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성공한 배변훈련

by 행복한꿈

아가가 말을 잘 못하는 관계로 우리 아가의 배변훈련시기는 매우 늦어졌다.

30개월정도였던 작년 여름 했어야 할 배변훈련인데 그 땐 갓 태어난 신생아가 있었던데다가 아가가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이 전혀 들지 않아 형식적으로 아기 변기만 구입해 뒀었다. 처음엔 아가가 변기에 관심을 갖는 것 같더니 변기에 볼일을 보기 보다는 사물함처럼 사용하기 시작했다.

"쉬야 마려우면 여기에 누는거야."

몇 번을 가르쳐줬지만 아가는 별 생각이 없는듯했다. 그러다 아가가 34개월정도 되었을 때 이제는 더이상 미룰 수 없다 싶어 어린이집 선생님께 배변훈련말씀을 드렸는데 선생님께서 너무 단칼에 거절하셔서 또 한 번 미뤄졌다.

"집에서 확실하게 떼신 후에 팬티를 입혀 보내 주세요."

선생님의 이 황당한 말씀에 그냥 수긍해 버린건 아가도 나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긴 한데 지금 생각해도 황당하다. 그 곳은 이사온 동네에 새로 생긴 어린이집이었는데 개원하자마자 정신없이 바쁘셔서 그러셨겠거니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좀...어쨌든 이런 저런 문제로 아가는 그 어린이집을 그만 두었고, 대기가 꽉 차 있어 들어갈 곳이 없어 지은지 아주 오래된 낡은 민간 어린이집에 다니게 되었는데 그곳의 아가들은 대부분 기저귀를 뗀 상태였다. 담임선생님께서는 자신감을 내비치시며 친구들 쉬야 할 때 같이 해 보시겠다고 하셨지만 적응기간동안 지켜보며 아가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일단, 어린이집 시설이 너무 낡아 화장실이 교실과 멀고 열악한 관계로 아기 변기를 교실에 두고 사용하셨는데 친구들이 쉬야를 하고 난 후 소변통을 비우지도 않고 그 위에 우리 아가를 앉히셨다. 우웩. 나같아도 안 싸... 아무튼 이사온 이 동네에 어린이집이 부족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녔던 그 어린이집에서도 우리 아가는 기저귀를 뗄 수 없었고 그렇게 40개월대에 진입하게 되었다. (그 후 다행히 단지내에 생긴 새 어린이집에 입소하게 되어 교실 옆에 깨끗한 화장실이 준비되어 있음. 환경적으로는 다 갖춰진 상황!)


더이상 미룰 수 없다. 너의 배변훈련!


40개월정도가 되면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니 하루에 싹 다 뗄 수 있어 좋다는 주변 조언을 듣고 기다려왔는데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못 뗄 위기에 처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7,8살까지 기저귀 차고 다니는 우리 아가의 모습을 상상하다가 안되겠다 싶어서 어린이집에 다녀오면 무조건 기저귀를 벗겨놨는데 의외로 아가는 실수를 하지 않았다.


"쉬야 마려우면 이야기해."


심지어 아가는 그 전까지 기저귀생활을 할 때는 '쉬야 마려워'라는 표현을 한 번도 해주지 않았는데 막상 기저귀를 벗겨놓으니 '쉬야 마려워요.'라든지 '쉬야 했어요'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배변훈련 덕분에 아가의 표현 언어에 '쉬야 마려워요'가 추가된 것이다. 배변 실수를 막기위해 30분간격으로 '쉬야 마려워? 쉬야 마려우면 이야기해'라고 말을 하는 엄마가 귀찮았는지 아가는 이런 말도 추가해주었다.


"쉬야 안 마려워요."


의사소통이 선행되어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계속 미뤄온 배변훈련을 이렇게 허무하게 성공해 버린 것이다. 사실 실수를 아예 안하진 않는다. 주구장창 참고 있으면서도 '쉬야 안 마려워요.'라고 고집부리다가 폭발 직전에 '쉬야 마려워요.'라고 말하고 줄줄줄 실수를 하기도 하고, 차타고 나들이라도 가는 날이면 외부 화장실을 절대 가지 않아서 4-5시간을 그대로 참고 있다가 문 앞에서 긴장이 풀려버려 실수를 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배변훈련'이라는 소재 덕분에 아가와 나눌 대화가 또 늘어나게 되었고 아가를 칭찬해줄 기회도 늘게 되었다.


"꿈이 쉬야 마려워요?"

"아니. 응가야. 변기에 앉아."

"우와! 꿈이 대단하다! 이렇게 응가를 잘 가리다니! 꿈이 최고!"

"추피가 변기에 쉬야를 하네. 우리 꿈이도 변기에 쉬야를 잘 하지?"


아가는 엄마의 걱정과 달리 잘 자라고 있다. 언어적으로 다른 친구들에 비해 늦긴 하지만 이 또한 자연스럽게 해결되겠지. 하루아침에 이뤄진 배변훈련처럼. 허무하게 해피엔딩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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