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처럼 뛰어왔어

by 행복한꿈

육퇴를 향해 달려가는 저녁 6시. 밥도 먹였고 목욕도 시켰다면 이제 할 일은 이 아가들을 졸리게 하는 일 뿐. 분명 잘 시간인데 아가들은 점점 더 살아나는 것 같을 때, 그리고 내 체력은 바닥났을 때, 난 바닥에 깔려 있는 내 모든 체력을 끌어모아 거실에서 아가들과 한바탕 신나게 논다. 이 때 아가들은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목표언어를 살짝 집어넣어서 노는데 요즘 나의 목표 언어는 '~처럼 ~했어'이다. 이제 곧 돌이 되는 둘째는 형이 있어서 그런지 뭐든 좀 빠르다 싶은데 몇 주 전부터는 걸음마를 시작하더니 이제 제법 걸어다닌다. 여전히 기는게 더 빠르지만 걸어다니는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드는지 두 발을 땅에 내딛을 땐 한껏 우쭐거리는 표정이다. 어쨌든 걸음마를 막 시작한 둘째와 머리끝까지 흥이 차오른 첫째가 함께 놀 땐 정신이 하나도 없다. 몸으로 놀아주기 힘들다면 입으로 떠들어주며 엄마의 존재감을 알리는 게 가장 쉬운 일.


"꿈이야. 행복이가 펭귄처럼 뒤뚱뒤뚱 걷고 있어. 우와. 멋있다."

"동생 멋있어요. 힘.내.라! 엄마, 동생이 넘어졌어요."


동생이 한 걸음씩 걸어가면 꿈이는 꼭 '힘내라'와 같은 응원을 하는데 동생은 늘 그 응원이 시작되면 넘어진다. 집중력이 흐려지는 것인지. 동생은 뒤뚱뒤뚱 걷거나 다다다다 기어서 미끄럼틀에 도달하는데 이 미끄럼틀 하나만 있으면 잠들기 직전까지 땀을 뻘뻘 흘리며 놀릴 수 있다.


"동생이 물개처럼 미끄럼을 탔어."

"동생이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기어서 미끄럼틀 계단쪽으로 가고 있어."

"꿈이는 어떻게 갈거야?"

"호랑이!"

"꿈이는 호랑이처럼 뛰어서 계단에 도착했어."


꿈이가 좋아하는 동물 이름들을 대며 ~처럼 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본인이 마음에 드는 동물로 신청을 하기도 하는데 꿈이는 호랑이, 말과 같은 동물들을 주로 이야기한다.


"꿈이가 말처럼 다그닥 다그닥 뛰어 왔어."

"꿈이가 캥거루처럼 점프를 했어."


'~처럼~했어'를 활용할 때 가장 만만한 것이 동물인 것 같다. 동물들은 참 고맙게도 다양한 움직임과 형태를 가지고 있구나. 꿈이와 동생, 엄마는 그렇게 여러 동물들처럼 놀다가 육퇴를 맞이하는데 미끄럼틀을 타기 전, 중, 후에 활용할 수 있는 동물은 상당히 많다. 우리는 곰처럼 어슬렁 거리며 걸어갈 수도 있고 토끼처럼 깡충깡충 뛰어갈 수도 있다. 가끔 너무나 힘들어 함께 몸으로 놀아주기 힘들 땐 엄마는 쇼파에서 나무늘보처럼 늘어졌다고 하면 그만이고 나무처럼 우뚝 서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 활동. 참 재미있지만 너무 떠들어서 목과 입이 매우 아플 수 있다. 아가들의 체력이 유난히 강한 날에는 감당할 수 없는 지경으로 각성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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