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선생님, 좋은 어린이집

by 행복한꿈

아가가 태어나고 돌무렵까지 가정보육을 할 때만 해도 왜 사람들이 어린이집 대기번호에 일희일비하는지 알지 못했다. 복직을 앞두고 어린이집 상담을 다니며 내가 눈여겨 본 사항은 '깨끗한가?'였다. 도보가능한 거리와 출퇴근 시간에 맞는 보육시간은 필수였기 때문에 내가 상담을 갈 수 있는 곳은 세 군데였는데 한 곳은 가장 가까웠지만 가장 지저분하고 좁았으며 우리아가를 위해 특별히 일찍오실 선생님을 섭외하셔야 하는 상황이라 제외하고 나머지 두 곳에서 정해야하는 상황이었다. 한 곳은 넓고 깨끗했으며 원장선생님 인상이 좋았고 다른 한 곳은 좁지는 않았지만 시설이 낡은편이고 원장선생님이 조금 세보이셨다. 꿈이는 넓고 깨끗한 곳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5개월정도 다니고는 후자의 어린이집으로 옮겨서 이사가기 전까지 14개월정도 다니게 되었다. 그 후 이사온 곳에서 잠깐잠깐 두군데를 다니고 지금의 어린이집에 정착하게 됐는데 본의아니게 4살밖에 되지않았음에도 기관을 다섯군데나 다녀봐서 왜 사람들이 어린이집을 까다롭게 비교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꿈이가 요즘 빼먹지 않고 쓰는 말이 있다.


"잠깐 기다려. 아직 준비 안됐어."


목욕을 할 때 윗옷을 급하게 벗으며, 어린이집에 갈 때 주머니에 급하게 장난감을 넣으며, 양말을 신다가, 식사 전 손을 씻다가 등등 엄마가 본인보다 뭔가 먼저하려할 때 꼭 쓰는 말인데 항상 두발짝정도 앞서가는 성질급한 엄마 덕분에 이 말을 쉴틈이 없다. 처음 이 말을 쓸 땐 어디서 이런말을 배운건지 기특하기만 했는데 가만히 살펴보니 어린이집선생님 말투인것같다. 간식을 뜨면서, 활동을 하면서, 빨리 하려고 몰려오는 아기들에게 외친 말일것이라는 생각이 들고는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한결같이 웃으며 다정하고 에너지넘치는 말로 아기들을 대해주심이 너무 감사했다.

그동안의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썩 나쁘진 않았지만 모두 차분하고 조용하신 편이었어서 아기들에게도 보이지않게 영향을 줬으리라는 생각이 들어 만약 고를 수만 있다면, 선생님들의 분위기, 말투 또한 고려해야 했다는, 운좋게도 이번엔 꿈이에게 딱인 선생님을 만났다는 생각이 든다.


새학기가 시작되면 맘카페에는 아이들의 담임선생님을 평가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온다. 아기가 없을 땐, 어릴 땐 교사로서 그런 글들이 불쾌하고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아이의 부족함을 선생님을 통해 채운다고 생각할 땐 아이에게 잘 맞는 선생님을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공개적인 자리에 선생님에 대한 주관적인 생각을 퍼뜨리는건 여전히 이상한 행동같지만 그 마음만은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다.


꿈이는 다행히 꿈이에게 좋은 선생님을 만난 덕분에 새로운 언어자극이 늘고 있다.


"삐~ 절대 안돼!"

"알겠다. 오바!"


선생님께서 유쾌하시고 흥이 넘치는 스타일이셔서 저 말을 어떤 리듬으로 하셨을지 상상이 되니 피식 웃음이 난다.


"모두 제자리~ 한 번 더!"


이 또한 선생님 작품이겠지? 우리 아가는 '정리하자!'라는 말보다 '모두 제자리'라는 말에 더 적극적으로 장난감 정리를 하는데 '모두 제자리~ 모두 제자리~ 모두모두 제자리~'하는 노래를 부르며 장난감을 정리한다. 만약 이 노래가 한참 이어졌는데도 정리가 끝나지 않으면 느닷없이 '한 번 더!'를 외치며 노래방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사실 흥에 겨워 '아싸아싸'하는 추임새를 넣어 본 적은 있지만 '한 번 더!'를 외친 적은 없으니 이것은 선생님의 작품인 것 같다. 그러고보면 선생님과 엄마의 흥 코드가 맞아서 아가 언어가 더 급격히 늘고 있는 것인지도.


어쨌든 아가를 양육해주는 사람들이 아가에게 얼마나 많은 인풋을 제공해 주었는지, 그리고 그 인풋이 얼마나 아가에게 잘 맞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두번째 어린이집에서는 손유희와 관련된 노래로 언어자극을 받았다면, 이번 어린이집에서는 그야말로 다양한 말투와 어휘를 배우고 있는 것 같다. 다만 그 자극이 지금은 어느정도의 선을 유지하는데 시각에 따라 조금 아슬아슬한 수준인 것 같아 걱정은 된다.

그래도! 우리 아가가 행복하다면 난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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