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의 언어가 늘어감에 따라 오늘은 이 이야기를 써야지 하며 끄적끄적 메모도 참 많이 했는데 언어 발달과 동시에 내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져서, 다시 말해 아가가 엄마와 같이 놀고 싶어하는 시간이 많아져서 글을 쓸 수가 없었다.
아가는 '어린이집 안 가고 에버랜드 가요'라는 복합문장도 쓰고 '넘어져서 너무너무 아팠어.'라는 감정표현도 하고 '아침이 밝았어요. 모두 일어나요.'라는 말도 쓰는 등 다양한 말들을 하기 시작했는데 사실 같은 월령대 대비 부족하긴 하다. 초조한 마음에 즐겨 찾는 커뮤니티에 이 월령 아이들의 언어발달 수준을 공유해달라 요청했는데 정말 천차만별이었다. 42개월 우리 아가를 나는 사실상 36개월정도로 판단하고 있기에 세돌 전후의 발달정도가 궁금했는데 말을 잘 하는 아가들은 벌써 성인과 같은 수준의 대화를, 늦는 아가들은 단어의 나열을 하고 있었다. 댓글들 중에는 우리 아가의 36개월 때 수준과 비슷한 아가들도 많이 보였는데 의외로 그들은 아가의 언어를 의심하지 않고 꾸준히 대화해 주고 있었다.
우리 아가의 하루 대화 양상을 살펴보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해도 뜨지 않은 창밖을 바라보며 '아침이 밝았어요. 모두 일어나요.'라고 외친다. 이에 엄마가 '사람들 쿨쿨 자고 있어. 더 자자'라고 말을 하면 '아니야. 아침이 밝았어.'라고 말하며 동생과 함께 거실로 나간다. 이 때 엄마는 눈을 번쩍 뜨고 따라나갈 수 밖에 없다. 두 아들이 또 어떤 사건사고를 일으킬 지 모르므로...
함께 거실에서 놀이를 하다 보면 자꾸만 택배아저씨가 등장을 한다. '엄마, 택배 트럭 뒤로 가요.' 택배아저씨는 주차를 한 후에 우리집에 황당하게도 '치킨, 피자'를 갖고 온다. '엄마, 택배왔어요. 치킨피자 맛있게 드세요.' 엄마는 늘 말한다. '아저씨, 저는 치킨피자를 안 시켰어요. 그리고 왜 치킨 피자가 택배로 와요. 오토바이로 배달해 주세요.'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집에 오토바이 장난감이 없어서 그런가도 싶다. 어쨌든 배달된 '치킨, 피자'를 받아주기 전까지는 이 택배 아저씨가 계속해서 치킨피자를 갖고 나타나기 때문에 얼른 받아서 맛있게 먹어야 한다. 잠깐 방심한 사이에 우리 집 모든 탈것들이 다 밖으로 나와 있다. 3살전후부터 시작된 주차놀이는 4살이 되니 조금 달라졌다. 스토리가 생긴 것. 택배가 주로 오기도 하지만 '빨간불이에요. 멈추세요.'라고 말하기도 하고 '파란 버스에 엄마랑 아빠랑 꿈이랑 손잡고 타요.'라고 말하기도 한다. '차들이 왜 멈춰있어요?'라고 물으면 '사람들이 내려요/사람들이 타요/빨간불이에요.'라는 말을 하며 이유를 말해 주기도 한다. 정말 수다스러운 아이들은 이 스토리도 다양하겠지만 아직은 이정도에 만족하고 산다. 엄마가 더 창의적이라면 다양한 이유가 나올텐데..
사실 이렇게 스토리를 만든 건 다분히 엄마의 개입이었다. 자꾸 주차만 하고 차들이 멈춰있는데 '차들이 왜 멈춰있어?'라고 말하면 아가가 웅얼거리기만 해서 '아. 차들이 빨간불이라 멈춰있구나.'라는 말을 몇 번 해 주니 아가는 엄마의 물음에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버스를 타고 있나 보네, 버스에서 사람들이 내리네'라는 말도 해 주니 본인이 마음에 드는 답안을 골라 대답하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초록불이에요. 빵빵'이라는 말도 하더니 오늘은 실제로 병원가는 길에 초보운전자 엄마 앞을 걸어가는 사람들을 향해 '비키세요. 빨간불이에요. 얼른 지나가요.'라고 외쳤다. 부족한 부분은 많지만 스토리텔링이 된다는 것 자체가 그 얼마나 기쁜 일인지 정상 발달을 보이고 있는 엄마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 아가는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물론 엄마만 알아듣는 말일 때도 많고 같은 말의 반복이라 엄마가 아닌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그저 시끄러운 말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아침마다 엘레베이터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자동차 많이!'라고 외치며 본인의 자동차를 과시하거나, '안녕히 가세요.'를 힘차게 외치지만 어떤 분들은 '그래 열심히 할게'라고 대답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그 단어들은 점점 '자동차 많이 있어요'로 바뀌어 가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응. 잘가'라고 대답해 주고 있는 걸 보면 아가를 믿고 기다려 주는 것. 그리고 그 안에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