이 어디냐에 따라 '왼쪽, 오른쪽'은 달라지기 마련이지만 아직 그정도 수준까진 되지 않았다고 본다.


'낮과 밤'의 이해는 해가 뜨고 짐에 따른 밝기정도로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밤이 돼서 이제 자야해. 밖이 깜깜하네. 친구들은 쿨쿨 자고 있어."

어릴때부터 이런 말을 하며 재우곤 했는데 아직 '밤이네. 낮이네'하는 언어를 즐겨 사용하지 않기에 어렴풋이 구분하고 있구나 하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따뜻한 여름, 추운 겨울과 같은 계절표현도 대강의 이해정도에 그치고 있다. 낮과 밤, 계절은 주로 하루하루의 상황이나 그림카드, 그리고 의상, 노래로제시하고 있는데 '이제 밤이 되었으니 잠옷을 입고 쿨쿨 자자.'라고 말을 하거나 '창밖이 깜깜해졌네. 밤이 되었구나.'또는 그림을 통해 '해님이 방긋 웃고 있네. 낮이 되었구나.'라는 말을 함으로써 낮과 밤을 알려 주고 있고, 계절은 꿈이가 즐겨 부르던 '눈을 굴려서'에 나오는 옷에 대한 표현으로 겨울을, '수박, 아이스크림'과 같은 동요를 통해 '더워서 차가운 음식을 먹는' 여름을 설명해 주고 있다.


추상적인 시제표현은 이렇게 불현듯 찾아와서 수많은 과제들을 안겨주고 있다. '오늘과 내일, 어제'와 같은 말들의 이해는 지금처럼 대화로서 풀어나가면 될 것 같다. 가까이는 오늘도 나는 이 기법을 써먹었는데 어젯밤, 쉽사리 잠들지 않는 아가에게


"꿈이 내일 어린이집에서 소풍간대. 오늘 일찍 자야지 내일 소풍갈 수 있어."

라고 말을 해 주었고, 아가는 '소풍'이라는 단어에 혹하여

"소풍? 소풍가?"

"응. 내일 어린이집에서 소풍가."

"내일 소풍가?"

라는 말로 대화를 이어 주었다. 이 아가가 '내일'의 뜻을 명확히 해석할 수 없다하더라도 하룻밤 자고 나니 그 '내일'이 왔고 즐거운 '소풍'을 떠나게 되었으니 오늘 또 한 걸음 '내일'에 다가서지 않았을까?


욕심같아선 한꺼번에 월요일도 화요일도, 1일도 2일도 가르치고 싶지만 적절히 밀땅을 해주지 않으면 떠나가버릴까봐 이정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우리 아가님이 41개월 안에 시제표현을 얼추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러기엔 세상엔 시제표현이 너무나 많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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