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내다보니..

by 행복한꿈

아가가 언어가 늦다보니 훈육도 쉽지 않다. 우리아가는 동생이 생긴 이후 부쩍 '혼날 일'이 생기게 됐는데 예를 들어 엄마 눈을 피해 동생을 살짝 밀거나 흥에 겨워 놀다가 동생 머리를 통통 치는 등의 일이다. 처음엔 부드럽게 '그러면 동생이 아파. 하지 않아요'라고 말을 해줬는데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느낌이 들어 어느새 목소리가 커지고 화를 내게 되었다. 문제는 엄마는 화가 잔뜩났는데 아가가 엄마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지 않는 것만 같아서 더 화가 나고 결국은 기싸움하듯 혼을 내는데 아가는 눈물을 쏙 빼지만 본인이 왜 혼이 났는지 알 길이 없는 상황이 되어버리기 일쑤이다. 그래서 얼마전부터 방법을 바꾸어 훈육하기 시작했는데 예상치못하게 발음수업시간이 되어버렸다.


"꿈이 엄마보세요."

"꿈이 동생 왜 밀었어요?"

"동생가 장난감을 뺏었어요."

"동생이 꿈이 장난감을 뺏었어요? 그렇다고 동생을 밀면 돼요, 안돼요?"

"안돼요."

"꿈이가 동생을 밀면 동생이 넘어져서 아파요. 밀지 않아요."

"동생 쿵 아파?"

"응. 동생 쿵 넘어지면 다쳐서 아파요. 동생 밀지 않아요."


이상적인 대화는 이런모습이지만 대화가 길어지면 아가의 시선은 다른곳을 향한 채 내 이야기를 듣지않는게 분명하다는 느낌을 주어 엄마의 화가 점점 커지게 된다. 그래서 엄마 말을 따라하도록 하게 됐는데 한 번에 문장을 따라하라하면 자꾸 마지막 서술어만 따라해서 짧게짧게 끊어말하게 됐다.


"동생을"-"동생을"

"밀지"-"밀지"

" 않을게요."-"않을게요."

"만약에"-"만약에"

"동생이"-"동생이"

"장난감을"-"장난감을"

"뺏어가면"-"뺏어가면"

"하지마!"-"하지마!"

"내가 먼저"-"내가 먼저"

"갖고 놀았어"-"갖고 놀았어"

"라고 할게요."-"라고 할게요."


이런식으로 따라말하게 하다보니 아가가 자기가 자신없는 발음은 작게하거나 생략하는데 엄마는 화가 난 상태이므로 여러차례 다시 발음하게하거나 구체적인 방법을 이야기해주게되어 뜻밖에 발음교정의 시간이 되고 말았다. 우리 아가는 특정 입술소리를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데 '엄마'나 '마법사'처럼 자주했던 말은 문제없이 발음하는데 '만약에'처럼 처음 해보는 말은 '나나게'정도로 입술을 안붙이고 발음을 해버려서

"엄마 입 보세요. 입술을 붙혔다 떼서 발음해요. 마!냑!에!"

이런식으로 이야기를 하다보니 이건 훈육타임인지 언어치료타임인지 알 수가 없는 지경이 된다. 그래도 마지막에 다시한번 스스로 해결방법을 말해보게했으니 훈육도 된걸로.


얼마전부터 아가는 밤마다 추피 한 권을 소리내어읽고 자고 있는데 그 좋아하던 추피타임, 엄마 말을 따라하며 읽게 되니 재미는 반감된것 같으나 직접 단어들을 뱉을 수 있게 되어 제법 효과가 큰 시간이다. 특히 이미 스토리를 다 아는 상태에서 따라읽으니 어쩔 땐 엄마보다 앞서서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발음 향상을 위해 안쓰던 근육을 풀어주는 구강운동도 좋지만 직접 말해보는 것만큼 좋은방법이 없으니 자주 써먹어야겠다. 문득 이 방법을 '앵무새 기법'으로 명명하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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